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목공의 하루
인테리어 목공의 하루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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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석고보드 그리고 츠탕’으로 만들어지는 내부

[리포트] 체험 취재 인테리어 목공

집, 사무실, 카페, 식당. 더 세세하게는 침실, 거실, 주방, 화장실, 회의실, 탕비실, 조리실, 음식을 먹는 공간 등등. 현재 사람은 수많은 공간에서 살아간다. 사람이 공간에서 살기 위해서는 아무 것도 없는 땅 위에 건물을 올려야 하고 건물 내부를 계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건물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꽤나 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거리에서 건물을 짓고 있는 건설 노동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내부를 계획적으로 구성하고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몰랐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건물 내부를 만드는 사람을 인테리어 목공이라고 흔히 부른다. 인테리어 목공의 하루를 직접 체험해봤다.

추억의 목공소 냄새로 하루를 시작하다

4월 11일 오전 6시 눈을 떴다. 오전 8시까지 공사 현장으로 가야 해서다. 사무실 출근할 때보다 30분 정도 눈을 일찍 떴다. 이 30분 차이가 하루 삶의 질을 어떻게 가르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그러나 어깨가 가벼웠다. 출근길 어깨가 가벼웠기 때문이다. 간만에 노트북이 든 가방 없이 검은색 트레이닝복, 검은색 맨투맨 티셔츠를 입고 나섰다. 공사 현장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 몰라 겁이 나는 심정에 대한 방어기제일수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오전 7시 40분 공사현장에 도착했다. 모 대학 앞에 있는 부대찌개를 파는 음식점 건물 지하였다. 지하 계단으로 내려갈수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공소 냄새가 났다. 유년기 비오는 날 목공소 옆을 지날 때 무겁게 코에 가라앉았던 합성 목재 냄새.

추억에 잠길 뻔 했다. 추억에 잠길 시간은 찰나면 족했다. 이미 지하 공사 현장에는 4명의 인테리어 목공들이 와서 그날의 작업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4명 중 가장 젊은 인테리어 목공은 믹스 커피를 타고 있었다. 내 몫까지 준비하고 있었다. 건설 현장이 그렇듯 인테리어 목공들의 나이대는 젊지 않다. 그나마 인테리어 목공 쪽은 그래도 젊은 층이 있는 편이라고 4명 중 작업반장 역할을 하는 이가 들려줬다.

작업반장 역할을 하는 이의 이름은 김상림이다. 김상림 씨는 인테리어 목공일을 한 지 20년 차 베테랑이다. 내가 이번 체험 취재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인물이다. 정확히 오전 7시 59분이 되니 4명은 능숙하게 커피 종이컵을 입에 물고 조끼 형태로 된 못 가방을 입었다. 못 가방은 인테리어 목수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못 가방은 멜빵끈 밑에 다양한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형태다. 주머니에는 다양한 크기의 못, 타카심(목공용 스테이플러심), 망치, 줄자, 목공용 커터칼 등등이 들어있다. 멜빵끈 앞에는 자석이 달려 있는데, 거기엔 바로바로 쓰기 위한 양의 못과 타카심이 철썩 붙어있다.

나는 못 가방을 입지 않았다. 인테리어 목공에 필요한 대부분의 장비는 사비를 들여 구비한 물품이다. 개인이 회사의 개념이기 때문에 온전히 본인이 챙겨야할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못 가방을 입지 않아도 되는 이유는 내가 기술이 없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목공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인지하고 그것을 바로바로 현장에서 손으로 만들어 구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인테리어 목공의 가장 기본인 자재를 나르고 목공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는 청소(톱밥 정리, 폐기물 정리)를 했다. 물론 중간에 그들이 하는 일(못을 박거나, 타카심을 박거나, 목재를 자르거나)을 그날의 작업에 피해가 안 가는 선에서 따라 해봤다.

땀이 났다, 후회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츠탕, 츠탕, 츠탕, 츠탕, 츠탕” 작업이 시작되자 ‘츠탕’ 소리가 귀에 울렸다. 그날의 작업은 지하 100평 공간의 천장을 만드는 일, 내벽을 만드는 일이었다. 천장과 내벽을 만드는 데에는 각목과 석고보드를 활용했다. 그리고 그것을 잇기 위해 못이나 타카심을 썼다. ‘츠탕’ 소리는 석고보드에 타카심을 박는 소리다. 목공용 타카심이나 못은 물론 예전에는 손으로 일일이 박았지만, 요즘에는 공기 컴프레셔를 이용한 목공용 타카총이나 목공용 못총을 쓴다. 순간적인 공기의 압력으로 타카심이나 못을 발사한다. 그래서 ‘츠탕’이라는 총소리 비슷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한 눈 팔면 상당히 위험하다.

5m 정도 되는 각목 4개가 모인 묶음을 나르고, 가로 세로 90cm × 180cm의 석고보드를 날랐다. 계속 날랐다. 4명이 일하는 속도에 내가 자재를 나르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했다. “츠탕, 츠탕, 츠탕, 츠탕” 박자가 빨라질수록 내 심박수도 빨라졌다. 발걸음도 빨라졌다. 하지만 어려웠다. 땀이 났다. 아니, 땀이 흘렀다.

