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필관리사노조 창립 25주년...근로시간 단축 쟁점으로 부각
마필관리사노조 창립 25주년...근로시간 단축 쟁점으로 부각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1.01 02:27
  • 수정 2018.11.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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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충원 없이는 마필관리사 노동조건 개선 난망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마필관리사 고용구조는 독특하다. 25년 전까지만 해도 마필관리사는 모두 공기업인 한국마사회 소속 직원이었다. 그런데 1993년 경기부정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개인 마주제’가 도입되면서 마필관리사의 고용구조가 복잡해졌다. 말 주인이 조교사에게 경주마를 맡기고 그 조교사가 다시 마필관리사를 고용하면서 마필관리사가 ‘마사회-마주-조교사-마필관리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청구조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구 과천경마장)에서 열린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이하 마필관리사노조) 창립 제25주년 기념식에서도 마필관리사 근로조건 개선 문제를 두고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 양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마필관리사노조는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발맞춰 인력 충원을 통해 마필관리사 근로시간 단축을 강력하게 요구한 반면 조교사협회와 마사회, 마주협회 관계자들은 우회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신동원 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이 바뀌면서 마필관리사들이 여러 혼란을 겪고 있다. 68시간 일하던 걸 52시간으로 줄이려니 인력이 더 필요한데도 마사회는 임금만 줄일 뿐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며 “마주들이 생각을 전향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홍대유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 회장도 “노동부가 계속 마필관리사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줄이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하는데 마사회나 마주협회는 인력 충원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다”며 “임원들 사이에 마필관리사 근로시간 단축문제는 재갈공명이 와도 해결을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어 “주 40시간 근무하는 게 좋지만 68시간 일하는 것도 부족하지 않았냐”며 “말을 관리하는 직업 특성 상 무한정 떼를 쓰기보다는 사측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양보할 것은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국인 서울마주협회 경마분과위원장은 “인력충원을 반대하는 것이 마주협회의 공식입장은 아니다. 노사 간의 어려움을 나누고 슬기롭게 문제점을 풀어가자”고 답했다. 김종국 한국마사회 경마본부 본부장도 “마필관리사와 마사회는 경마의 발전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동고동락하는 사이”라며 “동반자로서 마필관리사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안전하고 쾌적한 근로 환경 속에서 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발언했다.

앞서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부산·경남 경마공원 마필관리사 2명이 열악한 근무환경을 비관하며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이날 창립기념식에는 마필관리사노조 조합원 470명과 류기섭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수석부위원장, 김병준 한국환경공단 환경관리노조 위원장 등 내·외빈 다수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