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제화공들 "고용보장 요구는 상식의 문제"
해고 제화공들 "고용보장 요구는 상식의 문제"
  • 정다솜 기자
  • 승인 2019.06.27 13:40
  • 수정 2019.06.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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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디 하청업체 BY상사 해고 제화공들 고용보장 촉구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구두 브랜드 탠디(TANDY)의 하청업체인 'BY상사'에서 일하다 갑자기 해고돼 일터를 잃은 제화공 14명이 '고용보장'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기 위해 27일 오전 탠디 본사 앞에 모였다. BY상사에서 구두 틀을 제작했던 '갑피' 노동자 문한중(59) 씨는 "20년간 일하다가 아무 대책도 없이 회사 밖으로 쫓겨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고된 제화공들을 포함한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는 이날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탠디 본사 앞에서 BY상사의 원청인 탠디에 해고 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퇴직금 지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늘까지 28일째 갈 곳 없는 신세로 거리로 내몰린 제화공들은 길게는 십수 년 이상 탠디 하청업체에서 일해 오다가 무책임한 폐업으로 해고자가 되었다"며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건 상식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이 일터를 잃게 된 배경에는 최근 법원이 제화공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은 데에 있다. 지난해 4월 탠디의 하청업체 제화공들의 파업 이후 이들의 처우 문제가 공론화되었고 12월 대법원은 "제화공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제화공들이 소사장제에 따라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원청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본사가 지정한 장소에서 본사의 재료로 본사가 요구한 대로 구두를 만드는 등 사실상 개인사업자가 아닌 고용된 노동자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제화 노동자들의 퇴직금 소송과 하청업체의 회피가 이어졌다. 제화지부는 "제화 노동자들이 퇴직금 소송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라는 판결을 받고 있지만 현실은 사업주가 제화공들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4대보험 가입대상이 아니기에 퇴직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법적 소송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읽은 BY상사도 제화공들에게 퇴직금 지급 대신 폐업을 선택했다고 보는 해고 노동자들은 원청인 탠디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탠디는 BY상사가 경영상의 이유로 자체 폐업한 것이 탠디 본사와 관련 없다지만 탠디는 지난해 교섭부터 직접교섭에 참여했다"며 "하청업체의 폐업이 원청과 관련이 없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행위"라고 탠디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지난 18일부터 탠디 본사 앞에서 출퇴근 시간에 규탄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제화지회는 탠디 매장이 들어선 백화점에까지 투쟁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형수 서울일반노조 위원장은 "내일까지 탠디가 책임있게 교섭자리에 나와 퇴직금, 4대보험, 해고된 노동자들의 일자리 보장 등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라"며 "그렇지 않는다면 이번 주 토요일부터 탠디 매장이 있는 서울 23개 백화점에 타격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