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 통해 본연의 역량 강화하는 노사
고용 안정 통해 본연의 역량 강화하는 노사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15 18:21
  • 수정 2018.06.15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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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산업보건협회 최수홍 회장, 정정희 노조 위원장

비정규직 98명 정규직 전환으로 산업보건 전문성 강화할 것

대한산업보건협회는 1963년 설립 이래 건강진단, 직업환경 측정 등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와 산업보건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비영리기관으로 16개 지역 산업보건센터 1,400여 명의 직원과 함께 대한민국 산업보건의 허브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 3월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상시지속적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려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임단협의 성공적 체결과 더불어 정규직 전환을 통해 정부의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이목을 끌고 있는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최수홍 협회장과 정정희 노조위원장을 참여와혁신이 만나봤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의 배경과 진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최수홍 회장 우리 협회가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산업보건기관 중 제일 큰 조직이다. 1,416명이 정원인데, 원래 그 정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정 위원장님과 의논해서 금년에 정원 요청을 하다가 보니 꼭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인데 비정규직인 인원이 100명 가까이 됐다.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 정규직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직원들이 과연 제대로 일할 수 있겠는가? 노사 상생의 차원에서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서 일단 6개월 이상 된 인원 77명을 3월 1일 자로 정규직 전환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도 적정 인력 정원에 포함된 나머지 비정규직 인원을 100% 전환해서 제대로 된 산업 보건 서비스 지원을 해나갈 계획이다.

정정희 위원장 거슬러 올라가자면 4년 전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그동안은 비정규직이 약 200명 정도 있었다. 과거 ‘장그래법’이라 해서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린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저희 조합에서는 비정규직 기한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인다고 단체협약으로 제한한 적도 있었고 그런 것이 시초가 됐다. 우리는 다 라이센스를 가져야만 일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전문가 집단이 자신들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용 안정이라고 본다. 고용 안정이 안된 상태에서 외부에 나가 근로자들의 건강, 작업 환경을 책임지는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상시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반드시 정규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님이 작년 4월 취임하시면서 직원들의 뜻과 정부 정책에 부응해서 본격적으로 정규직화에 합의를 하게 됐다. 대체인력, 비상시 인력을 제외하고 올 9월을 기해 모두 정규직화 될 것으로 본다.

전환되는 비정규직 인원들의 기본 정규직들과의 직무 차이가 있나?

똑같은 일을 한다. 그런데 우리가 연간 거의 고정적으로 50명 정도가 육아휴직에 들어간다. 그리고 업무 특성상 성수기인 기간이 있다. 그 기간에 한시적으로 써야 하는 인력들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다 정규직화가 된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는 우리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로자들의 건강과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정희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 위원장
정정희 대한산업보건협회노조 위원장

협의 과정에서 고민했던 부분이나 논의에 있어서의 난항은 없었나?

협회 내에 명확하게 인력 정원이 정해지지 않아 정규직화를 하려면 정원을 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법적 지정 인력이란 어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최소한 이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인력은 정규직화에 큰 무리가 없는데, 기타 인력에 대한 정규직 TO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어려움이 있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해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입장이고 경영진은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경영 안정, 유연성을 위해 타이트하게 운영하고 그 이후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면 그때 TO를 늘려가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우리 사업이 정부 예산을 받아서 꾸준히 진행되는 게 아니라, 영업도 해야 하고 고객들이 우리를 찾지 않으면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업을 많이 못하면 지정 인원을 줄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사업환경이 악화됐을 때 지정 인원을 축소하고 그에 따라 인력이 줄어야 하는데 정규직화를 고민하면서 그런 어려움이 있었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노사의 이견은 전혀 없었다. 우리 협회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고 제대로 된 산업 공헌을 하려면 여러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똑같은 업무를 하면서 상시적으로 필요한 인력인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인 그런 차별이 있으면 우선 조직 내부에서부터 합심과 단합이 되지 못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려움은 있지만 노사가 합의해서 전환을 이룬 것이다.

요즘 ‘삼포시대’라고 하기도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애도 낳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어느 직원이 정규직이 되면 결혼 날짜를 잡겠다고 이야기하는 걸 듣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좀 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분도 좋았다. 

