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 한종환 기자
  • 승인 2018.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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뙤약볕 아래였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서울역 앞에서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오와 열을 갖추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전, 생명, 공공성을 가장 밑바탕에 둔 근거로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행인 한 명이 욕설과 함께 지나갔다. 속절없이 강하게 내리쬐는 볕 아래서 조합원들은 피켓을 든 채 발언자의 발언과 행인의 욕설이 뒤섞인 말을 들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쳐다보면서도 햇볕을 피하고자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기자회견을 끝낸 후 조합원들은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가면서 자신들이 왜 거리행진을 하는지 차량 방송을 통해 이유를 설명했다. 도로로 걷는 이들을 보며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었고, 인상을 찌푸리며 구시렁거리는 사람이 있었고, 신경 쓰지 않고 태연히 길을 가는 사람도 있었다. 조합원들은 갖가지 시선들을 뒤로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차도를 통해 가서 조합원들이 지나가는 차선을 차들은 이용하지 못했다. 광화문을 지나가면서는 1차선으로 거리행진을 했는데, 2차선으로 쌩쌩 빠르게 가는 차 안에서 힐끗힐끗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조합원들은 그저 빠르게 지나가는 차 안의 시선을 느끼면서 묵묵히 청와대로 향했다.

수많은 시선의 연속이었다. 그 시선들은 각자의 판단을 담고 있었다. 당사자들은 시선마다 어떤 판단을 담고 있는지 어렴풋 눈치를 챌 수밖에 없다. 시선이 담은 판단은 당사자들에겐 판결로 다가와 폐부에 망치질한다.

투쟁하기로 마음먹은 이들은 이처럼 사람들에게 재판을 받는다. 거리에서 재판을 받기도 하며, 인터넷상에서 재판을 받기도 하고, 술자리에서 재판을 받기도 한다. 판결 결과는 가끔 당사자에게 욕설로 통보되기도 하고 응원으로 통보되기도 한다. 판결의 합리성을 떠나 들리는 순간마다 그들의 심사는 요동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옳다고 믿기에 사람들이 제각기 내리는 판결에도 꿋꿋하고 묵묵했다. 그들은 세상이 어떻게 말하더라도 자리를 꿋꿋이 지키면서 동시에 묵묵히 나아가야만 한다는 걸 안다.

난 청와대까지의 행진이 끝나고 긴장을 푸는 그들을 봤다. 자세도 편하게 하고 이야기하며 웃기도 하고 서로 수고했다며 다독이기도 했다. 하지만 편안함 속에서도 은연중에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그들은 사측과 더불어 수많은 시선과도 싸워야하기에 항상 긴장하며 고단할 수밖에 없다. 얼마 후 그들은 끝날 때까지 풀 수 없는 긴장감을 안은 채로 고단한 몸을 이끌고 각자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다. 투쟁이 끝날 때까지 그들은 계속 피곤하고 고단할 거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든 자리를 꿋꿋이 지키면서 동시에 묵묵히 나아가야만 한다는 걸 안다.

복직한 KTX 해고승무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래서 그들이 끝내 해냈던 것처럼.

난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신경써야할 그들이 하루빨리 이런 피곤함과 고단함, 급격한 심사의 요동에서 벗어나 업무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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