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진짜 ‘택배 없는 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동희의 노크노크] 진짜 ‘택배 없는 날’을 만들기 위해서는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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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여름휴가 다녀오셨나요? 이제 조금 있으면 9월입니다. 여름의 정점인 8월이 지나면 여름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으니 아직 휴가를 안 다녀오신 분이 있다면 9월에 떠나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한 주, 휴가가 없는 ‘어떤’ 노동자들을 위한 국민행동이 한 차례 진행됐는데 알고 계셨나요? 바로 택배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주기 위해 16일과 17일 이틀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자는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주6일 하루 평균 13시간에 달하는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연차휴가를 보장받지 못합니다. 아프거나 상을 당하는 등 불가피하게 쉬어야 할 경우에는 웃돈을 주고 대신 일해 줄 사람을 찾거나 같은 배송 지역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와 일종의 ‘품앗이’를 해야 겨우 쉴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택배노동자들을 위해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이달 1일 국민들에게 ‘택배 없는 날’을 제안했습니다. 16일(금)과 17일(토) 이틀 동안 택배가 없으면 택배노동자들이 나흘의 휴가를 떠날 수 있으니 13일(화)부터 15일(목) 광복절 3일을 ‘택배 주문 안 하는 날’로 지정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택배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잘 알기에 택배노동자들에게 감사를 보내는 이들도 많습니다. 택배 없는 날은 SNS 해시태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고, 실제로 택배 노동자 1,000여 명이 휴가를 떠났다고 합니다. 아마 이들 중에는 몇 년 만에 가족들과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신 분들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택배 없는 날에 정말 택배가 없었을 까요? 물론 그렇지 않았습니다.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택배 없는 날에도 택배노동자들의 배송은 계속됐습니다. 휴가를 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나뉘면서 택배 없는 날에 대한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국민 모두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해 택배를 ‘0’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택배 없는 날’이 ‘택배가 꼭 필요한 날’일 수도 있고, 택배는 개인 소비자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등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니까요.

그렇다면 택배 없는 날을 이대로 없애야 할까요? 택배 없는 날은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공론화하고 그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자는 의미 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노조도 국민 모두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중요한 건 택배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들의 노동을 더욱 존중하자는 메시지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몇 가지 숙제를 남긴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노조는 자신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을 비롯해 더 많은 택배노동자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할 것이고, 택배회사는 택배노동자의 쉴 권리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돼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택배노동자의 노고를 기억하고 그들의 노동을 더 존중할 수 있어야겠지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일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나아가 택배노동자들의 권리를 찾아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