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깜짝 비공개 면담’
양대노총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과 ‘깜짝 비공개 면담’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7.03 20:06
  • 수정 2018.07.04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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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노동부 장관 면담 가져… 사회적 대화 복원 ‘청신호’
지난 1월 열린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지난 1월 열린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양대노총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깜짝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3일 오후 구 서울역사에서 열린 ‘3.1 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앞서 문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로 악화됐던 노정 관계 개선이 급진전을 이루면서 사회적 대화 복원에도 모처럼 파란 불이 켜졌다.

양대노총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한자리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두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는 만남에 시간 간격을 뒀다. 김주영 위원장과 김명환 위원장이 대한민국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민간위원으로 위촉되어 행사에서 세 주체가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사전에 교감을 나눌 자리의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3일 저녁 언론 브리핑을 통해 최저임금법 개정과 관련한 민주노총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 청와대가 화답해 만남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면담 자리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노동존중,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1만 원 정책 자체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지난 6월 30일에는 광화문 광장에 촛불 이후 최대 인원이 모였다”며 “최저임금법 재개정,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 ILO 협약 비준 등 산적한 노동 현안 문제에 특단의 조치를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노정 간 갈등이 있어도 대화의 틀을 유지해 달라고 부탁하며 노동존중 정책 방향에는 흔들림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방 선거 이후 진행하려는 개혁에도 속도를 낼 것이며 쌍용차 상황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인도 방문 계획이 있으니 이에 대해서도 노력할 뜻을 밝혔다고 민주노총은 전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노동계와 정부 간에 의견 일치가 되어도 한국 사회 전체를 봐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가 보완 대책을 세워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최저임금 제도 개선 합의문을 체결하며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하는 등 먼저 사회적 대화 재건 의지를 보였던 한국노총 역시 브리핑을 통해 김주영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 “최근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체결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및 정책 협약 이행 합의문’이 지켜지고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주영 위원장 역시 문 대통령에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요구하며 “정부의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므로 지속적으로 이행되어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ILO 협약 비준 역시 추진하겠다는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면담 결과로 노정 교섭 창구가 즉각 만들어진 것도 이목을 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19시에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노정 협의를 진행했다. 민주노총의 김명환 위원장이 홍영표 원내대표와의 관계를 특정하며 대통령의 뜻을 실현하는 노정 교섭 창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즉각적인 노정 협의 복원 의지를 밝힌 것. 민주노총에 따르면 김명환 위원장은 “홍 대표의 노동계 자극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며 “어려운 시기에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대화를 할 수 있는 창구를 분명하게 이 자리에서 마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