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87년 노동체제 3기'에 머물고 있다
아직 '87년 노동체제 3기'에 머물고 있다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04.25 18:31
  • 수정 2019.04.2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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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공공성과 노동존중 위한 다양한 노력 필요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문재인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존중사회’를 내걸었다.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넘어서고 있지만, 노동존중사회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가 25일~26일간 진행하는 2019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노동공공성과 노동존중의 사회공간 구성’에 대한 주제로 세션이 진행됐다.

‘노동공공성’ 안착한 노동체제 이행돼야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87년 노동체제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노동체제의 전환을 위한 움직임이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현재는 구체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해 ‘포스트 87년 체제’가 아닌 ‘87년 노동체제 3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노동체제에 대해 “실질적 산별 교섭이 없고, 기업별 노동조합 중심의 조직으로 인해 배타적 단기이익 추구형의 미성숙한 노동정치가 표출돼 영세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자본 증식을 위한 도구가 아닌 개별적·집단적 인간의 삶과 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노동공공성’을 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장 박사는 상생과 협치를 위한 협력적 노동체제를 위해서 “정부 정책 관철을 위해 동원적으로 활용됐던 사회적 대화를 지양하고 노사정 주체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해당사자간 대화와 타협을 통한 이해 조정을 목표로 하는 연성 노동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동의 가치 확립할 노동사박물관 필요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노동의 의미를 제대로 기억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는 노동사박물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사박물관 설립과 함께 노동학에 대한 개념 정립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동학은 더 나은 노동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동 가치의 문제를 고민하고 인간의 창조성을 추구하는 노동철학, 인문학 등 전 학문영역을 포괄하는 통합학문으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노동문제연구소에서 새롭게 제시한 개념이다.

이 부소장은 “노동사 자료가 87년 이후 30년이 자나면서 소실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라키비움(도서관과 아카이브, 박물관의 결합체) 형식의 노동사박물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TV, 노동의 가치 공론장으로

안종기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박사는 불안한 삶과 불안한 노동의 세계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노동의 미래를 열기 위해 노동TV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안 박사는 “노동TV는 계급성과 당파성을 넘어선 노동의 공공가치를 부각시키고, 언론이나 방송을 통한 공론화로 노동에 대한 인식을 건강하게 자리 잡게 할 수 있다”며 “국민들에게 공공적 소통 채널로서 노동을 확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