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분리
두 가지 분리
  • 박재민 기자
  • 승인 2019.01.11 11:46
  • 수정 2019.01.1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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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기자 jmpark@laborplus.co.kr
박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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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8일 남강릉분기점에서 발생한 서울행 KTX산천 806호 탈선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탑승객 198명 가운데 14명이 타박상만 입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사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이 안도감이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이번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었던 시점을 고민해 보자.

우선 2005년 1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분리된 시점을 봐야겠다. 현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위원회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하는 선로전환기 설치 오류는 두 기관이 통합돼 있었어도 발생했을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합파이다. 그는 “국민 안전 문제와 밀접한 철도의 경우 현재와 같은 분리 운영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분리파인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기관 분리 이후 오히려 사고 발생 건 수가 줄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통합과 분리의 당위를 지금 확정할 수는 없어 보이지만,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는 “철도가 가진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철도가 가진 특수성이란 공공성과 서비스로 요약할 수 있겠다.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공공 서비스’라는 전제를 강력하게 염두에 두고, 철도가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무엇이 올바른지 논의할 필요가 절실해졌다는 점이 이번 사고를 통해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KTX 승무원들이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던 2015년 2월도 살펴볼만한 시점이다 있다. KTX 승무원은 안전업무 주체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 요지는 승무원이 안전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이는 이례적인 상황에 한정돼 승무원 고유의 업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와 철도안전법 해석에 근거해 만들어진 ‘코레일 비상대응 매뉴얼’이 철도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고객 안전에 장애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로 증명되면서 대법원 판례의 실질적 가치에 의문을 갖게 한다. 이영수 연구원 말대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전 업무 주체를 열차팀장으로 한정한 것은 비현실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강릉선 탈선 사고는 두 가지 ‘분리’가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줬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분리는 선로전환기의 설치 오류를 1년 넘게 방치하는 구조로서 작동했을 가능성 있고, 안전업무에 있어 원청업체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하청업체 코레일관광개발 소속 승무원의 인위적인 업무 분장이 피해자들의 증언처럼 승객들 스스로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각자도생하는 상황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부채 감소와 원청업체의 관리 비용 축소라는 경제적인 목적에서 고려된 두 가지 분리를 검토해보면서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따라왔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분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