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보수 체계, 어떻게 개편 돼야 하나
공공기관 보수 체계, 어떻게 개편 돼야 하나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8.12.11 18:21
  • 수정 2018.12.11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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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보수체계 개편 용역 연구 내용 중간 발표
노동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시간 필요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호봉제에서 직무급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기재부의 개편방식과 속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 전문가들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 개최한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과 전망’ 공개 토론회에 참석해 임금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해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심각한 사회 갈등이 예상 돼 개편 방식에 대해선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 계층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체계 유형(임금 결정 요인)은 직무역할급(수행업무), 직능급(수행능력), 연공급(=호봉제, 근속기간), 성과급(성과)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직무역할급은 수행업무의 내용, 난이도, 책임정도 등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직무급과 조직 내 역할이 차지하는 가치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역할급으로 세분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직무와 관계없이 근속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다.

종합토론에는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 채준호 전북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 정승국 중앙승가대학교 사회학부 교수, 신재욱 FMASSOCIATES 컨설팅 대표 등 8명이 참석하고 이원덕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노동계,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은 수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노동계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보수체계 개편 추진 자체에는 이견을 달지 않았다.

이들은 현행 호봉제 임금체계에서는 공공기관 내 고용형태, 공공기관 유형에 따라 임금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체계를 바꿔 직무능력과 역할에 따라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데 공감의 뜻을 밝혔다.

채준호 전북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며 “임금체계를 개편해 직원 간 임금 배분의 공정성을 제고하고 고용 형태 또는 직군 간 임금차별, 공공기관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관 종사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더니 현장에서도 동종·유사 업무를 한다면 공공기관 규모와 유형에 관계없이 유사한 수준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학부 교수는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누군가가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의 누군가가 저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오늘날 청년들은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연공성을 줄이는 방안은 공공기관 뿐만 사회적으로도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호봉제는 공공기관의 뿌리 깊은 역사, 충분한 논의와 시간 필요

다만 기재부가 추진하는 개편 방식과 속도에는 우려가 높았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호봉제 체계의 뿌리가 깊어 급격하게 바꿨다가는 사회적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무급 제도를 호봉급과 완전히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영국이나 독일에서도 직무중심의 임금체계라 하더라도 임금체계를 설계할 때는 어느 정도 근속에 따른 숙련을 인정해 임금 인상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도 “호봉급 체계는 역사성이 있고 관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직무급제로의 전환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기 보다는 사회적 대화 기구를 통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단기적 개혁과제가 아닌 장기적 개혁과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기관마다 임금체계의 유형과 관행이 다양해, 보다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은 “기재부가 제시한 개편방안에 따르면 기관 내부 특성에 따라 직무등급 조정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서 기관 종사자들의 통일적 공감대 형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다른 기관 눈치를 보다가 졸속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각 공공기관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선택은 유지하면서도 공공기관에 통일적이고 포괄적으로 적용할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공공기관 직원들의 임금(기본급)에서 연공요소의 일정비율을 상한 기준으로 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기획재정부가 후원하는 것으로 자유토론에 앞서 ‘FMASSOCIATES 컨설팅’의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 유형안 제안과 앞서 새만금개발공사에 직무급제를 시범운영한 사례발표가 진행됐다. 신재욱 FMASSOCIATES 컨설팅 대표는 직군 및 보수체계 현황, 기관 특징에 따라 보수체계 개편 유형을 8가지로 나누고 각 기관 별 개편 방향성을 제시했다.

‘FMASSOCIATES 컨설팅’은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안 마련을 위해 연구용역을 맡긴 회사다.

한편 정향우 기획재정부 제도기획과 과장은 “오늘은 지난 8월 말 1차 용역 연구 결과 발표에 이어 연구 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이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자리는 아니”라며 “여전히 제도개선 취지에 대한 공감대 외엔 이견의 여지가 커 , 개편 방식과 발표 시기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