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다쳐 병가 후 출근하자…욕설‧무급결근 처리?!
업무 중 다쳐 병가 후 출근하자…욕설‧무급결근 처리?!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8.17 17:04
  • 수정 2018.08.17 16: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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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수하물 설비 관리 2차 하청업체 ㈜세화기계

자회사 정규직 전환 결정 따라, 이달 말 계약 만료 앞둔 인천공항 하청업체

인천공항 내부 모습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인천공항 내부 모습 ⓒ 김민경 기자 mkkim@laborplus.co.kr

인천공항에서 11년째 수하물 설비의 유지‧보수 일을 해온 A 씨는 지난 7월 초부터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앞선 4월 업무 중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는데, 병가 기간이 끝난 뒤 업무에 복귀하려고 하자 회사가 업무에 복귀할 수 없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휴가가 끝나서 출근했는데...” 돌아온 건 ‘욕’

A씨는 인천공항의 수하물 유지관리 2차 하청업체인 ㈜세화기계 소속 노동자이다. 오는 9월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인천공항공사의 임시법인으로 전환될 대상자다. 해당 업무를 하는 ㈜세화기계 노동자들은 A 씨를 포함해 총 74명으로, 사측과 이들의 고용 계약은 이번 달 말 만료된다.

A 씨의 업무 복귀를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노동자의 업무 복귀를 적법한 근거 없이 막고 있다고 비판한다. 사측은 A 씨가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일하다가 또다시 다칠 위험이 있어 노동자 개인의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 않으며, 복귀 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가 A씨에게 욕을 한 녹음 파일까지 공개돼 갑질 논란까지 더해졌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사측이 적법한 근거 제시도 없이 업무적합성평가를 받아오라고 하며 A씨의 업무 복귀를 방해했고, 복직계를 제출하지 않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욕을 하며 출근을 해도 무단결근 처리를 하겠다고 갑질을 자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A씨가 인천공항 임시법인 소속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세화기계가 노동자의 복귀 금지를 운운하며 자칫 정규직 전환 자체가 안 될 수 있는 상황을 조장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며 “A씨가 산재처리를 한 이후 불이익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대응 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안전을 고려했다는 사측의 입장은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가 다친 후 보상을 받기 위해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을 했을 때, 산재 조사과정에서 사업주가 A씨가 실제로 하는 일보다 업무 강도를 축소해 의견서를 작성해 불승인 판정이 나왔다는 것이다.

“산재 신청에 따른 불이익” vs “의사소견 따라 결정”

이에 대해 양문영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직부장은 “(주)세화기계 관리자는 산재관련 사업주 의견서에서 20kg, 50kg, 80kg에 달하는 중량물을 인력으로 옮겨 2시간 넘는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업무를, 호이스트 기계를 사용해 작업 시간이 30분 이내로 걸리며 업무 부담이 적다고 기술했다”며 “현장에는 호이스트가 거의 없고 있어도 부실해 인력으로 옮기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측은 산재 조사과정에서 업무 강도가 높지 않다고 하고선, A 씨가 복귀 하려고 하자, A 씨가 제출한 의사 소견서를 트집 잡아 ‘우리 현장은 과도한 육체노동이 아닌 게 없는데 다치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씨가 회사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는 ‘과도한 육체노동을 제와한 노동은 가능합니다’라는 의사 의견이 담겼다.

또 “A씨가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복귀 단계에서 업무를 조정할 수 있다. 현장에는 허리에 무리가 될 수 있는 중량물을 드는 작업이 아닌 점검업무도 있다. 노조 안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조절하는 가능하다고 사측에 끊임없이 이야기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씨의 질병과 업무 관련성 여부가 사실과 다른 사측 관리자 의견을 주요 근거로 해 산재 불승인이 나왔고, 노조는 이에 이의신청을 한 상황”이라며 “비슷한 업무를 진행하는 미래엔비택에서는 동일 사고에 대해 산재 승인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산재는 노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A씨는 복직하기 1주일 전 복직계를 제출해야함에도 서류를 내지 않고 현장 관리자 몰래 출근을 해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는 질병‧휴직자 복귀를 의사 소견으로 판단하기로 합의한바 있다. 이달 말로 고용계약관계 종료를 앞둔 시점에서 회사도 고용노동부에 질의를 하는 등 고민 끝에 의사 소견서에 따른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장 관리자가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를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 대한민국 어떤 회사에서도 A씨를 업무에 투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업무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A씨의 현 상황이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선 “현재 ㈜세화기계 소속 노동자 중 일하고 있는 74명의 전환 대상자 명단과 이들에 대한 자료는 이미 임시법인 전환을 위해 전달했다. 이후 전환 여부는 자회사 또는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판단할 문제”라며 “노조가 회사와 관련해 사실과 다르게 문제가 있다거나 갑질을 했다는 식으로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해선 법적 대응 하겠다”고 전했다.

조연민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산재와 관련해서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과중한 업무를 하지 않는 것처럼 진술한 부분은 고의적으로 산재를 축소해선 안 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감염병 등 특정 질병에 걸렸을 경우 근로를 못하도록 할 수 있게 정하고 있지만, A씨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근로자가 법적 필수 요건도 아닌 의사 의견서까지 제출하면서 근로 복귀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사용자가 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막말, 폭언, 결근 처리를 하는 것은 사용자의 최소한의 도의적인의무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산재 승인은 근로복지공단의 절차에 따라 재심의 결과가 나오길 지켜봐야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폭언과 이후에도 부당한 불이익 조치가 이어진다면 관련해선 개별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모욕적인 발언은 형법상 폭행죄로 판단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45조상 근로 금지 사유는 감염병, 정신병 등으로 제한되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그런 사유가 없는 이상 즉시 근로 복귀를 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재해보상법 111조의2에 따르면 산재신청 노동자에게 산재 신청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