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장관 “일을 통한 행복,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로”
이재갑 장관 “일을 통한 행복,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로”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7.12 15:43
  • 수정 2019.07.1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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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5주년 기념 인터뷰 ➌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

<참여와혁신>이 2019년 7월 창간 15주년을 맞아 ‘2019년, 노동과 노동자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노·사·정 대표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노동과 노동자의 현재를 진단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입니다. 이에 따라 인터뷰 질문도 특정한 현안보다는 바탕에 깔려 있는 인식과 노사관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준비했습니다.

처음 인터뷰를 기획할 때는 양대 노총 위원장, 경총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등 노사정 대표자 7인을 인터뷰하려 했으나, 경영계 대표자들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해 왔습니다.

이번 창간 특집 인터뷰가 노동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내일을 그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 이현석 기자 175studio@gmail.com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 이현석 기자 175studio@gmail.com

우리의 일터와 노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났습니다. 이재갑 장관은 고용노동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노동을 중심에 놓고 경제사회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을 꼽았습니다. 고용노동부가 말하는 노동은 무엇이며, 우리가 일터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Q. 최근 몇 년 동안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의 노동을 기계와 인공지능(AI)이 대체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서 노동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동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개인에게는 가치 실현의 의미가 있을 것이고, 가정에서는 생계에 필요한 의식주를 노동을 통해 얻을 수 있죠. 나아가 그 사회와 경제를 지탱해주는 중요한 생산요소 중 하나로서 노동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기구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지, 노동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등을 공통적으로 다루는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노동의 입장에서는 사라지는 일자리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로의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는 거죠. 또 하나 발생하는 문제는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 문제입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 발전의 영향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가지 않아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요. 또한, 최근 플랫폼 경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플랫폼 노동과 같은 기존에 없던 고용형태들이 하나둘 생겨나게 됩니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발전해왔던 노동보호 기제가 이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기존 노동법규를 어떻게 새로운 고용형태에 적용해 새로운 고용형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는 겁니다.

전통적인 업무 방식을 벗어나 노동시간과 노동 장소도 변화하면서 유연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면 개인의 일·생활 균형을 찾을 수도 있죠. 그 균형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지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새로운 과제들이 계속 생겨날 텐데, 특히 중요한 과제는 노동을 중심에 놓는 것입니다. 노동을 중심에 놓고 경제사회 정책을 재설계해야 노동이 소외되지 않고 일·생활 균형을 찾아가면서 행복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노동존중사회라는 구호 아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를 통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오늘을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과 삶을 통해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노동자가 행복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술발전이 우리 인간한테 어떤 도움을 줬을까요? 편리함을 가져다주고 삶의 수준을 향상해준 것은 분명합니다. 근데 그 자체로 인간의 행복이 커졌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술발전이 세상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 행복감을 도리어 낮추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자리 간 격차가 커지면서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노동자들이 우리사회에 많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장시간 노동을 해온 노동자들도 있고, 산재 사고도 여전히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직장 내 갑질, 성희롱 문제 등 노동자들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첫째,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임금보호, 최저임금, 생활임금 같은 장치들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건강하고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이 필요합니다. 말 그대로 산업안전기준이 잘 정비돼 안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장 내 갑질과 성희롱 근절, 장시간 노동 해소, 일·생활 균형 등도 건강한 노동환경에 해당됩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를 마음 놓고 키울 수 있는 보육환경 조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의 행복은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단기적으로 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노동자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노와 사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는 많습니다.

정부는 그런 분야를 정책적인 측면에서 지원하는 게 역할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우리 일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정부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보는 분들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노동 문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이슈들이 중첩되어 있습니다. 그중 고용노동부가 역점을 두고 풀어나가려고 하는 이슈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우리사회에서 노동 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노동시간 단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18년 3월에 법이 개정되어 통상 이야기하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고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졌습니다. 연장 근로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고, 특례업종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죠.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자는 취지였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중요한 과제이긴 하지만 불가피하게 특정 시기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거죠. 그런 법제가 없었기 때문에 탄력근로제 논의가 나온 겁니다. 탄력근로제라는 제도 보완 방안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하고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경영계에서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유연성을 확보한 것이고, 노동계에서는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대신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보완책은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건강권 확보를 위해 연속 휴게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갔고, 임금 보전에 대한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탄력근로제가 주 52시간제를 통한 노동시간 단축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필요한 제도 보완방안이죠.

시행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부 업종이나 직무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장을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면서 안착시키는 게 고용노동부가 풀어나갈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창간 15주년을 맞는 <참여와혁신>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우리사회에서 언론은 정부와 국민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을 전달하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를 정부에게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와혁신>이 그런 부분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러 매체들이 있지만 노동을 중심에 놓고 균형적인 관점에서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매체가 많지 않습니다. 노동을 중심에 놓고 균형적인 관점에서 노와 사, 그리고 정부의 정책을 보도하는 것이 우리 노사관계의 신뢰를 축적하는 기제가 되고,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부 정책이 만들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참여와혁신>이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