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문제 해결, 더욱 절실함이 필요하다
일자리 문제 해결, 더욱 절실함이 필요하다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8.06.15 17:31
  • 수정 2018.06.15 1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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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꾸준함과 함께, 창의적이고 열린 시각이어야

지난 5월 노동분야에 밝은 이목희 부위원장이 취임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17대와 19대 국회의원을 지내며 환경노동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역임했다. DJ정부 시절 노사정위 기획위원으로 일했으며, 1998년 노사정합의,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2006년 비정규직법 처리 과정에 관여하기도 했다.

대북 문제 등 문재인 정부가 내고 있는 성과에 국민들이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문제는 아직 물음표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나 최저임금과 관련한 최근의 사안을 보면 아직 헤치고 나가야 할 산이 깊고 높다.

이 부위원장은 그동안의 경륜을 토대로 미래에 대한 확신을 힘주어 이야기했다. 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 그것을 위한 노-사-정 각 주체의 역할에 대한 그의 소신을 들어보자.

그간 일년의 일자리위원회 평가는 어떠한가? 외부에서 봤던 부분이랑 막상 와서 다른 점은?

밖에서 보던 것과 안에서 차이는 거의 없다. 생각했던 게 거의 비슷하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난 1년, 빛과 그림자가 있듯, 여기도 성과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일단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 체계를 만든 것, 예를 들면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평가할 때 일자리가 핵심적 항목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이건 중요한 변화다. 또는 정부의 다른 평가에서도 일자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 일자리 로드맵을 만든 것, 이건 중간에 수정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그리고 국회에서 공전을 겪긴 했지만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애를 썼고, 지금도 진행 중이긴 하지만 공공부문 일자리의 질을 늘리는 것,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해 왔다.

우선 일자리 중심의 국정운영체계를 만들어왔다는 것은 성과라고 본다. 역대 이런 정부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역시 한계나 문제로 보자면, 공공부문도 그렇지만 각 부처의 계획이나 지금까지 진행된 것을 보면 창의성이 매우 부족하다. 정말로 고민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민간부문에서도 적어도 1년이란 세월이면 ‘민간부문에서 일자리를 몇 개 만들었습니다’라고 발표할 순 없더라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동력을 어떻게 만들었습니다, 토대를 이렇게 구축했습니다. 이런 거는 얘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국민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일자리위원회는 컨트롤타워, 코디네이터, 컨포머 등 3C의 역할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실제로 일을 하는 데 세 가지 다 필요하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그런 역할 말고도 정말 강력한 역할이 필요하다. 일자리 정책에 관한한 모든 부처를 통솔하고, 실질적으로 상급 조직으로서 기능을 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일자리위원회가 각 부처에 미션을 주고 점검을 할 때 그게 당연시되어야 한다. 일자리에 관한 이슈가 있으면 당연히 일자리위원회가 참여하고, 보고되고, 거기서 토의를 해서 조정을 하고, 계획을 만들고,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고를 하고. 이런 시스템이 확실히 갖춰져야 된다.

원래 생각도 그랬지만 이 자리에 와서 앉아 있어 보니 더더욱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일자리 정책에 관한한 전권을 갖고, 온 부처를 통솔하는. 일자리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부처든지 일자리위원회의 조정과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와서 한 달 정도 보니 부처에서 저항이 생겨나는구나 느꼈다. 나에게 와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닌데. 밖에서 말을 하고 다니는 거다.

한편으로 이해도 한다. 다 자기의 영역이 있는 거다. 하지만 부처의 장관이라고 하더라도 좀 되돌아봐야 하는 게 있다. 자기영역인데 센 사람이 와서 하면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잖나? 청와대가 하라고 하는데 자기영역 침범했다고 광화문에서 1인 시위하는 장관은 없잖나.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안 하면 해결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절박하다는 의미다.

일자리 문제는 곧 우리 산업의 경쟁력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 경쟁력 강화라고 하면, 우리가 기존에 전통적으로 해오던 방식의 경쟁력 강화가 있겠고, 또 하나는 새로운 분야의 산업,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나누어 봐야할 것이다. 둘 다 필요하다.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 강화하는 노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맞게 뒤쳐지지 않고 가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얼마전 혁신성장보고대회가 있었는데 그런 데서 보면,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 다른 나라는 뛰어가는데, 우리는 걸어가는 느낌이다.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정도의 화법을 쓰는 정도면 정말 답답하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전통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있고, 새로운 분야에서도 부족함이 크다고 느낀다.