자재를 나르는 것도 기술이었다. 무게가 꽤나 나가는 각목 묶음과 석고 보드를 나르기 위해서는 몸 전체를 잘 활용해야 했다. 단순히 힘만 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팔 힘만이 아니라 허리 힘, 배 힘을 써야 한다든지 말이다. 답답했는지 김상림 씨에게 도제 교육을 받고 있는 가장 젊은 김상우 씨가 와서 시범을 보였다.

“석고보드는 왼손을 위로 가게, 오른손을 아래로 가게 해서 가로로 눕힌 다음에 몸에 기대서 들고 나르시면 되고요. 이렇게.”

“아, 네. 근데, 몇 장씩 날라요? 한 장만 해도 무게가 꽤 나가는 것 같던데.”

“4장씩이요, 급하면 6장씩 등에 지고도 날라요.”

4장씩이라니, 6장씩이라니. 놀라서 말을 돌렸다.

“등에 지는 게 더 편한가요?”

“뭐, ‘케바케(case by case)’인데 등으로 질 때는 이렇게.”

“등으로 한 번 져 봐도 돼요?”

“네.”

등을 벽에 기대어진 석고보드에 대고 손은 뒤로 해서 4장을 가늠한 후 알려준 대로 등짐을 졌다. 후회했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앞으로 몸이 자꾸 쏠렸다. 살포시 다시 내려놨다. 김상우 씨가 웃었다. 나도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김상우 씨는 다시 천장을 만들러 갔다. 나는 다시 계속 자재를 날랐다.

그래도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지 미치도록 힘이 들지는 않았다. 짬을 내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4명의 인테리어 목공이 하는 일을 봤다. 특히, 베테랑인 김상림 씨가 하는 일을 봤다. 손이 정말 빨랐다. 발도 매우 빨랐다. 석고보드를 천장 목재 골조에 대고 타카를 쏘는데 정말 빨랐다. 아무렇게나 쏘는 줄 알았는데 거의 일직선이다. 그리고 귀신같이 전선이 나와야 할 부분은 공간을 만들어냈다.

더 신기한 것은 천장을 만들려면 전선이 나가는 부분, 배기구가 나가는 부분, 전등이 나오는 부분을 계산해서 퍼즐 조각처럼 천장을 머릿속으로 가늠해야 하는데 이게 천장이다 보니 좌우 반전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20년간 한 일이어서 익숙하겠지만 그래도 놀라웠다.

석고보드에 좌우 반전된 밑그림을 그리고 목공용 커터칼로 자른다. 그리고 석고보드에 본드 칠을 한다. 본드 칠도 자로 잰 듯 석고보드 가장자리에 칠해진다. 그렇게 완성된 퍼즐 조각을 간이 의자를 밟고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2인 1조 작업이다. 큰 석고보드를 둘이 받쳐 들고 빈틈없이 들어맞게 끼운 후 한 명은 타카질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목재 골조로 텅 빈 윗 공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막힌 천장으로 바뀌어 간다.

밑그림을 그리는 김상림 씨
밑그림을 그리는 김상림 씨

바닥도 하얗다, 콧구멍도 하얗다

감탄하고 있을 때쯤 시간을 봤다. 오전 9시 40분이었다. 절망했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목재와 석고보드를 날랐는데, 꽤나 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안 갔다. 나도 모르게 한 숨이 나왔다. 그런데 목이 칼칼했다. 아무래도 직접 목재를 자를 때 발생하는 톱밥, 석고보드를 나르면서 생기는 석고 가루 때문일 것이다.

그제야 바닥을 봤다. 공사 현장 바닥은 하얗다. 혹은 나무 속살 색이다. 핸드폰으로 얼굴을 봤다. 콧구멍이 하얗게 변했다. 작업 시작할 때 준 마스크를 주섬주섬 꺼내서 썼다. 그러고 보니 김상림 씨는 계속 기침을 하고 있었다. 만성 기침이었다. 인테리어 목공을 하면서 많은 이들이 겪는 질환 아닌 질환이다. 안경도 뿌옇게 돼 앞이 흐릿했다. 처음에는 자재를 나르느라 몸에서 난 열기 때문에 서린 김인 줄 알았다. 다 톱밥과 석고가루 때문이었다.

톱밥과 석고가루를 먹으며 열심히 자재를 날랐다. 청소도 했다. 작업 폐기물을 마대 자루에 담았다. 먼지가 날렸다. 나만 의식하고 나머지 4명의 인테리어 목공은 의식하지 않았다. 먼지는 그들의 일상이었다. 먼지를 모으며 그들이 하는 일을 봤다. 계속 천장을 향해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았다. 사뭇 아침에 밝았던 모습과는 달라보였다.

‘나르고 자르고 칠하고 박고’의 연속 과정. 100평의 천장을 다 덮을 때까지 반복해야 하는 과정. 말은 당연히 없어질 것 같다. 사실 나도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김상림 씨와 이야기를 진행해보려고 했지만 일하면서 그의 집중하는 모습은 물론, 지친 기색이 조금씩 보이는 모습에 말을 걸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김상림 씨가 입을 열었다.

