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생 유가족들 “'더 나쁜 현장실습' 도제학교 지원법 반대"
현장실습생 유가족들 “'더 나쁜 현장실습' 도제학교 지원법 반대"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8.01 17:15
  • 수정 2019.08.0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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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근로자? "학생은 학생일뿐 노동자 아니다"
현장실습피해가족과 현장실습대응회의(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일·학습 병행지원법' 본회의 통과를 반대했다. ⓒ 김란영 기자 rykim@laborplus.co.kr

“아이를 뺀 세상은 지옥이다. 무심한 햇살 한줄기조차 마음을 짓누른다. 민호 군 아버지도, 동준 군 어머니도 따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햇빛을 보는 게 미안’해서 커튼을 닫고 있다는 말을 똑같이 했다.” - 은유,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중에서 

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현장실습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이날 오후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서 ‘산업현장 일학습 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일·학습 병행지원법)’이 통과되는 것을 반대했다. 이들이 일·학습 병행지원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법안이 특성화고 현장실습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값싼 노동’으로 ‘착취’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법적 근거가 되고 이를 확산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생들이 ‘학습근로자’라는 신분 규정으로 ‘학생’과 ‘노동자’ 사이에서 정체성이 혼란스럽고, 교육과 훈련 자체가 불가능한 기업에 무조건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정부가 현실을 외면한 채 도제학교를 확산하는데 일조할 근거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장실습생 고 김동준 군의 어머니 강석경 씨는 “동준이는 희망을 가지고 스스로 선택한 마이스터고 현장실습에서 아무런 희망을 보지 못했다. 얻어맞고, 협박당하고, 힘든 일만 도맡아 하다가 출근하지 못하고 기숙사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동준이는 회사에서 학생으로 존중 받고, 보호받지 못했다. 회사에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존재 하지 않았다”며 학생에 대한 보호 장치가 부재한 현장실습생의 실태를 지적했다

고 이민호 군 아버지 이상영 씨는 국회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상영 씨는 “어제(31일) 일·학습 병행지원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분개했다”며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반대해서 폐기됐던 법안이 어떻게 촛불 정부에서, 그것도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해서 환노위를 통과시키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상영 씨는 "16살 짜리(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노동 현장에 내보내겠다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인가? 자기 자식이면 이렇게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 기업의 편에서만 서서 행동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뭐라고 말 할 값어치도 없다"고 분개했다. 

송재혁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고 이민호 군이 숨졌던 2017년 제주를 속속 방문해 '현장실습을 이대로 두지 않겠다'고 말했던 이름난 정치인과 관료들이 1년 8개월만에 내놓은 답이란 게 고작 현장실습생을 고착화하는 도제학교와 일학습병행제냐"면서 "'학습중심 현장실습'이니, '일학습병행제'니,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니 결국 모두 직업계고 학생들을 값싼 노동으로 부리려는 것이다. 학생은 학생이어야 하고, 학교는 학교여야 한다.  학생은 노동자가 아니고, 노동 착취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