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익숙함과 소중함
[최은혜의 온기] 익숙함과 소중함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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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얼마 전 중국에 갈 일이 있어 다녀왔다. 크게 입맛에 안 맞는 음식도 없었지만 짧은 일정 중에도 입에 익숙한 한국음식이 그리워졌다. 한국에 있을 때는 공기처럼 당연한 음식이었던 떡볶이가 바로 그것이었다. 해외에 가니 새삼 떡볶이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귀국하자마자 가장 먼저 먹은 음식 역시 그토록 바라던 떡볶이였다.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한 떡볶이가 그렇다. 떡볶이를 정말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떡볶이는 흔한 음식으로 치부된다. 특별한 날 맛있게 먹는 음식이라기보다는 그냥 귀찮을 때 사다먹는 음식 정도다. 익숙함을 지우면 소중함이 더욱 드러난다. 이번에 그것을 느꼈다.

이렇게 장황하게 떡볶이 얘기를 한 이유는 중국에서의 일정과 지난 5월 광주 출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에 중국에서 관동법원과 뤼순감옥을 답사했다. 일제강점기,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에 헌신한 많은 애국지사들을 재판하고 투옥한 곳이다. 지금 우리는 다른 나라에 주권을 뺏긴 삶을 살고 있지 않다. 우리의 주권은 우리에게 있고 선거와 같은 국가의 중차대한 결정을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독립된 국가에서 살고 있다. 이렇게 익숙하고 당연한 일이 사실은 굉장히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할 수 있었다.

국가의 의무 중 하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여태까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약 40여 년 전의 광주는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부당하다는 시민들의 요구는 묵살됐고 군홧발에 짓밟혔다. 지난 5월 광주의 망월동 구묘역과 5·18 국립묘지에 모인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가’라는 사실이 생경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검열 없이 할 수 있고 당연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집에 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느라 골목 어귀에 나왔던 임산부는 군인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단지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안타까운 죽음은 불과 4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뺏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나라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기리는 달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당연히 주어진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현충일에는 누군가의 투쟁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독립된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꽃피우며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기 때문이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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