“밥 먹고 합시다.”

11시 50분, 식당으로 이동하는 시간 10분. 밥을 먹었다. 한 대접 먹었다. 진짜 밥을 대접에 퍼서 먹었다. 나만 그렇게 먹었다. 다시 멋쩍어졌다. 12시 20분. 현장으로 돌아왔다. 오후 1시까지 쉬는 시간이다. ‘츠탕’ 소리가 들리지 않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잠시 김상림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집중하시는 것 같아서 말을 못 걸었어요.”

“사실 작업하면서 말 잘 안 해요. 아니, 못 하죠. 석고보드 좌우 반전해서 밑그림 그리는 거 헷갈리죠. 타카질하다 잘못 박으면 다시 다 뜯어야죠. 고도의 집중을 요해요.”

말을 걸려고 했던 내 자신이 무안해졌다. 사실 일을 할 때 누구나 집중하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질문을 이어갔다.

“인테리어 목공일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군대 제대하고 나서 바로? 군대에 있을 때 어떻게 하다가 인테리어 목공 비슷한 일을 했는데 그 때 너무 매력을 느꼈어요. 머리로 생각한 게 손으로 만들어져 내 눈 앞에 나타난다는 게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맞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내부를 만드는 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것이 몸이 힘든 걸 극복할 만한가?

그들은 우리의 삶을 짓는다

“힘들지는 않으세요?”

“힘들죠. 손을 많이 쓰다 보니 이제는 엄지손가락이 엄청 부어오를 때도 있어요. 제가 20년을 일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현장으로 일찍 나가야 하는 것도 매일 힘들고요. 그래도 제가 만들어나가는 현장을 보면서 뿌듯합니다. 지금은 학원 강의실을 만드는 것이라 규격이 딱딱 정해져 있고, 네모 반듯한데, 제가 예전에 호텔 내부를 만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곡선도 있고. 직선보다 곡선을 자르고 붙이고 하는 게 어렵긴 하지만 더 재밌고 뿌듯하죠.”

“그래도, 가장 어려웠던 적은요?”

“음… 아! 제가 첫 작업반장을 28살 때 맡았어요. 그런데 그 때 발주 금액을 잘못 산정해서. 유일한 방법은 공사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건데, 그 때 잠을 4일 동안 못 잤어요. 그렇다고 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도 잠 안 재우고 일 시킬 수는 없잖아요. 첫 작업반장 역할은 보기 좋게 실패했죠. 작업반장이 단순히 작업만 시키는 게 아니라 내부 공간을 만들 때 전기업자, 도배업자, 배관공사업자 등등 다 불러서 그걸 조율하는 역할도 해요. 전체적으로 총괄하는 거죠. 첫 작업반장 때 4일 밤새고 공기 단축시켜서 업자들에게 인건비 주고 나니 제 손에는 남는 게 없더라고요. 그 때 제일 힘들었죠, 뭐.”

20년 차 베테랑도 처음은 실수하기 마련인가 보다. 멀리서 김상우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피 드세요.”

오후 1시 믹스 커피와 함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오전 작업과 반복이다. 다시 톱밥과 석고 가루도 반복이다. 천장을 바라보는 것도 반복이다. ‘츠탕’ 소리도 반복이다. 오후 작업 중 김상우 씨에게 목공용 타카총을 빌려서 쏴봤다. 일직선으로 맞춰서 타카를 박는 건 어려웠다. 괜히 내가 했다가 공사를 망칠 것 같았다. 다시 김상우 씨에게 목공용 타카총을 넘겼다. 다시 누군가가 공부할 학원 천장이 휑하지 않도록 천장을 만들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계속 천장을 바라보고 타카총을 쐈던 김상우 씨에게 목 안 아프냐고 물었다. 나는 또 당연한 것을 물어봤다.

오후 5시가 됐다. 8시간 근무. 인테리어 목공들은 ‘츠탕’을 멈추고 에어 콤프레셔로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옷을 갈아입고 퇴근했다. 이제부터 쉬어야 내일 또 이곳에 온다. 김상림 씨와 김상우 씨는 남았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 작업반장인 김상림 씨가 좀 더 작업을 하려고 남았고, 김상우 씨는 인테리어 목공이 도제교육이니 좀 더 남아 일을 손에 익히기 위해서였다.

나도 좀 더 남아서 그들의 일을 바라보았다. 고요한 지하 100평이 다시 ‘츠탕’ 소리로 울렸다. 오후 7시 반 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코가 시원했다. 날은 어느새 어둑해졌다. 집으로 향했다.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왼쪽 발뒤꿈치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절뚝이며 걸었다.

걸으면서 해가 지고 있어 붉어진 건물을 바라보았다. 건물 창 안으로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웃고, 어떤 이들은 먹고, 어떤 이들은 말하고, 어떤 이들은 책을 읽고, 어떤 이들은 컴퓨터를 보며 일을 하고 있었다. 천장이 있고 사무실 내벽이 있는 건물 내부에서 말이다. 몸에 묻은 톱밥 가루와 석고 가루를 한 번 더 털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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