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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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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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C면세점, 국내 최초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 기관 선정

[리포트] JDC 면세점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보호법이 마련됐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 갑질을 받은 뉴스 기사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정당하지 못 한 대우를 받는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여전히 미숙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감정노동인증원은 지난해 5월 설립돼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기관 인증’제도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24일 JDC 면세점은 국내 최초로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제도의 어떤 부분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있을까.

ⓒ JDC 면세점
ⓒ JDC 면세점

감정노동자 아닌, 고객응대관리자

지난해 10월 18일,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26조의 2)이 시행됐다. 이 법은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하면서 상품판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고객응대관리자’로 정의했다.

또한, 이들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지 않도록 고객에게 폭언 등을 자제하는 요청 문구를 게시하거나 대처방법 등을 포함하는 고객응대업무 매뉴얼 마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지난 2018년 5월 한국감정노동인증원은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고 감정노동을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인증원의 주된 활동 중 하나는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기업인증’ 제도다. 이를 통해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기관이나 기업에 인증을 부여하고 있다.

인증은 기관이나 기업이 직접 신청한다. 그들을 대상으로 1단계 서면 평가와 2단계 현장심사를 실시한다. 이와 동시에 객관성과 사실적 평가를 확보하기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익명의 자가진단 조사도 함께 진행한다.

기업에서 제대로 된 제도를 진행한다고 해도 현장에서 효율성을 느끼고 있는지 크로스체크를 통해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 기업이 선정됐다. 바로 JDC면세점이다. 이곳은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해 어떤 제도를 마련했을까.

사회적가치의 변화, 발 빠르게 대응

지난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법을 추진할 기관으로 JDC(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라는 기관이 설립됐다. JDC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수익 사업의 일환으로 JDC면세점을 만들었다. 기존의 민간 면세점과 달리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는 면세점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고객들을 만나며 상품을 판매하는 면세점 직원들은 1,000명~1,200명 규모다. 하지만, 이들은 JDC면세점 소속이 아닌 협력업체 파견 직원들이다.

지난 2017년, 새로운 영업처장이 발령받게 되면서 면세점은 감정노동자 보호 제도를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영업처장은 면세점 현장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현장 판촉 직원들의 희생이 뒤따라오고 있는 구조”라며 “정부가 바뀌고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개념으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면세점 운영 방향을 큰 틀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판촉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직원들 90%가 여성들이다. 연령대는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광범위하다. 추산한 제주도 출도객 수는 1년에 1,500만 명이다. 면세점 직원이 1,000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직원 1인당 감당해야 하는 고객은 수백 명이나 된다.

하루에 수백 명의 고객을 만나면서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JDC면세점 영업처장은 감정보호 장치를 만들었고, 이를 인증을 받는 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인증이 목적이기 보다는 감정 노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인증 과정을 통해 시스템을 정착시켜 보고자 하는 목표가 컸다”고 인증을 신청한 계기를 설명했다.

ⓒ JDC 면세점
ⓒ JDC 면세점

 

서비스 기계가 아닌 사람 대접 받는 순간

JDC면세점 영업처장은 우선 직원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불만을 듣기 위해 모바일을 통해 밴드를 개설했다. 하지만, 본인의 이름이 노출될 위험성 때문이었을까. 첫 번째 시도는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 했다.

그러던 중 오프라인에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사용하는 직원 전용 화장실 안에 편하게 쓸 수 있는 소원함 일명 ‘화장실 TALK’을 설치했다. 이 소원함은 매 월 영업처장이 직접 읽어보며 직원들의 고충을 확인한다. 지금까지도 가장 효과적인 소통 창구다.

또한,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JDC면세점은 우선적으로 감정노동자 보호 권고 배너를 설치했다. 매장 안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건강 보호 차원에서 의자를 배치하기도 했다.

그는 악성 민원인에 대해 유선 상에서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도 정착시켰다. 내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1번의 경고 후, 계속해 폭언이 이어진다면 전화를 끊을 권리가 주된 내용이다. ‘JDC PRIDE’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JDC 직원들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의미와 함께 직원들 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매장 안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직원들의 휴대폰 휴대 금지를 해제했다. 뿐만 아니라 공항과 협의를 통해 20평의 휴게 공간을 확보해 안마기와 소파, 수면실 등을 마련했다. 또한, 직원들의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꼽혔던 ‘고객 만족도 조사’ 기간에 직원들에게 ‘브런치까페’를 열어 커피와 다과를 제공하며 휴식과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영업처장이 꼽은 가장 큰 성과는 ‘미스터리 쇼핑’제도 폐지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직원 만족도 서비스 검사가 아닌, 면세점에서 고객을 가장해 직원들의 서비스를 평가하는 제도다. 제도 폐지를 선언하는 순간, 천장이 열릴 것 같은 환호성이 나왔다고 영업처장은 회상했다.

1년여 시간 동안 직원들의 감정노동 보호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영업처장은 “현장을 다녀보면 직원들의 표정이 좀 더 밝아지고 자연스러워졌다”며 “가장 감명 깊었던 순간은 설명회 진행 중 직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사람 대접 받는 것 같다고 말하던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매출 올리는 기계’, ‘서비스하는 기계’였던 직원들이 이제야 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밝혔다.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우수 기관으로 인정받았지만, 부족함을 느끼게 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는 것. 면세점의 특성 상 공항 안에 세 들어 살고 있다 보니 의지에 따라 직원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영업처장은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감정 노동자를 위해 다양한 제도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지만, 어려운 싸움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면세점의 본업은 매출을 올려 수익을 얻어야 하는 사업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고객 만족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반면, 감정 노동 관리는 경영진이나 다른 부서에서 봤을 때 매출과 무관한 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의 시선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인증을 받은 지금도 분위기는 여전히 두려움 반, 기대 반이다. 영업처장은 “감정노동자 보호가 나아가야 할 가치이기는 하지만, ‘과연 우리가 먼저 해도 될까’에 대한 두려움과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우려도 존재한다”며 면세점 실적과 감정노동 보호 사이의 중심을 찾기 위해 분투 중이라고 밝혔다.

ⓒ 한국감정노동인증원
ⓒ 한국감정노동인증원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서로에 대한 이해

JDC면세점의 어떤 부분이 감정노동자 보호 우수 기관으로 선정되게 만들었을까. 심사에 참여했던 박종태 한국감정노동인증원 원장은 “무엇보다 최고 책임자가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심이 많았다”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개선활동을 벌여나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인증을 신청한 영업처장도 우수 기관 선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떨어질까 걱정도 많이 했고, 최초가 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며 “심사 과정에서 가장 강조했던 것은 진정성이며, 그 마음이 직원들에게도 전달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여정은 지금이 시작이라고 말한다. 영업처장은 “인증까지 받았는데, 이 정도밖에 안되냐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며 “캐비닛 속에 잠자는 제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이의제기를 하는 고객들에 대한 논리적 방어를 위한 공부도 필요하다”며 “현장에 특화된 매뉴얼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정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 기업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JDC면세점 영업처장은 “경영자의 의지가 우선 굉장히 중요하다”며 “장기적인 실적으로 보았을 때 감정 노동이라는 제도가 고객 만족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객들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좋은 실적을 내야 하는 것과 감정노동을 보호하는 것은 양날의 칼이라고 본다”며 “나도 고객이자 직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좀 더 성숙된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서로의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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