비정규직 전환의 과정에서 기존 조합원으로부터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70% 정도가 찬성했다. 다만 저희가 조합 가입 범위에 있어서 관례적으로 비정규직이 조합에 가입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에서 고용 부분이 중요한 것인데 조합원이라고 해서 고용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닌 상황이라 비정규직의 가입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70% 이상이 찬성했다. 저희가 일년에 두 번씩 지부 순회를 하는데 근로 조건이 좋아질 때마다 조합원들에 이야기했던 것은, 좋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쁠 때도 있고 그럴 때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잡셰어링 등 고통 분담을 같이 하는 것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가 삭감되는 한이 있어도 우리 조합원들 어느 한 명도 직장에서 이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런 걸 감내하고 우리가 주장할 것은 정당하게 주장하자고 했다.

또한 똑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는데 누구는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데에 공감도 있었다. 물론 경영난이 발생했을 때의 리스크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차별대우 받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줄곧 이야기해왔고 그런 점에서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정규직화 과정에서는 오히려 정규직 기존 조합원들이 대환영했다.

임단협은 어떻게 진행됐나?

회장님께서 취임하시고 바로 임금협약, 단체협약을 함께 진행하셨는데, 임단협을 빨리 끝내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하자, 노사가 임단협으로 갈등 구조로 가면 안된다, 빨리 끝내고 직원들이 고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회장님의 의지 덕에 빨리 끝낼 수 있었다.

흔히들 노사 갈등이니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노와 사가 아니고 하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오히려 경영진보다 노조에서 더 사업 걱정을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곤 한다. 정 위원장도 말씀하셨지만, 노조에서 대승적 차원에서 금년 임단협도 빨리 진행했고 본교섭은 실질적으로 3번, 기간으로는 두 달만에 마무리했다. 직원들 내부의 근로 조건도 중요하지만, 아직도 영세한 작업 현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건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보호할 수 있는가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노사가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앞으로도 노사가 소통하고, 어려운 환경의 노동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노조가 경영진보다 더 많이 걱정해주신다는 점이 참 뿌듯하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최수홍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최수홍 대한산업보건협회 회장

최근 조합원들의 요구는 어떠한가?

근로 조건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좋아한다. 그런데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인구는 감소하고, 근로자 수는 줄어들고,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인력 재편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무조건적인 복지 확대가 능사는 아니라는 게 중고참들의 분위기다. 신입 직원도 상당히 늘어났는데, 복지 개선을 반기면서도 거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본연의 일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니까 임금 인상이나 복지 개선의 긍정적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한다.

대한산업보건협회의 상시지속업무 인원에 대한 100% 정규직 전환은 최근 정부 정책의 관점에서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협회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산업보건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사가 합심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또 올해 임단협도 잘 마무리 했다. 아직 어려움이 많지만 제대로 해나갈 것이다.

빅데이터, AI 등 산업 환경이 굉장히 많이 변화하고 있다. 산업보건도 제대로 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또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지만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 잘 몰라서, 무지해서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다. 교육 체계도 직제를 바꾸어서 새로 만들었다. 본부에도 교육사업본부를 만들고 6개 지역본부에서도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산업보건 교육 쪽에도 역량을 집중할 생각이다. 창립 55주년인 올해 학술제도 제대로 하고, 예정된 한중일 학술집담회도 교육 활성화 차원에서 잘 준비 중이다. 큰 틀에서 본사 이전 계획도 있고 올해 새로운 사업이 많이 계획되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50년, 100년을 이어갈 산업보건 기관 정립을 위한 중요한 한 해이고 이런 점에서 노사가 합심해서 갈 생각이다.

정 우리 협회는 노동자들을 위해서 일하는 집단이다. 노동부의 정책에 맞춰 일과 가정의 양립,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부 정책에 맞춰서 움직이려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작은 실천이 우리와 거래하는 많은 기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거라 보기 때문이다. 육아 휴직은 거의 100% 들어가고 있고, 임신 시 근무시간 조정 등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이 바뀌기 전부터 시행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근로기준법이 우리 생각보다 앞서나가는 경우에도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회장님께서 취임하시자마자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시범운영되던 시차출퇴근제를 올해부터 진행하라고 하셔서 바로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고 그런 부분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