군인복지공단 설립 큰 꿈 그리는 군 내 민간인 노조
군인복지공단 설립 큰 꿈 그리는 군 내 민간인 노조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15 17:19
  • 수정 2018.06.15 18: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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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임성학 국군복지단노조 위원장

 

장교, 부사관, 군무원 이외에도 군 내 민간인 노동자가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처우, 불합리한 노무 관리 등의 환경 속에서도 국방 업무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사실은 좀처럼 알려져 있지 않다. 국군복지단 노조는 군내 복지 기능을 담당하는 국군복지단에 소속된 민간인 노동자들의 노조로 지난 2013년 군 마트 민영화 반대 투쟁 등 장병 복지 강화 요구와 함께 군 내 민간인 노동자 권익 향상을 주장해왔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 가안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국군복지단의 3군 재분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국군복지단 노조는 장병 복지 기능 후퇴를 우려하며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참여와혁신이 임성학 국군복지단노조 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국군복지단노조에는 어떤 일을 하는 조합원들이 있는가?

860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PX 관리관, 판매원들, 그리고 체력단련장이란 골프장인데, 민간인 골프장과 똑같이 코스도 관리하고 식당도 있고, 조경관리도 한다. 체단장 한 개에 보통 4~50명의 민간인 노동자가 있다. 그리고 호텔, 콘도에 방 청소를 하는 룸메이드가 있다. 전기, 시설, 보일러 등까지 민간 인력이 맡는다.

근무원이라는 직종이 있다는데 이 호칭이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군 내 장교, 부사관, 군무원이 있는데, 여기에 ‘근무원’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민간인 노동자들이 있다. 법적 근거가 있는 표현이 아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군대에서 노동자라는 호칭 대신 다른 명칭을 만든 것이다.

전체 군 내 민간인 노동자는 어느 정도인가?

1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여기에는 예비역들도 상당수 있다. 예비역이 군내 교육, 훈련에 참여하기도 하니까. 완전한 민간인으로서 온 노동자는 7천명 정도로 본다. 청소용역, 시설관리, 조리원 등 다양한 노동자가 있다.

2013년 군 마트 민영화 반대 투쟁에 나섰다.

국군복지단이 3군에 나뉘어 있던 게 2010년 실질적으로 통합됐고, 이미 2005년부터 해군 마트는 민영화가 됐다. 계약 기간이 5년 후 2010년에 다시 업체 선정을 해서 해군에 gs리테일이 들어오게 됐고 이후 육군, 공군도 민영화를 시도했다. 국군복지단 노조가 민영화 반대 투쟁을 하면서 국방부 앞에서 집회도 하고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 김광진 의원, 은수미 의원 등과 함께 했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국민이 원하는 게 아니라면 안 하겠다고 하고 민영화를 접었다.

반대 투쟁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장병복지다. 기본적으로 PX는 물품 가격이 싸다. 그런데 GS리테일 같은 경우 우리가 350원에 물건을 팔면 그들은 700원에 판다. 이건 병사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를 하는 거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막아줘야 한다고 봤다. 상명하복의 군 문화 특징상 그런 지침이 내려오면 그냥 가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만이 그걸 막을 수 있다고 봐서 싸웠다. 두 번째는 고용문제였다. 외부 업체로 민간위탁이 되면 고용불안이 따라가는 것이다. 그 두 가지를 놓고 투쟁했다.

최근 ‘국방개혁 2.0’ 관련 국군복지단 3군 재분리 안이 나왔다.

우리도 반대하지만 군 내에서도 싫어한다. 국방개혁으로 장성 자리 80자리가 없어지면 대령은 한 300명은 없어진다. 지금 국군복지단 자리에 ‘투스타’가 앉아있는데, 똑같은 자리에 중령, 대령을 앉히면 승진 기회가 줄어든다.

그런데 국군복지단의 입장에서 보면 ‘투스타’ 한자리를 없애기 위해서 3군 분리를 한다는 건 명분이 너무 약하다. 국군복지단을 통합하기 위해서 많은 예산을 들였다. 해군, 공군 복지단을 없애고 육군복지단으로 묶어서 통합했다. 인원도 축소하고 그렇게 효율화를 해놨는데, 다시 3군 분리를 하면 비용이 들어간다.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다.

장성 수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그것에 너무 매몰되어 있다. 전투력 관련하여 개혁하는 것은 좋은데 장병복지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복지 예산 규모를 생각해볼 때 일부를 장병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건 일종의 차별이기도 하다. 가기 싫은 군대를 보내놓고 복지는 차별하나. 병식 먹여 주고 생활관에서 재워 주고 군복 입혀주면 다인가.

복지 확대 방안으로 가칭 ‘국군복지공단’ 설립을 주장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

공단 설립은 1석 5조, 6조의 일이다. 첫째로 적폐청산이다. 제 표현으론 후진국형 제도 개선인데. 그동안 방산비리 등도 많이 말하지만, 복지 시설에 대한 비리, PX 납품 등 이권에 개입하는 군인들이 많았다.

임성학 국군복지단노조 위원장
임성학 국군복지단노조 위원장

 

실질적으로 이권에 개입하는 형태는 어떤 것인가?

