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패싱으론 안전노동 어렵다
노동자 패싱으론 안전노동 어렵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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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참여가 산업재해 낮춰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활동 제약도 넘어서야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최명선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1990년 산업안전보건법 1차 전면 개정의 주요 사항은 사업장 안전보건활동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수은 중독으로 죽은 소년 문송면과 원진레이온 노동자들의 집단 이황화탄소 중독에 대한 직업병 인정 싸움 과정에서 얻은 결실이다.

28년 후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청년 김용균이 죽었다. 그의 죽음은 산업안전보건법이 다시 전부 개정되는데 씨앗이 됐다. 사업장 안전보건활동에 ‘노동자 참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같아 보이는 이 두 장면은 없었을까.

이 물음에 답을 주는 토론회가 1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노동자 참여제도 현장실태 증언대회 및 토론회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옥주·신창현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 민주노총이 함께 주최했다. 오늘 토론회는 산업재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안전보건활동에 ‘적극적 참여와 감시’를 어떻게 실현시킬까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제약하는 것들

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산업안전보건법은 제3조 1항에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시행령에서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규모 등에 따라 법의 일부 혹은 주요 부분을 적용하지 않는 업종들을 나열하고 있다. 그렇기에 실제로 많은 업종이 산안법 적용에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유정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특수분과장은 “학교에는 교육서비스만이 아닌 건설업에 가까운 시설관리직부터, 과학실의 위험 물질로 노출돼 있는 과학실무사, 청소노동자, 우리와 같은 특수아동을 관리하는 특수교육지도사가 있는데 이를 교육서비스로 뭉뚱그려 산안법 적용에 배제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특히, “특수교육지도사는 10~20kg이 나가는 휠체어에 학생을 태우고 매일 등·학교 버스에 올리느라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돼 있으며 특수아동의 돌발행동으로 깨물리는 것은 일상다반사, 심지어 골절 상해도 입는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특수아동에게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특수교육지도사도 안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② 건설산업의 다단계하도급 구조

함경식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노동안전위원장은 “건설업계가 산업재해 발생이 높기로 유명하다”며 “이판사판공사판이라고 이승과 저승 사이에 공사판이 있다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냐”고 실태를 고발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열고 참여해야 하는데, 건설업종이 불법 다단계하도급 구조가 많다보니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들어가는 근로자 대표가 대부분 건설업체와 친한 반장들”이라며 “현장 노동자가 참여하지 않아 현장과는 괴리가 심하다”고 밝혔다.

또한, “건설현장의 작업이 마무리 되면 다른 건설업체 건설현장으로 가기 때문에 노동안전보건활동의 지속성이 없다”며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건설노동자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해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다른 현장에 가도 조합원이 많으면 노조가 대표성을 가지고 사측과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③ 타임오프제도

한창운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제도가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제약한다”며 “사측은 타임오프제도의 근로시간 면제자가 우선 적용하라는 문구를 들어 산업안전보건법 제61조의2항에 명시된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업무를 못하게 한다”는 현재 문제점을 설명했다.

또한, “타임오프제로 인한 시간제약은 노동안전보건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심각하게 줄여서 건강검진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노동자가 확인할 수 있는 입회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④ 회사의 조직적 방해

오동영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한국타이어지회 부지회장은 최악이었던 한국타이어 현장문화를 바꾸려 해도 회사가 산재신청자조차도 불합리한 대우를 하는 상황에서 한국타이어의 노동환경 개선이 힘들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오 부지회장은 한국타이어 사측이 노동자가 허리디스크로 산재 신청을 하자 당일 야간부터 출근하지 말 것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뿐이 아니라는 것이 오 부지회장의 설명이다. 각 사업장은 재해자들이 치료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할 때 복귀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물리 치료를 받게 하거나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체력장을 통과해야만 업무복귀를 할 수 있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공상자는 그냥 통과시키는 한편 산재처리한 디스크 환자에게는 윗몸일으키기를 시키고, 무릎 질병 환자에게는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킨다는 것이다.

위험성 평가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다스아산지회는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활동을 모범적으로 수행한 사업장이다. 전체 노동자가 300명인데 위험성 평가 현장 실행위원이 24명이다. 다스아산지회 이준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위험성 평가를 꼼꼼하게 준비했다. 위험성 평가 현장 실행위원에 대한 사전교육은 물론, 위험성 평가 관리카드를 세세하게 구성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 후 구체적인 증거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에 요구하니 회사도 단계적으로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준우 부장은 “노동자가 직접 참여하니까, 위험성 평가 기간이 아닌데도 노동자들이 현장의 안전 문제를 바로바로 이야기 한다”며 직접 참여의 의미를 설명했다.

필요한 권리와 개선 과제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발제에서 “산업안전공단 연구보고서 ‘근로자 참여와 산재발생 관련성 연구’에서 외부적 요인으로 산재예방활동 시 산재감소 효과가 –0.01인 반면 노동자 참여 시 감소효과는 –0.09”라며 노동자 참여제도를 역설했다.

최명선 실장은 “외국 조사에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그렇지 않은 사업장에 비해 24%의 낮은 재해율을 보이고 노사공동의 안전보건위원회 활동에서 노조가 있는 경우 재해율은 50%고 노조가 없는 경우 40%”라며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동안전보건활동의 효과성을 강조했다.

또한, “독일의 종업원평의회는 근로자 안전보건 관련사항에 대해 사업주에 대한 감독권, 정보권 및 청취권, 입회권 및 자문권 그리고 폭넓은 공동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노동자 안전보건 관련 사항과 관련해 사업주 또는 사업주 조치사항에 대하여 감독권이 없고 독일에 비해 정보권, 청취권, 입회권, 자문권, 심의의결의 공동결정권 행사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독일이 산재사망률이 낮은 이유를 비교 설명했다.

오늘 토론회에서 최명선 실장은 우리나라의 노동안전이 실현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의무 전면 적용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의결 안건의 실질화 ▲노동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활동시간 보장 ▲소수노조의 참여권 보장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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