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혁의 로우앵글] “뽀로뽀로미”와 “사바하”
[송준혁의 로우앵글] “뽀로뽀로미”와 “사바하”
  • 송준혁 기자
  • 승인 2019.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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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혁의 로우앵글] 언제나 로우앵글로, 언제나 낮은 시선에서 바라보겠습니다.

6만 7,000명 중의 한 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흥행 참패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화 <클레멘타인>이 전국에서 동원한 관객 수는 6만 7,000명입니다. 6만 7,000명밖에 안 봤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중에 제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클레멘타인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에 주변사람들의 평가가 엇갈렸던 <사바하>라는 영화를 결국 봐버렸기 때문입니다. 재미에 대한 기준은 주관적인 것이기에 별점 등의 지표로 따로 평가하진 않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DAUM 영화 기준 네티즌 평점 7.6/10의 <사바하>가 9.0/10의 <클레멘타인>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사바하>는 <검은 사제들>의 장재현 감독이 4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라 많은 영화팬들이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습니다. 손익분기점이 250만 명이었다고 하던데 <캡틴 마블>의 개봉으로 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다행히 손익분기점은 넘어섰다고 하네요. 장재현 감독이 앞으로도 한국형 오컬트 장르물을 계속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사바하’는 ‘이루어지게 하소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아재아재 바라아재 바라승아재 모지사바하”와 같은 반야심경 법문으로 잘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저도 사바하가 무슨 뜻인지는 이번 영화를 보고 나서야 찾아보게 됐습니다.

반야심경 얘기를 하니 생각나는 영화가 또 있습니다. <서유기-월광보합, 선리기연>에서 주성치는 “뽀로뽀로미”라는 시간을 되돌리는 주문을 외칩니다. ‘반야바라밀’이라는 반야심경의 구절을 중국어로 읽으면 “뽀로뽀로미”라고 합니다.(정확히는 ‘뽀이뽀로미’라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주성치는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 끝없이 주문을 외칩니다. 결국 과거로 돌아가지만 과거를 바꿔 원했던 현재를 만들지는 못하죠. 하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나며 과거를 통해 새로운 현재를 만들어 냅니다. 장난스럽게 외치는 “뽀로뽀로미”가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불교의 '공' 사상을 잘 담아낸 것 같기도 합니다.

11일 연희동에 모인 전두환 씨 지지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마치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뽀로뽀로미”를 외치는 주성치의 모습을 보는 듯 했습니다. “이거 왜 이래”라며 짜증내는 모습을 보니 변한 것이 없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과거와 같이 여전한 지지자들이 외치는 “뽀로뽀로미”라는 주문으로 마치 과거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현장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투쟁!”이라는 단어입니다. 어찌보면 “사바하”는 집회 현장에서 또 각종 대회장에서 울려퍼지는 “투쟁”이라는 구호와 닮아있습니다. “사바하”와 “투쟁”은 혼자 혹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 뒤에 붙는 법문 그리고 구호인 것이죠.

여러분들이 이루고 싶은 것은 어떤 건가요?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는 “뽀로뽀로미”보다는 원하는 미래의 상을 그리는 “사바하”를 외워보는 건 어떠신가요? 저는 최근 많이 들었던 구호들을 한번 바꿔보겠습니다. “노동존중 사회 실현 사바하! 차별철폐 사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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