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의 주인공들 이제는 웃을 수 있을까
‘카트’의 주인공들 이제는 웃을 수 있을까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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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합의로 비정규직 제로 이끌어낸 홈플러스 노사상생의 모범되나
고용안정성 개선됐지만 노동환경 문제 여전

[리포트] 홈플러스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고령층, 여성, 낮은 임금’

대형마트는 한국사회 노동의 부정적 측면을 보여주는 사업장이었다. 지난 2월 18일 홈플러스㈜와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가 무기계약직 사원 전원(약 1만 2,000명)을 정규직화 하는 데 합의했다. 홈플러스스토어즈㈜와 홈플러스일반노조의 임단협과 관련해 조율이 완료되면 약 1만 5,000명 규모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다.

비정규직 문제의 대표 사례로 비춰졌던 홈플러스가 노사 합의를 통해 대형마트 3사 중 최초로 비정규직 없는 일터로의 변화를 이뤄가고 있다. 홈플러스 노사는 앞으로도 상생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상생? 대립하기 바빴던
홈플러스 노사관계

1997년 설립된 홈플러스의 역사는 매각과 인수합병, 그로 인한 노사갈등의 역사다. 우선 홈플러스 노사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 두 법인으로 나누어진 경과를 살펴봐야 한다.

삼성물산과 영국의 테스코의 합작으로 설립된 홈플러스㈜는 이후 삼성물산의 지분 매각에 의해 테스코가 홈플러스 운영 주체가 됐다. 이후 테스코가 위기를 겪자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시장에 내놨고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가 2015년 인수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스토어즈㈜는 1996년 설립된 까르푸에서 2005년 이랜드로 인수돼 홈에버로, 2008년에는 홈플러스로 인수되는 과정을 거쳤다.

홈플러스㈜는 무노조경영으로 알려진 삼성과의 합작이었던 만큼 14년간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일터였다. 2013년, 14년 만에 설립된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와 영화 ‘카트’를 통해 알려진 520일 간의 투쟁을 이어갔던 홈플러스일반노조의 투쟁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설립 첫 해부터 쟁의행위에 나섰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은 14년만의 첫 쟁의를 통해 연장근무수당 미지급과 0.5시간 계약제(시간을 10분 단위로 쪼개어 단시간계약으로 저비용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 감정노동 문제 해결을 포함한 152개 조항 중 123개 조항에 이르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며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앞장섰다.

이후 양 노조는 2015년 홈플러스가 MBK 파트너스로 매각되는 과정을 겪었다. MBK 파트너스의 인수 후 2년간 양 노조는 쟁의행위에 돌입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통해 회사와 파트너십을 형성해가는 듯 했으나 작년부터 상황은 변해갔다. 중동점과 동김해점 매각 이후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증폭된 데다가 상여금과 근속수당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임금교섭은 난항을 겪었다.

서로 한발 양보했기에 가능했던 노사상생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2019년 임금교섭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근속수당 및 상여금에 대한 입장차이로 노사 간 힘겨루기는 팽팽했다. 협상 과정에서 보안 업무와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던 협력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은 것을 두고 양 노조는 1,800명(보안 업체 1,500여 명, 중앙 콜센터 300여 명)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되며 협력업체 업무가 홈플러스 직원들에게 전가됐다고 반발해 갈등이 고조됐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자 양 노조는 1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일터에서 현장투쟁을 진행했다. 전 지부의 4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했지만 회사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했고, 설 명절을 목전에 둔 2월 2일과 3일 총파업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그 사이 회사와의 집중교섭에 들어간 양 노조는 ‘전 직원의 정규직화’라는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홈플러스㈜는 전면 정규직화에 합의한 것을 두고 “양 노동조합과 매년 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직원 개개인의 안정적인 직장 생활 유지라는 부분을 인식했다”며 어려운 유통업계의 시장 상황에서 “새로운 출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주요한 결과물을 도출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주재현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위원장은 “당장 임금 측면에서 만족스러운 안은 아니지만 근속수당과 상여금 부분을 지켜냈다”며 이번 임금협약의 성과와 한계를 이야기했다. 또한 “교섭이라는 것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서로 일방통행만 하는 것보다 대안을 제시하려 노력했다”며 “노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서로 양보해서 의견을 좁힐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반듯하게 정리된 진열대 뒤 열악한 노동환경

