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힘
작지만 강한 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9.07 09:49
  • 수정 2018.09.07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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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영향으로 더위가 한 풀 꺾인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던 날이었다.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다니던 평소와는 달리 우산을 쓰고 길을 나섰다. 뜨겁게 달구어진 대지를 식혀주는 비가 어느 때보다 반갑게 느껴졌다.

지도 앱을 켜 목적지를 입력했다.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휴대폰 화면과 길을 번갈아 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노란색 큼지막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꿀잠. 크게 헤매지 않고 찾을 수 있어 두 글자에 안도의 한숨을 폭 내쉬었다. 북적거릴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오전에는 사람이 없어 조용한 분위기에서 취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쉼터 안은 정말 노동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설픈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공간 하나하나 설명하는 김소연 운영위원장 역시 자랑스러움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 전문가들도 꺼려한다는 타일 하나하나까지 노동자들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며 찍은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무더운 날씨와 고된 노동으로 인해 힘들만도 할 텐데 찌푸린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지어서였을까. 꿀잠의 공간에는 왠지 모를 따뜻함이 가득했다.

취재가 끝나가던 무렵 투쟁 중인 노동자들이 꿀잠에 찾아왔다. 투박하게 오가는 대화 속에서는 걱정과 응원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투쟁을 했던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연대였다.

몇 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회초리 하나를 부러뜨리게 한 후 다시 한 다발의 회초리를 주고 부러뜨리라고 한 적이 있다. 원래의 의도는 쉽게 부러뜨리지 못 해 연대의 힘이 중요하다고 알리려 했다. 하지만, 출연자가 회초리 한 다발도 부러뜨리는 모습을 보고 박장대소 한 적이 있다.

한 사람의 힘이 적다고 하더라도 하나하나 모아진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한 힘이 된다. 꿀잠은 노동자 한 사람의 마음, 비정규직이 없어졌으면 하는 시민 한 사람의 마음이 모여 탄생한 곳이다. 그런 마음들이 하나하나 모여 만들어진 꿀잠은 어떤 건물보다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