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하나, 귀가 둘인 이유
입이 하나, 귀가 둘인 이유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7.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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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이제 정말 완연한 가을인가 봅니다. 우리나라가 조금씩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더니 정말 요 몇 해 사이에는 봄, 가을이 너무 짧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가을도 늦게 찾아오는 걸 보니 또 금세 겨울이 오겠지요.

아직은 좀 때가 이르기는 하지만 10월말쯤 펼쳐지는 단풍의 장관은 낙엽의 쓸쓸함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가을의 정취 중 하나입니다. 이 맘 때면 늘 가슴에 와 닿는 시 한 수가 있습니다. 바로 김영랑의 '오매, 단풍 들것네'입니다.

"오매, 단풍 들것네" /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오아 /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 "오매, 단풍 들것네" //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 바람이 자지어서 걱정이리 /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 "오매 단풍 들것네"

시만 조용이 읊조려보더라도 가을의 색감이 느껴지지 않으시는지요? 문득 경주서 감포 가는 길의 강변 절벽에 펼쳐지는 그 아스라한 단풍 풍경이 가슴에 새겨집니다. 올 가을,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단풍을 가슴에 담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요사이 이런 가을 정취를 무참히 깨버리는 '설화(舌禍)'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이, 인간 될 확률이 2억분의 1이라는 우스개도 있습니다만, 최근의 행태들은 도를 지나친 듯 싶습니다.

국정감사 기간 중에 고급 술집에서 피감 기관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서는 '폭탄주에서 양주잔 꺼내고 마셨다' '씨발이라는 욕 밖에 안 했다'고 큰 소리 치는 양반은 참 후안무치해 보입니다.

언어장애가 있는 장관을 세워두고 말더듬는 걸 흉내내고 반말로 면박을 준 양반은 '시간이 모자란데 답변이 늦어져서 그랬다'는 변명을 해댑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함께 웃어제낀 여야 다른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 속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 상처가 고스란히 자신에게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번에 봉변을 당한 장관이 장애인의 날을 맞아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진짜 장애를 두 가지로 꼽았더군요. 그건 바로 소통의 장애와 자신감의 장애입니다.

지금 우리는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참, 그리고 말로 사고치는 분들께 탈무드의 한 구절을 전합니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형 경영혁신기법은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그간 우리 기업들은 ERP니 6시그마니 TPS니 하는 외국에서 잘 나간다는 경영기법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우리 토양에 맞지 않아 시간과 돈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실태를 진단해 봅니다. 이 기획은 앞으로 3회에 걸쳐 우리 기업의 경영혁신 활동과 생산현장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형 경영혁신 모델'을 찾아보는 시도로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또 노사간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으로서의 노사협의회를 집중진단합니다.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단체교섭의 또다른 형태로 변질되어버린 노사협의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대로 된 노사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아울러 11월 입법화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고 있는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에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그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