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한류열풍 뒤, 방송스태프들 노동환경은 ‘최악’
드라마 한류열풍 뒤, 방송스태프들 노동환경은 ‘최악’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10.02 17:34
  • 수정 2018.10.02 17:3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자 증언대회 개최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아침 7시부터 시작한 촬영이 새벽 3시가 넘어서 끝나는데, 다시 아침 7시 30분까지 나가서 일해야 해요.”

방송·영화 등이 기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지난 7월 1일부터 주 68시간제가 적용됐다. 3개월이 지난 지금 밤낮없이 일하던 방송스태프들의 노동환경은 나아졌을까?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공동주최로 2일 국회에서 ‘방송스태프 비정규직 노동자 국회증언대회’가 열렸다. 익명으로 노동환경을 고백한 방송스태프들은 여전히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드라마제작 현장에서 조명파트로 일하고 있는 한 노동자는 “현장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강력하게 요구해도 제작사에서 들어주지 않는다”며 “그 순간 촬영현장에서 낙오되고 만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생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불공정계약을 하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니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지미집을 담당하는 그립분과 노동자는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드라마가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방송현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열정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친구들도 사라질 것이고 한국드라마의 힘도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작가의 성토도 이어졌다. 올해는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 등 국가적 행사로 인해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 편이 방송될 때 페이를 받는 작가들은 한 달에 두 번 이상 결방이 발생하면 월급이 반으로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프로그램을 폐지할 때 한 달 전에 고지해주지 않고 예고 없이 폐지를 통보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독립PD는 일의 시작과 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구두로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간에 어떠한 변수가 생겨도 PD들이 감수하는 구조”라며 “촬영 중 부상이 있어도 방송사나 제작사는 책임지지 않고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증언대회에 참여한 김진억 희망연대노조 국장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스태프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하며 핵심은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라며 “노동자성이 적용되면 최저임금과 시간외수당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날 증언대회에 참여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