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C, 노사가 함께하는 나눔협의체
UCC, 노사가 함께하는 나눔협의체
  • 한종환 기자
  • 승인 2018.09.06 18:00
  • 수정 2018.09.07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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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책임 요구에 기업 간 노사가 서로의 벽을 허물다

[커버스토리] 노동조합과 사회연대

 

UCC란 단어는 익숙하다. User Created Contents의 약자로 유투브나 SNS 이용이 폭증한 지금 가장 ‘핫’한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기업 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를 가리키는 Union Corporate Committee의 약자, UCC는 그보다는 생소할 것이다. 뭔가 파격적이다. 노사라는 단어에서 느껴져야만 것만 같은 투쟁의 느낌 대신 ‘공동 나눔협의체’라는 말에 의해 포근함이 느껴진다. UN에서도 이 UCC 활동을 ‘공식 의견서’로 채택했다고 한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특히 베트남에서도 지속적인 봉사활동들은 UCC가 가지는 의미를 잘 실천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기업 간 노사공동의 사회적책임 실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책임을 지는지 눈치 챈지 오래다. 기업이나 단체 같은 경우는 사회적 영향이나 책임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영향력이 클수록 더욱 큰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요구에 응하여 여러 기업과 단체는 마땅히 사회적 책임을 껴안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또한 마찬가지다. 각 기업별로, 노동조합별로 사회공헌 활동을 했다. 그러나 뭔가 아쉬웠다.

UCC는 이 아쉬움의 이유를 직시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 노사가 함께 사회적 책임을 껴안고 실천한다. 2011년 10월 KT와 분당서울대병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3개 사는 UCC를 설립했다. 세계 최초의 노사공동 나눔협의체로서 설립취지는 크게 4가지로 ▲사회적책임의 실천 ▲상생의 노사문화 확산 ▲회원사간 교류/협력 ▲글로벌 의제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취지는 역시 기업 간 노사공동의 사회적책임의 실천이다.

7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UCC는 이제 20개의 회원사들이 함께 활동한다. 회원사 전체가 각각 동일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공동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모두 함께 움직인다. 기업 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활동 하나를 하면 모든 회원사가 다 참여하려 노력한다. 참여해서 같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각기 기업의 특성에 맞는 일을 도맡기도 한다. KT는 한국-베트남간 화상상봉을, 분당서울대병원은 무상의료검진 및 의약품 제공을 하는 것 등이 대표적 예이다. 20개의 회원사는 그래서 나눔활동을 하며 서로가 필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UCC는 UN과도 꾸준히 함께 해오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확산시키고 주제별 역량 개발을 위해 UN SDGs 지원 한국협회에 가입했다. 그리고 ‘국회 UN SDGs 포럼’에도 자문기관으로 참여해 글로벌 의제에 동참하고 퍼트너십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UN 경제사회이사회 56차 사회개발위원회에서 UCC 활동이 ‘공식 의견서’로 채택됐다.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이 평가하고, 여러 기업이 이해관계를 넘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 실천에 부합하는 모델로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UN 사무총장이 경제사회이사회 54개 정부에 UCC 사회공헌 모델을 권고하게 됐다. 수많은 활동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거다.

실제로 UCC는 참 많은 사회공헌 활동을 한다. 7년째 하고 있는 베트남 봉사활동과 각사 주관의 사회공헌 활동에 회원사별로 참가한다. 그리고 여러 환경 캠페인을 비롯하여 목적사업 실천력 강화를 위한 회원사별 임직원 UCC 기금모음 활동 등이 있다. 이중에서도 베트남 봉사활동이 UCC의 가장 대표적인 활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베트남 봉사활동을 들여다봤다. 노사가, 기업과 기업이 이해관계를 넘어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 것일까.

 

기업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봉사활동의 집합체

베트남 봉사활동은 UCC가 하는 활동 중 가장 크고 특색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하여 매년 시행되고 있다. 지금은 봉사활동을 할 때 20~30개의 언론사와 현지 공영방송 등을 통해 소개된다. 교민 사회와 다수의 베트남 기업에서도 평가가 굉장히 좋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렇게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지속하고 노력해온 결과인 것이다. 처음 갔을 때만 하더라도 반응은 냉랭했다고 한다. 통역사들은 봉사단에 “회사를 위해서 하는 것이냐, 이거 가지고 장사하는 거 아니냐”며 그렇다면 자신들은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거다.

이처럼 모두가 상업적 이벤트로 보거나 봉사활동이라도 한, 두 번 정도 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매년 가서 봉사하고 더 많고 나은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걸 보고는 지금처럼 평가가 좋아졌다고 한다.

올해 베트남 봉사단은 총 54명으로 KT에서 26명, 분당서울대병원 5명, SH공사 4명, 농어촌공사 3명, aT 3명, 남동발전 2명, UCC 장학생 11명으로 구성됐다. 참가하지 못한 회원사에서는 화장품 세트나 오토바이 안전모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매년 KT가 베트남 이주여성 약 40가족과 친정가족 등 약 400여명을 대상으로 ‘화상상봉’을 시켜주고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무상진료 등을 진행한다. 전체적인 구상은 KT에서 하지만 회원사 특색에 맞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면 현지 가능성을 타진해 진행한다. 베트남 현지에서 원하는 봉사가 있다면 각 회원사 회의를 거쳐 의사 결정한다.

