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우정노동자 목소리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
여성 우정노동자 목소리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9.02.01 15:11
  • 수정 2019.02.0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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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중심의 노조활동 반성해야

[인터뷰] 김병욱 동대문우체국지부 지부장

전국 방방곡곡의 일터에서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와 체계, 남성 노동자 중심의 이야기 구조가 많이 남아 있는 게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우정산업 역시, 남성 중심의 문화가 자리내리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특히,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집배원들의 노동 현안과 관련한 문제들을 살펴보자면 그렇다.

인력 부족과 승진 적체, 무엇 때문인가?

여성 집배원은 아주 없진 않지만 극히 소수다. 집배원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 성별을 기준삼진 않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일이 버겁기 때문에 응시하는 이들이 적다. 그에 반해 일선 우체국 창구에서 근무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계리원과 우편원 같은 직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다.

김병욱 동대문우체국지부 지부장은 인터뷰 첫 머리에서 “여성 조합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동안 우정노조를 통해, 혹은 여타 다른 경로로 우정 노동자들의 일과 일터의 모습은 많이 다루어졌는데, 주로 집배원 중심의, 남성 노동자 중심의 현안이 조명됐기 때문이다. 동대문우체국지부의 조합원 수는 모두 164명, 이 중 여성 조합원은 31명이다.

김 지부장은 이들 여성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는 주된 문제점을 ▲인력 부족 ▲승진 적체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꼽았다.

인력 부족이나 승진 적체와 관련된 문제는 비단 여성 조합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정산업 현장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는 불만이다.

김 지부장은 “청장이나 우정사업본부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적어도 서울 시내에서 근무하려면 5인 관서의 여력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그 정도 인력을 확보해야만 휴가를 사용한다든지, 갑자기 몸이 아파서라도 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정 노동자들의 현실은 여의치 않다.

적정한 인력이 확보되지 않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매출액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그리고 누구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우정산업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산업이잖아요. 그런데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야지만 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겁니다. 사업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성과나 실적을 계속해서 강조할 수밖에 없고 인력의 운용도 바짝 조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실적 중심의 획일적 잣대, 구성원 불만은 누적 중

특히 각 관서에 할당되는 사업 목표를 책정하면서 지역적인 특성이 고려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현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 지부장은 “가령 강남이나 중앙 우체국처럼 사업을 많이 할 수 있는 관서와는 달리, 동대문우체국의 경우 대부분 주거지역이기 때문에 사업 목표를 채우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것이 쉽지 않은 판국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을 그때그때 승진시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여성 조합원들이 십수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있지만, 적체된 승진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이나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우정노조의 노력으로 인원 충원 문제는 조금씩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부족함이 채워지기는 아직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일부 증원이 있었고, 올해에도 충원 계획이 있긴 하지만 당장 현실에서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충원 계획이 발표된다든지, 노동조합이 나서서 인력 문제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있는 겁니다. 사업 목표를 달성해야지만 조금이나마 성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잖아요. 지난해의 경우 아쉽게도 목표에 좀 못 미쳤는데, 조합원들은 오히려 ‘우리가 조금 부족했나 보다’라고 자책을 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베테랑 직원들도 점점 더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그런가하면, 실제로 현장 우정 노동자들의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우체국이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우정 노동자들은 철저하게 ‘을’ 입장에 처하게 된다.

최근 점점 더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감정노동과 관련한 문제는 우체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우정 노동자들이 고객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감정적으로 상처를 받거나 힘들어하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들을 비롯해, 감정노동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사업장, 특히 여성 노동자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일터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본격적인 이슈로 대두되었다. 각 일터와 업무의 특성에 맞게 이와 관련한 대책들도 만들어지고 있으며, 실제 효과를 보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아직 우정산업 전반에서 이와 같은 이슈는 중요시되지 않는 형국이다.

동대문우체국지부의 경우 상, 하반기로 나누어 조합원들의 고충을 듣고 있다. 상반기에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합원들의 고충을 수집하고 취합하며, 하반기에는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직접 조합원들의 육성으로 문제를 듣고 해결 방안에 대해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김병욱 지부장은 “지부장의 권한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에 접근할 수 없는 게 좀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근무여건의 개선은 고충을 듣는 즉시 바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가령 노후 관서에서 근무하는 창구 여성 조합원들이 겨울철 단열이 잘 안 되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자, 우체국 출입문에 에어커튼 장치를 설치해 찬 공기의 유입을 억제했던 것처럼 말이다. 김 지부장은 환경개선 등과 같이 단순한 고충은 90% 이상 바로 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