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만 양산하는 임금피크제, 꼭 해야 할까?
내부 갈등만 양산하는 임금피크제, 꼭 해야 할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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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 정책 토론회
“임금피크제, 개선으로 감당할 수 있는 상황 아냐”
27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노총 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공동 주최했다. ⓒ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27일, 국회에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노총 공공연맹,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공동 주최했다. ⓒ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임금피크제로 인한 내부 갈등으로 인해) 회사 조직 문화 자체가 완전히 흐트러지고 있다.” 토론회 말미 플로어에서 나온 지적이었다. 보통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로 인해 의사결정을 잘 안 하고 있다며 “돈의 문제도 문제지만 일이 진행이 안 되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현장에서 임금피크제를 마주하는 노동자들은 여러 고충을 겪고 있다.

27일 국회에서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현황과 문제점’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도입한 지 4년 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위원장 황병관, 이하 공공연맹),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위원장 최준식, 이하 공공운수노조)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장도중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자리했으나 중간에 이석하면서 아쉽게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에 대해 함께 논의할 주체인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 이하 기재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임금피크제는 정년보장형, 정년연장형, 고용연장형으로 구분되는데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정년연장형을 취하고 있다”며 “2015년 5월에 확정된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이 지난 2018년 3월 폐지됐으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별로 임금조정기간이나 임금삭감률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면서 “한국디자인진흥원의 경우 5년 동안 누적임금삭감률이 320%에 달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문제는…

김철 연구실장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공공기관은 생산성을 향상하고, 근로자는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며, 청년구직자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정책적 목표가 있었다”며 “문제는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통한 신규채용의 증가로 공공기관의 실질적 정원이 늘어났고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직무 부여 등 실질적인 기관의 인력 운용 방안 마련에 소홀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제도 자체의 타당성 ▲신규일자리 증대 효과 미흡 ▲임금 감액의 형평성 문제 ▲조기퇴직 유도 문제 등을 함께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종수 노무법인 화평 노무사는 현재 임금피크제가 ▲60세 초과의 정년 설정 금지 ▲연령에 따른 임금과 보직에서의 차별 ▲청년고용 책임 전가 ▲내부 공정성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임금피크제 문제를 정년연장, 사회양극화 해소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연령 차별금지 법리, 청년고용에 대한 국가의 책임, 국가의 모범사용자로서의 책임 등의 관점에서 임금피크제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김정섭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를 전하며 “정년과 업무가 달라진 바 없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임금감액이라는 불이익만 적용받고 있다”며 “정년과 업무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임금만 감액되고 동료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되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업무 의욕과 동기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현재 임금피크제 비대상자가 대상자와 협업하는 것을 껄끄러워하고 전체적으로 조직 및 인력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현준 공공연맹 LH한국토지주택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역시 “LH는 사업 특성상 70%가 수도권에 사업이 집중됐다”며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면서 세대 갈등이 생기고 있다”고 LH의 사례를 설명했다. LH의 경우 사업기간이 3년 정도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3년 순환근무를 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좋은 수도권 근무와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는 현장근무에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몰리면서 내부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1~2급의 상위직급의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별도 직군이 있으나 3급 이하의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현업과 동일한 일을 수행하며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며 “지난 3월, 3개의 노동조합이 통합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이 새로운 노동조합을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결방안은 없을까?

김철 연구실장은 공공기관 임금피크제의 개선방안으로 ▲노정 공동 실태조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의 프레임 전환 ▲별도정원 해소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적합 직무 부여 ▲기관별 특수성 반영 등을 제시했다. 김철 연구실장은 “현재 기재부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며 “수용성 제고를 위해 노정 공동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노무사는 “단기적으로는 60세를 초과하는 정년연장을 허용하면서 점진적인 임금피크제를 사용하는 대안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법적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설정하고 공공기관 임금체계를 직무급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사정이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개선 가지고 돌려막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며 “폐지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하고 기관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양대 노총 공대위)는 “공대위 차원에서 기재부가 임금체계 개편 추진해왔던 것에 대해 이를 포함한 정책적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고 조만간 기재부, 행정안전부와 양대 노총 공대위가 이 내용들을 가지고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다”며 “현재 임금피크제는 효용성이나 존속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당장 폐지하기엔 어려운 조건들이 있어서 기재부가 일괄적으로 넣은 지침을 폐지하고 기관 자율적으로 논의해 존폐 여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최은혜기자 ehchooi@laborplus.co.kr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년연장과 청년일자리의 차원에서 고민하며 임금피크제를 도입됐으나 실제로 도입과정이 워낙 성급하게 진행되면서 제대로 준비도 안 되고 충분히 검토가 안 됐다”며 “당초에 의도했던 효과보다는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 지금은 임금피크제를 다시 평가하고 점검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도했던 목표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어떻게 보완할 건지를 함께 검토할 시기”라며 “공공부문 임금피크제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피면서 대안을 만들면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서 노력해보겠다”고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