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전환과 해고 통보 … 채용비리로 뒤바뀐 운명
정규직전환과 해고 통보 … 채용비리로 뒤바뀐 운명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2.28 16:33
  • 수정 2019.02.28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료연대본부, "부당해고자 3명 지금 당장 복직시켜라"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상급자 지시로 뒤바뀐 삶

불의의 사고를 통해 몸이 뒤바뀌며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는 한국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특정 인물들이 고의로 조작한 심사를 통해 정반대의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보라매병원은 작년 2월 노사합의에 따른 무기계약 전환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34명 중 31명을 합격시키고 3명을 불합격시켰는데 정부 발표에 따르면 보라매병원은 전환 면접 시 전환 대상자가 아닌 非상시업무 종사자 3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非상시업무 종사자 3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정당한 전환대상자들을 탈락시켰다고 의심되는 상황이다.

보라매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하다 지난해 해고당한 노동자는 “엄마가 자랑스럽다는 딸들에게 정의가 이뤄지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해고당한 방사선사의 자녀들은 어머니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같은 전공을 택해서 공부 중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준혁 기자 jhsong@laborplus.co.kr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 정규직 전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28일 12시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보라매병원 채용비리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피해자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진경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는 2030세대의 취업난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서울대병원도 빽 있으면 정규직으로 들어오고 돈 없고 힘 없는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임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또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공정한 심사를 말했지만 채용비리로 뽑힌 노동자들이 정규직화 됐다”고 비판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마치 권력세습이라 말했던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의 주장은 허위임이 증명됐다”며 지난해 이뤄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귀족노조의 고용승계’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또한 “채용과정에 있었던 하나라도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혀야 한다. 그 하나 때문에 폄훼 확대되는 일이 다신 일어나선 안 된다”며 “해고자가 원직복직 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해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측은 보라매병원이 동료들에게 지각을 목격한 적이 있냐며 허위로 확인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서울대병원 측에 인사위원회 요청과 허위확인서 종용했다는 증언을 제보 받고 나서도 수개월간 바로잡지 않았다며 서울대병원을 비판했다.

한편 채용비리로 무기계약직 전환에서 제외된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도 나왔다 “보라매 병원 종합건강증진센터에서 일하며 환자들을 위해 일하며 보람을 느꼈다”며 힘들게 입을 연 해고노동자는 “(본인이) 하지 않은 불친절, 지각, 업무태만을 명시해 해고를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는 정의냐”며 “공공기관인 보라매병원의 인사는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태엽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은 “채용비리는 최악의 비리로 취준생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삶의 희망마저 빼앗는 범죄”라며 “금번 채용비리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상급자 지시로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닌 사람이 정규직화된 사례”라고 규정했다. 또한 “제대로 된 평가나 지시가 아니었고 중간관리자의 농단이 일어났다”며 채용 최종 결정권자였던 김병관 보라매병원장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관계부처가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및 대책’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18.2월 상급자 지시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닌 非상시업무 종사자(3명)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 非상시업무 종사자 3명 중 한명이 ’상급자 자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서울대병원분회는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병원분회는 채용비리로 피해자가 발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로부터 중징계 처분(검찰 기소)은 1명에 그쳤고 나머지 2명은 경징계(경고처분)로 마무리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조사과정을 거쳐서 적절한 조치를 내렸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시된 1,205개 공공기관(1,453개 공공기관 중 채용미실시, 감사원감사 등 사유가 있는 곳은 제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비리가 적발된 것은 182건이다. 적발된 공공기관 50개 중 교육부 소속 기관이 14곳(28%)으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