홈플러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소식은 반가운 이야기지만 홈플러스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거나 고객이 보지 못하는 뒷편에서 일하는 마트노동자의 노동환경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종성 홈플러스일반노조 위원장은 “MBK 인수 후 3년 동안 업무 간소화란 명목 하에 현장직원들이 20~30% 감소됐다”며 “매장크기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몸을 사용하는 부분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고강도의 업무가 과중되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마트 상품들이 20kg 정도의 중량물들인데, 이를 다루는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직업병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마트노동자들이 터널증후군과 근골격계질환 등의 질병에 노출된 상황임을 얘기하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마트산업의 인력부족 현황에 대해 “2000년대 초반만 보더라도 홈플러스 영등포점 규모의 매장에 계산 인력이 35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5명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마트산업 연간 근로시간이 2,100시간대인데 유럽의 경우 1,700시간대이고 한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도 1.5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마트산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프레젠티즘(몸이 아파도 인력부족이나 조직문화 등의 요인으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상황) 문제에 대해 김종진 부소장은 “프레젠티즘은 비정규직, 자율성이 없고 임금이 낮은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며 마트산업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고객들을 직접 응대하는 데서 기인하는 감정노동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이 위원장은 “작년 말 기존 콜센터와의 계약해지로 해당 업무가 현장으로 전가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마트노동자들의 감정노동 문제가 심화되는 현상에 대해 주 위원장은 “‘비정규직 당연한 거 아냐?’, ‘알바 수준에다 학원비나 벌고 용돈벌이 하는 거 아냐?’라는 반응이 마트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라며 마트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트산업에서 감정노동 문제가 폭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원인에 대해 김 부소장은 “2000년대 초반, 회사는 ‘고객은 왕이다’, ‘매출이 인격이다’와 같은 구호 아래,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이미지 전략, 경영 전략을 많이 취했다”며 대형마트 간 경쟁이 품질과 가격을 넘어 서비스 측면으로 확장됐던 과정을 설명했다.

ⓒ홈플러스 주식회사
ⓒ홈플러스 주식회사

열악한 마트노동환경 노사상생으로 극복할 때

작년 이마트에서 계산업무를 수행하던 직원이 근무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안타까운 산업안전재해 사건이 발생했다. 서비스산업에서는 산재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안일한 판단이 마트업계 전반에 사고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이후 홈플러스의 대응을 살펴본 결과 산재 예방 또한 노사가 합심할 때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주 위원장은 이마트 노동자 사망사고가 홈플러스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 않냐는 질문에 “홈플러스에서는 즉시 점포 인근 소방서와 협의해 CPR 안전 교육을 즉시 시행했고 자동제세동기 점검 등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업무수행이 불가하다’는 진단서가 있으면 누구나 병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홈플러스는 “다양한 유형의 예측되지 않는 사건사고가 발생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다양한 안전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고 사업장에서는 주기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에 대해서도 노사 합의를 통해 개선해가고 있었다. 홈플러스 노사는 첫 단체협약부터 감정노동자 보호에 관한 조항을 논의했다. 주 위원장은 “단협에 감정노동 보호 매뉴얼이라는 조항을 신설했고 예방과 일이 발생했을 때 조치와 후속 조치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제도화 전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직원보호제도 정비, 예방관리교육, 직원 마음 챙김이 홍보대사, 피해 직원 치유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 부소장은 독일의 사례를 들어 마트산업 전반에 대응책이 필요하다 설명했다. 김 부소장은 “독일은 산별단체협약으로 안티스트레스 협약을 체결한 데다 노사정 공동선언까지 했다”며 마트산업의 감정노동에 대해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사상생을 그리는 홈플러스 노사

상생보다는 갈등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던 홈플러스 노사가 이번 단체협약을 통해 ‘노사화합을 위한 노사공동 발전 선언문’을 발표했다. 정규직전환으로 노사상생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지만 홈플러스 노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생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는 앞으로의 노사관계에서 “2018년 양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해 상호 신뢰와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노사문화를 더욱 견고히하겠다”며 “향후에도 회사 발전과 행복한 직장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공동으로 노력할 예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주 위원장은 “사실 어떤 노조도 싸우고 싶어 하는 곳은 없다”고 강조하며 “홈플러스는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회사 내에서 제도적으로 싸울, 쟁의나 파업까지 갈 요소들을 대부분 없애왔기 때문에 충분히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으로 향후 노사관계가 순탄치만은 않을 거란 걱정도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번에 임단협 협상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노사 관계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중동점 매각 등 중요한 사항을 노조와 협상 없이 진행한 전례가 있는데다 사모펀드의 기본적인 특성이 있는 것 아니겠냐”고 회사 측이 일방통행으로의 회귀하는 것과 구조조정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마트는 산업과 지역의 교점에 존재한다. 지역 곳곳에 퍼져있는 마트에 하나의 모델이 만들어지면 모든 지역에 동일한 모델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김 부소장은 마트산업의 노동환경 개선과 노사관계의 개선이 “마트산업이 워낙 저임금 직종이어서 표준으로 만드는데 부담이 없다. 지역에 고루 퍼져있는 만큼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도 마트 산업이 산별로 협약 선언을 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며 노사뿐만이 아닌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당부했다.

또한 마트산업이 이제는 노동환경에 노사상생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인간중심적인 대형마트 모델을 고민해 볼 때가 됐다. 노후 점포들이 리모델링할 시기가 다가오는 만큼 기업과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경영계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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