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총파업 돌입하나
서울 지하철 총파업 돌입하나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8.12.26 17:04
  • 수정 2018.12.26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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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조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실질적 임금 상승 안 돼" 주장
사측과 오늘까지 교섭, 실패하면 내일부터 총파업
ⓒ 박재민 기자 jmpark@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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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서울교통공사노조)이 26일 오전 서울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행정안전부가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서울교통공사가 행안부 임금피크제 지침과 상관없이 신규채용 인원에 대한 임금 부족분을 인건비 외 항목의 잉여 예산에서 충당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까지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협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27일부터 지하철 운영을 감축하는 등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 사무처장은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행안부는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지침만 고수해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임금피크제 문제 발생 원인이 불합리한 제도적 모순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고 버티는 행안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결단할 것”을 요구했다.

임금피크제는 박근혜 정부가 ‘청년 고용 절벽’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공기관에 적용한 제도다. 정년에 근접한 59세와 60세 노동자 임금을 각각 10%와 20% 절감하고 거기서 마련된 예산을 청년 신규채용에 사용하겠다며 2016년 1월부터 시행됐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338개 공공기관과 행안부가 관리하는 114개 지방공기업이 대상이 됐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도입에 합의했고 지난해 5월 두 기관이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임금피크제 ‘별도 정원’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대상자와 임금피크제로 인해 신규채용되는 인원은 해당 기관의 총 정원에 포함되지 않고 ‘별도 정원’으로 관리되는데, 별도 정원 인원은 행안부가 서울교통공사 예산을 편성할 때 고려되지 않는다. 즉, 서울교통공사에 편성된 예산 항목에 별도 정원을 위한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아 임금피크제로 인해 신규 채용한 직원 임금은 서울교통공사 총 인건비 항목 안에서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피크제 적용을 통해 감액된 인건비보다 신규채용한 직원에게 지급될 인건비가 더 크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건비 외 항목에서 신규채용 인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경우 행안부는 해당기관의 경영 평가를 감점하는 등 불이익 처분을 내리는데 정기태 서울교통공사노조 교선실장은 “인건비 항목에서만 임금피크제 신규채용 인원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행안부 방침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올해 임금피크제 부족 재원은 94억 원인데 내년에는 그 금액이 102억 원, 2020년에는 135억 원까지 늘어난다”면서 “행안부가 현 방침을 유지할 경우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인건비만 계속 줄게 된다”고 주장했다.

행안부가 정한 2018년 지방공기업 인건비 상승률은 2.6%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신규채용에 지급될 인건비가 임금피크제를 통해 감축한 임금만으로는 마련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 총 인건비 상승분 중 1.03%를 부족분에서 충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초과근무수당, 승진에 따른 임금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실질적인 인건비 상승률은 0.34%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 요구 사항은 임금피크제 적용으로 신규채용한 인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인건비 외 항목에서 충당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와 노조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가 제안한 조정안도 행안부 임금피크제안에 결함이 있다고 보고 인건비 외 항목에서 신규채용 인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서울모델협의회 조정안에 따라 우선 문제를 해결하자고 사측에 제안하고 있지만 사측은 행안부가 처분을 예고한 경영평가 불이익을 감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자고도 제안했다. 현재 서울교통공사 직원 평균 노동 시간은 월 165.8시간인데, 이를 150시간으로 줄여 인력 부족분 1,743명을 새로 채용하자는 것이다. 임금피크제로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청년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황철우 사무처장은 “2018년 11월 현재 역당 근무 조 인원이 2명밖에 안 되는 역사가 72개에 이른다”면서 “지하철 안전을 위해서라도 인력을 충원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