예를 들면 우리가 현재 반도체, 자동차 등 몇 가지로 먹고 살고 있다. 5월 16일 발표한 뿌리산업 같은 경우엔, 이게 사양산업이나 없어져야 하는 산업이 아니다. 이게 잘 돼야 전자도 잘 되고, 자동차도 잘 된다. 그런데 뿌리산업을 한국과 독일, 일본을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전통산업 중에서도 좀 낙후돼 있다는 뿌리산업을 일부러 예를 든 거다. 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제 시작됐고 좀 부족하지만 첫 발을 떼었다고 본다. 이런 점을 적용해 보자면 모든 부분에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세 가지를 얘기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든지 근로시간 단축이라든지 정책을 통해 꾸준히 가고 있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타나진 않지만 꾸준히 지속하면 국민들이 성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정 경제도 국민들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많은 곳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만 혁신성장은 보기에 좀 부족한 면이 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그런 얘기를 했겠나. 산업, 기술, 제도, 사람을 혁신시키고 변화시키는 점인데, 가장 고민이 부족한 점은 사람이라고 본다. 사람이 없이 뭐가 되나? 선진국이 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 꼭 직업교육, 훈련의 맥락이 아니더라도 사람에 대한 투자가 어마어마하다.

결국 노동자의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이 경쟁력의 근본. 그러면 한국은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 그런 손끝에서 나오는 기술을 산업과 경제 성장으로 연결지어서 보려는 노력을 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이를 위해 교육훈련을 비롯한 노동교육의 중요성은 어떻게 보나?

이전 정부는 창의성 이전에 생각이 없었다고 본다. 가령 청소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노동교육도 정말 부족하다. 우리가 닮아가고 싶어하는 선진국 사회는 국가가 정치교육, 노동교육에 아주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노동존중 사상부터가 아주 부족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게 노동이다. 그런데 노동을 존중하는, 특히 육체노동에 대한 존중은 아주 부족하다.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걸 근본으로 해서 노동인권을 얘기해야 한다.

학생들의 진로를 보아도 그렇다. 대학 진학률이 70% 선이라는 조사가 있던데, 선진국은 30% 수준이다. 대학 진학을 안 하는 학생들은 일찍 직업교육의 일선에 뛰어든다. 우리도 특성화고라든지 제도가 있지만, 거기서 받는 노동교육은 부족하다.

또 노동자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을 갈고 닦아 좁게는 개인의 직업적 성장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 필요한 훈련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훈련도 질과 양 모두 부족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지만 정부가 노동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서야 한다. 나라다운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길이다.

노사정 사회적대화의 현실은 어떻게 보나?

주체가 잘 서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되고 IMF의 권고로 노사정위원회가 만들어졌는데, 그동안의 과정을 보면 참 답답하고 안타깝다. 앞으로 우리 사회 비전을 그려내고, 국민들에게 노사정이 대화하고 합의해서 희망을 주려면 각자 필요한 게 있다.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부는 친사용자적 편향을 갖고 있다. 고위 공직자라면 합리적인 노사관계, 윈윈하는 노사관계가 우리 사회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이걸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계획도 세워야 하고.

사용자들은 형세나 조건, 상황이 그러니 마지 못해 대화 자리에 나온다는 거에서 탈피해야 한다. 건강하고 바른 노동조합이 기업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정말로 파트너십이라는 것.

예를 들면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이 어떻게 가능했겠나? 세계적인 수준의 대기업이. 물론 기업을 창립한 사람도 잘 했을 거다. 경영자도 잘 했겠고.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이 얼마나 컸을까. 또 그것이 다 일까? 국세청도 도와주고, 은행도 도와주고, 지역사회도 도와주고, 정부도 도와줘서 오늘이 있는 것. 단지 주주의 것이고 경영자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노동자를 진실된 동반자로 생각하고 함께 가야 한다. 여러 가지 중요한 문제도 함께 논의하면서. 그렇게 되어야 기업도 길게 발전할 수 있다.

노동 진영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마치 비장의 카드처럼 쓰이는 게 아쉽다. 마치 안 오는 게 무슨 무기처럼 쓰여서는 안 된다. 명색이 노동운동이라는 게 사회진보를 꿈꾸는 운동이지 않나. 그러면 선도해 가야 한다. 비젼을 내걸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가 모자라면 설득해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 그게 진보를 꿈꾸는 이들이 가야할 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의 방식이 과연 노동 대중들을 위한 무기가 될까? 우리 사회의 변화에 대한 비젼을 내걸고 선도해 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방식이 과연 어떨까. 노동조합이 조합원 대중을 위한 이익에 장기적으로, 구조적으로 확고한 계획을 가진 것인지 진심으로 되돌아봐야 한다. 조합원 대중과 함께 가는 노동운동을 뛰어 넘어, 노동 대중과 함께 가는 운동이어야 한다. 90% 미조직된 노동자들과 함께. 이들과 함께 가지 않는다면, 노동 대중이 과연 노동운동 진영을 존중할까?

그런데 이런 것들이 안 갖춰졌다고 그럼 지금 안 해야 하느냐. 담대한 비젼을 그리고 노력해 나가야 한다. 정부가 먼저. 앞으로 내 역할도 그런 것을 독려하고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