스낵 코너를 하나 만든다면 일단 공개입찰을 한다. 그런데 내부적으론 대상자가 정해진 경우가 많았다. PX 내에 물품을 납품하고 선정하는 데에 이권 개입이 그동안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전투력 발전을 위해 군인들은 군사 업무만 하고 장병 복지는 공단에서 맡아서 하자는 것이다. 공단이라는 틀로 이권 개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그동안 27년 군에서 일하면서 자살, 사고 등 병사와 군 생활의 부조화란 뭘까 고민했다. 결국은 통제다. 그러나 통제 속에서도 병사들이 최소한 밖에서 누리고 살던 것들을 하게 해주는 게 복지 아닐까. 사회처럼 PC방, 당구장 등 통합 복지타운을 만드는 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 병사들이 꼭 병영식만 해야 하나. 아침, 저녁 정도는 훈련의 의미도 고려해 병영식을 해야 하겠지만 점심 정도는 푸드 코트에서 본인들이 먹고 싶은 걸 먹을 수도 있다. 주말에도 운영하면 취사병도 토, 일요일에 쉴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장병들의 체감 복지가 얼마나 오르겠는가.

간부목욕탕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복지 확충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병사들도 쓸 수 있도록 하고 또 간부와 병이 등도 밀어주면서 관계도 좁아지는 그런 그림도 생각해볼 수 있다. 사고 예방도 하고 군대에 대한 두려움, 답답함도 없애고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 앞으로의 청사진 아닐까. 정말 피부에 닿는 복지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매우 이상적인 그림이다.

인간으로서 밖에서는 다 하던 것 아닌가. 예전처럼 통제하고 급부하는 걸로 안된다. 스스로 충성할 수 있는 마인드를 만들어줘야 한다. 정말 공세적으로 바꿔가야 한다. 장병복지를 전투력 강화의 측면으로 보고 이해해야 한다. 꼭 고생시켜야 군기 들고 강해지는 것인가. 환경의 변화가 없이는 결국 억지로 주입시키는 것밖에 안된다.

세 번째는 군 내부의 통합적 노무관리다. 군 내 노조를 보면 협상력에 따라서 처우가 달라진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어야 한다. 협상력에 따라 다른 노조에서 일하는 전기기사는 10만원 오르고 국군복지단 노조 소속 전기기사는 20만원 오르면 형평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가. 군엔 전문적인 노무관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군 문화의 영향이 크다. 사람을 대할 때 오로지 군인 대하듯 하고 왜 말 안 듣느냐, 그냥 이만큼 줄 때 받는다고 하라는 식이다. 그런 사람들이 노무관리를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긴다. 공단을 만들어 국군복지단, 각 군 골프장, 복지시설, 조리원 등 지원업무를 하는 민간인 노동자들을 다 모아서 통합적인 노무관리를 해야 한다. 국방부가 전문성을 가진 공단을 만들어서 노무관리도 공단에서 전체적으로 해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된다.

공단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결국 업무지시는 국방부를 통해 받게 된다. 군 출신 인사들이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그렇다. 그러나 간과하는 것이 있다. 지금 복지단 구조에서는 군인, 군무원 등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새로운 제도가 생기고, 새로운 사업이 생긴다. 투자됐던 돈이 또 날아가고 장기적인 플랜을 가지고 투자가 되거나 사업이 진행되지를 못한다. 군대는 지휘관 한 사람에 따라 정말 많은 것이 바뀐다. 여기서 오래 근무할 사람들이 뭔가 계획하게 되면 그게 유지가 될 것이다. 제가 이야기한 청사진만 하더라도 정말 10년, 20년씩은 걸릴 텐데 지금은 그런 차원의 계획이 없다.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선 군인복지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군인복지기금법은 군대 내 복지는 우리가 돈을 벌어서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는 것이다. 즉, 일반회계가 아니라 수익사업을 해서 그 돈으로 복지를 한다는 것이다. PX, 체단장 수익금을 가지고 거기서 운용하는 인원들 인건비를 쓰고, 경상비를 쓰고 나머지를 복지기금으로 쓴다. 예전에는 군내 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병사들이 있었지만 그런데 이 병사들이 다 빠지고 일할 사람이 필요해져서 인력을 확충했다. 그런데 복지단 수익이 100이면 인건비가 거의 90에 육박한다. 이 상황이면 복지를 할 돈이 되겠는가. 장병 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가 일반회계를 통해서 좀 책임을 지어줘야 한다. 인건비를 국가가 책임지면 이 돈을 가지고 장병 복지 투자를 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장병복지란 PX를 이용할 권리 정도였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국가가 부담하면 그 비용을 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 한 번에 다 할 순 없겠지만 단계적으로 부대 규모에 따라서 만들어나갈 수 있다.

노조의 바람직한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 책임의식으로 개혁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내부자로서 노조의 역할일 것이다.

병사들과 27년을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한다. 복지단은 친절이란 마인드를 갖고 하게 하는데, 진정으로 병사들한테 뭐가 필요할까 고민하게 됐다. 또 노동 운동을 하다 보니까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서 뭘 할까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게 우리 업무인 장병 복지와 맞물리더라. 우리가 개선되려면 노동자의 정규직화, 처우 개선 등이 되려면 장병 복지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병 복지 기능이 제대로 수립되고 제대로 돌아가면 우리에게도 그만큼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처우 개선, 차별 해소 요구는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인 복지 지원 업무가 발전해야 우리의 노무도 발전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업무를 하면서 우리도 존중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