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불가능하다
대한주택보증 민영화는 불가능하다
  • 윤영균 위원장<금융노조 대한주택보증지부>
  • 승인 2008.07.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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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분양보증 취급기관 다변화하면 혹독한 대가 치를 것

경기변동 리스크, 민간은 감당 못 해

주택분양보증은 주택사업자 도산시 분양계약자의 선택에 따라 이미 납부한 분양대금을 환급하여주거나 주택을 완공하여 줄 의무를 부담하는 보증이다. 주택사업자는 선분양시 의무적으로 발급받아야한다.

 주택분양보증이 대상으로 하는 주택산업은 급격한 경기변동을 주기적으로 겪는다. 게다가 외환위기, 석유파동 등과 같은 커다란 외부충격도 종종 있다. 따라서 주택분양보증기관도 쉽게 이 거대위험에 노출된다. 현재 대한주택보증의 주택분양보증 잔액(현재 건설 중인 주택 수 및 그것의 계약금 및 중도금 총액)은 총 53만 세대, 144조이다. 대한주택보증은 주택분양보증 이행에 세대당 평균 7천5백만 원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순자산 3조8천억 원으로 5만세대 이상을 보증 이행할 수 없다.

공식집계 기준으로‘98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세대수가 10만 세대였으나 현재는 13만 세대이다. 외환위기로 인하여 2001년까지 총 23만 세대에 부도가 발생했다. 스테그플이션에 의한 경제위기 운운하는 이번의 주택불황기에 5만 세대 규모의 부도발생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주택분양보증을 시장에 맡기면 어떻게 될까? 보증기관은 호황기 때 가격경쟁하면서 푼돈 벌다가 불황기 때 디폴트에 빠지기 십상이다.

또, 보증보험이나 일반 손해보험회사가 주택분양보증을 함께 영위하면 어떻게 될까? 주택분양보증의 리스크는 그대로 다른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된다. 보증보험은 일반손해보험보다 리스크를 예측ㆍ통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택분양보증은 보증보험보다 훨씬 더 어렵다. 주택산업의 싸이클을 고려한 장기적인 보증수지의 운용은 주택분양보증의 전담체제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주택분양보증의 리스크가 다른 보험계약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절연해준다.

주택분양보증에 가격경쟁을 도입하면 보증기관은 분양계약자 보호를 약화시킬 것이다. 주택분양보증은 분양계약자의 보호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주택사업자가 보증을 신청하고 보증료를 부담한다. 만약 주택분양보증을 경쟁시장에 맡긴다면, 보증기관들은 원가절감 및 보증료인하를 위해 분양계약자 보호범위를 축소할 것이다. 분양계약자 보호를 사인간의 계약관계를 보호하는 차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주택은 가계자산의 거의 대부분을 점하고, 국민의 기본권인 주거의 문제이다. 또, 다수집단인 분양계약자는 쉽게 사회문제화 된다. 이는 보증보험, 일반손해보험과도 다르고 건설사업자간의 사적 계약을 담보하는 비슷한 다른 건설관련 보증종목과도 다르다. 이를 시장에 맡긴다면 주택분양보증은 점점 분양계약자 보호에 실효성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해갈 것이다.

현행 주택분양보증체제 유지해야

경쟁시장에서 시공능력 50위 밖의 중소주택사업자는 보증 받지 못한다. 경쟁체제가 되면 주택분양보증기관들은 리스크 축소에 골몰할 것이다. 현재 주택분양보증 잔액이 있는 사업자는 260개이다. 그러나 시공능력 50위 이내의 주택사업자가 시행ㆍ시공의 형태로 전체 보증세대수의 62%인 33만 세대를 공급한다.

보증기관들은 이러한 사업자를 대상으로만 보증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주택사업은 대단지 아파트사업도 있지만, 대형사업자가 취급하지 않는 소규모 사업도 많다. 중소주택사업자의 소규모ㆍ영세사업이 국가적으로는 꼭 필요하지만, 이에 대해 보증공급 할 보증기관은 없다. 있을 수 없는 모순이다.

경쟁체제가 되면 시공능력 50위 밖의 중소주택사업자가 공급하는 20만 세대는 전부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가 지배권을 갖고, 주택사업자등이 지분참여하고 있는 현행의 주택분양보증 전담체제가 주택분양보증의 목적과 특성에 적합하다. 과거 주택분양보증을 전담하였던 주택사업공제조합이 파산하였을 당시 정부가 1조 8천억 원의 국민주택기금을 출자하면서 공기업화한 이유는 분양계약자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보전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우리사회는 분양계약자 보호라는 사회적ㆍ정치적 임무를 공제조합이라는 사적 단체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얻었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의 대한주택보증의 주택분양보증으로 인한 이익을 독점에 의한 초과이익이라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외환위기 당시부터‘07년 말까지 지속되었던 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한 국가의 의도는 없었는지, 작금의 주택 불경기로 인해 향후 대한주택보증의 이행규모가 얼마나 될 것이고, 이를 감안한다면 과연 그동안의 이익을 초과이득이라고 할 수 있는지, 정부의 정책에 의하여 대한주택보증이 취급하고 있는 임대보증금보증 등 손실사업의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 있는지 등에 관해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주택분양보증 개방은 대형주택사업자의 사업편의를 위하여 분양계약자 보호 포기, 중소주택사업자 퇴출, 보증기관의 동반부실을 감행하겠다는 것이다. 주택분양보증은 분양계약자 보호와 주택사업자의 부담경감이라는 상충하는 가치를 조정하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거대위험에 맞서 사회안전망을 유지해나가는 공적 업무로서만 성립할 수 있다. 주택분양보증의 취급기관 다변화는 대가가 혹독하다. 주택분양보증이 주력사업인 대한주택보증의 민영화는 불가능하다.

정부는 소비자 편익증대를 위하여 주택분양보증을 개방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분양계약자 보호가 필요 없는 것이며 중소사업자는 퇴출되어도 좋다. 대형주택사업자가 사업하기 편하면 그만이다”라는 얘기를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정부의 계획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