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담배 한 갑 수준” 건설 노동자 퇴직공제금 현실화 필요
“하루 담배 한 갑 수준” 건설 노동자 퇴직공제금 현실화 필요
  • 손광모 기자
  • 승인 2019.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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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제금으로 하루 4,800원 … 최저임금 노동자의 4분의 1 수준
그마저 예외규정 폭 넓고, ‘쪼개기 공사' 등 꼼수로 법망 피해가
오늘(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혁신
오늘(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기자회견 현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건설노동자의 퇴직공제금이 너무 적을뿐더러 그마저도 건설업계의 꼼수로 피해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위원장 이종화)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위원장 장옥기)은 오늘(9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건설노동자의 퇴직금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3만 7천 건의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1996년 12월 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8년부터 건설근로자퇴직공제 제도가 시행되었다. 건설 사업주는 고용한 일용건설노동자들에 대하여 매월 근로일수를 신고하고 공제부금을 납부해야한다. 이렇게 마련된 공제금은 건설 노동자가 퇴직할 때 소정의 이자를 더하여 지급된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가 납부하는 공제금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공제금액은 4,000원이었고, 지난해 한차례 인상되었지만 4,800원으로 증가폭이 미미한 실정이다. 플랜트건설노조 조현일 교육선전국장은 “노후 퇴직금 적립률이 하루 담배 한 갑 수준”이라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4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퇴직공제금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행령이나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퇴직 공제금액은 5천 원으로 상한이 정해져 있다. 더욱이 퇴직공제금 예외규정도 폭넓다. 공공기관의 경우는 총 공사비가 3억 원 이상일 경우 공제금을 내야한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기준은 100억 원이다. 조 교육국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의 차이가 막대하게 커서 누가 봐도 낮춰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가 기존업계와 기업이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발언 중인 임용우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정책과장 ⓒ 참여와혁신
발언 중인 임용우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정책과장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더욱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법도 업계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위 말하는 “쪼개기 계약”이다. 총 사업비가 100억 원 이상이어도 공사계약을 분할하는 수법으로 공제금 납부 의무를 피하는 것이다. 조 교육국장은 “지난해 GS칼텍스 여수공장의 정비건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당시 5천 명의 노동자가 일했지만, 퇴직공제금을 적용받는 인원은 450여 명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또한, 적은 공제금마저도 건설업체가 제대로 납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플랜트건설노조는 건설 노동자의 월별 평균 근로일수가 15일 가량이지만, 건설업주가 실제로 납입한 공제금액은 6.4일치 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나동원 과장은 “현재 2018년 통계자료를 만드는 중"이라며 "다음 주에 발표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노동자민중당 정희성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건설 노동자에게 퇴직공제금은 노후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늙어서 리어카를 끌거나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명우 정책실장은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환노위에 계류중”이라며, “국회에서 처리가 안 되면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서 전달을 앞둔 모습 ⓒ 참여와혁신
서명서 전달을 앞둔 모습 ⓒ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날 기자회견 이후 이종화 위원장과 장옥기 위원장은 건설 노동자의 퇴직공제금 인상 및 확대 적용을 요청하는 3만 7천 건의 서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