이렇듯 회원사가 많아서 다양하고 효율적인 부분도 있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고 박충범 KT노조 교육국장은 말했다. 하루의 일정이 마무리되고 저녁시간에는 약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봉사단의 의미를 되새기고 혹시 모를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약간의 통제를 하기 마련이다. 같은 회사, 같은 조직에 소속된 이들이라면 좀 더 자연스럽게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다른 조직 간에는 종종 불편함이 남기도 한다고.

그래서 올해에는 저녁 자유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미션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해갔다고 했다. 회원사 구분 없이 섞어 조를 만든 후 시티투어를 겸해서 유명한 가게에서 먹거리와 함께 인증 샷을 찍거나, 체육행사의 일환으로 볼링대회를 열어 소정의 상품을 주는 식이었다. 빡빡한 봉사활동 일정을 소화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잘 몰랐던 회원사 사람들과 교류도 자연스레 되면서 모두 만족했다고 한다.

올해는 여성가족부와 협의해 오랫동안 친정을 방문하지 못한 5쌍의 다문화가정을 선별했다. 이들 가족이 한국의 시댁식구들과 함께 하노이로 가서 베트남 친정식구와 만남을 가졌다. 양가 식구들이 함께한 가운데 베트남과 한국 양국의 전통 혼례를 올리기도 했다.

박충범 KT노조 교육국장은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전했다. 5쌍의 부부 중 키가 왜소한 남성 참가자가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전통 혼례를 거부한 것. 자신의 작은 키 때문에 부인이 상처 받을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그의 부인은 꽃단장을 하고 무대 아래에서 다른 부부들이 전통 혼례를 치르는 걸 그저 바라봤다.

혼례 행사 후 다문화가정과 교민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진행했다. 여기서 의수화가 석창우 화백의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루다’는 퍼포먼스와 휠체어 성악가 황역택,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가수 강원래 등이 함께 출연했다.

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마음의 문을 열게 되자 제일 먼저 무대 위로 올라가 사진도 찍고 함께 춤도 추며 끝날 때까지 내려가질 않았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펼쳐낸 무대를 보고 감동 받고 용기를 얻은 것이었다. 가족들도 그가 그렇게 활동적인 모습은 처음 봤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시간이 지나 연락을 해보니 그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원래는 밖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고 했는데, 스스로 밖에서 활동도 하고 사람들도 만난다고 했다. 자신을 가둬뒀던 벽을 허문 것이다. 그는 고맙다고 했다. 박충범 국장은 이와 같은 변화는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사람들에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시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외의 많은 활동들

UCC는 베트남 봉사활동만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활동들을 한다. 주요 활동으로는 크게 여행 봉사와 환경 캠페인이 있다.

여행 봉사로는 ‘징검다리 힐링캠프’가 있다. 회원사가 보유자산을 활용해서 소외이웃에게 힐링과 행복을 나누는 봉사다. 2017년에는 SH공사와 분당서울대병원, 장애인고용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KT 노사가 함께 모인 봉사단이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1박 2일 동안 ‘따뜻한 온천여행'을 떠났다. 여기서 KT는 고도수련관 제공과 동우회 재능기부,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인력 지원과 의료구급함 제공, SH공사는 서울 임대주택 거주어르신 선발 및 케어를 했다. 역시 회원사별로 특색 있게 자신들의 역할을 도맡았다.

환경 캠페인으로는 먼저 ‘Re-Born’이 있다. Re-Born은 KT 노사공동 재활용 프로젝트로 회원사별로 폐 휴대폰을 모아 KT 클린센터에서 정보를 지운 후 매각한다. 매각수익은 다시 각 회원사별로 분배한다. 이 수익은 회원사별로 불우이웃돕기 등의 성금으로 쓰인다. 그리고 ‘Earth Hour’라는 활동도 있다. WWF(세계자연기금)와 연계로 하며 KT와 UCC는 WWF를 공식 후원했다. 지구 환경보존과 지구촌 휴식을 위해 한 시간 동안 전국 회원사 사옥을 일괄 소등하며 임직원 가정도 자율적으로 동참했다. 그리고 UN SDGs지원 한국협회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 하는 ‘자동차 No-Day’, 회원사 임직원이 뜻을 모아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환경정화운동을 하는 ‘녹색지킴이’ 등이 있다.

이밖에도 기업 간에 미혼 임직원 만남의 기회 제공 및 회원사간 결속력을 가능하게 하는 ‘오작교 프로젝트’, 매년 소외계층을 위해 제빵·제면을 전달하는 ‘Love Action’ 등등이 있다.

이처럼 UCC는 뜻 그대로 기업 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로서 특색과 효율성을 잘 실현하고 있다. 각 사별로, 그리고 노사가 구분 없이 하는 봉사활동은 외적인 효과도 있지만 내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 각 회원사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 성장을 하기도 하며 노사 간의 굳어져있는 관계를 유하게 풀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