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위원장 “문재인 정부, 노정관계 풀어 나갈 의지 없어”
김명환 위원장 “문재인 정부, 노정관계 풀어 나갈 의지 없어”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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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➋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참여와혁신>이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뷰 질문도 특정한 현안보다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과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는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7인을 인터뷰하려 했으나, 경영계 대표자들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이번 창간 특집 인터뷰가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내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이현석 기자 175studio@gmail.com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명환 위원장이 지난 6월 27일 조건부 석방됐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위원장 구속여부와는 별개로 문재인 정부의 노동개악과 노동탄압이 진행되고 있다며 7월 총파업을 시작으로 하반기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김명환 위원장은 석방 이후 진행한 <참여와혁신>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대표자를 가두는 건 정부가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노정관계를 풀어나갈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Q. 구속된 지 6일 만인 지난달 27일 구속적부심에서 조건부 석방이 결정됐습니다. 석방 소회를 밝혀주십시오.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달리 문재인 정부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구속이 결정됐을 때 아직도 경찰과 검찰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혐의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아 석방 후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와 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구속을 위한 구속’이라는 강한 문제제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위원장 구속을 통해 민주노총의 위상을 낮추려는 정부의 시도와 이를 추진했던 경찰과 검찰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체, 후퇴, 개악 등 노동개혁 과정에서 정부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번 구속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정관계에서의 협상 대표자입니다. 협상 대표자를 가둔다는 건 사실상 정부가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청와대가 구속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법부의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은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노정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뜻입니다.

지금 상황은 단순히 민주노총 지도부와 정부가 충돌하는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노총 중앙뿐만 아니라 단위사업장에서도 정부의 노동개악으로 인해 노사관계까지 어그러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분명히 하고 현장에서부터 민주노총 탄압과 정부의 노동개악의 시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자 지난달 28일 ‘전국 단위사업장 비상 대표자회의’를 소집한 바 있습니다.

Q. 우리 사회에서 ‘노동’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의 노동을 기계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시대에서도 노동이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21세기 디지털 혁명을 거치고 있는 지금, 노동의 의미는 단순히 보고 만지는 재화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노동을 통해 일자리, 가족, 사회적 관계를 이어나가고 존재의 의미까지 찾을 수 있죠.

다른 나라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서술하는지 모르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디지털 기술의 질적인 발전과 기존의 노동형태가 결합되어 새로운 형식이 끊임없이 시도된다는 겁니다. 당연히 노동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하고요. 기술 발전 과정에서 인간의 노동과 기계의 작업을 분리하고 서로가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대립시키는 것은 자본의 의도입니다. 따라서 사용자들의 공포 마케팅을 이용한 인력구조조정은 당연히 중단되어야 합니다.

도리어 새로운 융합을 통한 생산방식의 발전은 노동과 기계, 인공지능 등을 함께 구현시켜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인간이 갖는 창의성과 응용, 순간의 결단은 기계만을 이용한 생산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해왔다는 것이 지난 수천 년간 역사를 통해 증명되어 왔다고 봅니다.

Q.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과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극소수의 경우지만, 고액의 연봉과 탄탄한 고용안정, 노후대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해서 노동자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노동자가 그렇게 생각할까요? 물론, 안정감을 통한 행복감은 느낄 수 있겠지만, 모든 노동자가 똑같은 행복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압도적인 다수의 노동자들, 특히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통해 빈곤과 차별, 상실감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행복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조차 모르는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노동자가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일터,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사회적 재화를 생산하는 곳 또는 각종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곳을 일터라고 한다면, 행복한 일터는 노동자가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추구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관계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는 차별이 없는 민주적인 직장문화를 가진 일터, 갑질 없는 일터가 행복한 일터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를 위해서는 역시 노동이 중심에 있어야 합니다.

일터의 노동중심성을 분명히 하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노동3권의 실현, 부당하고 잘못된 관행을 없애고 직장문화를 개선하려는 정부와 사용자들이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노동자들의 삶에서 요구되는 바와 조화를 이룰 때 행복한 일터를 전망해 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Q.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노사관계를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개발독재와 권위주의 정권,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제대로 된 노사관계, 평등과 존중이 우선인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속에서 노동조합은 탄압에 대한 저항을 이어나갔으며, 조직을 지키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져오면서 오늘날 한국 노사관계는 투쟁과 대화, 개혁과 비판이 함께 공존할 수 없는 장이 돼버렸습니다.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대하는 자본진영의 극악스러운 태도, 개혁정부를 표방했으나 의지와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노동자 진영이 한국 노사관계의 치열한 대립의 축을 이루고 있는 형국입니다.

지금도 한국 노사관계는 사용자가 우위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사업장 안에서뿐만 아니라 국회도, 제도권 언론도 사용자의 목소리를 압도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바꾸려는 노력에 정부, 국회,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단결을 가로막는다고 노사갈등을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교섭의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노사 간의 충돌과 투쟁 강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사용자들도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을 겁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에 변화와 책임을 요구할 수는 있으나, 노사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는 사용자들의 태도변화에 있습니다.

Q. 창간 15주년을 맞는 <참여와혁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동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밑거름으로 노동중심의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참여와혁신>이 이러한 중요한 지점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