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안전한 일터에서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안전한 일터에서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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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삶 벗어나고 안전한 현장 가능해야
젊은 인재들도 유입된다

[인터뷰] 김인호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위원장

전기노동자들은 2만 2,900볼트가 흐르는 고압을 다루며 각 가정과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전력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2년에 한 번 한국전력이 협력업체를 입 · 낙찰하고, 이후 협력업체에 고용된다. 그들은 수년간 고용 안정과 안전한 일터를 외쳤다. 수년간 바뀌지 않은 현실에 그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총파업을 앞두고 확대간부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했다. 그곳에서 김인호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8월 19일에 진행했다. (인터뷰 날짜 기준, 비정규직 전기노동자 4,500여 명의 총파업은 8월 28일부터 31일로 예정돼 있었다.) 

©건설노조
©건설노조

그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했다. 그는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본인을 소개했다

“전기노동자 김인호입니다. 72년부터 비정규직 전기노동자로 일했습니다. 2년에 한 번씩 떠돌이 생활을 하는 직업이죠.”

전기는 그들 덕분에 흐른다

“우리는 배전노동을 합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전신주가 있습니다. 전신주를 세우고 전선을 연결합니다. 신설 작업도 합니다. 개인 가정이나 건물을 새로 지으면 전기 연결 신청이 옵니다. 유지보수 작업도 하죠. 노후화된 변압기나 전선 등 전기 공급과 연결에 필요한 기기를 점검하고 불량이 있으면 교체하는 작업입니다.”

거리로 나서자는 전기노동자들의 목소리

“우리가 십수 년 동안 외쳐온 요구안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요구안을 정부와 한국전력은 듣지 않고 십수 년 동안 무시해왔죠.
전기노동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우리 요구안을 무시하는 정부와 한국 전력을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십수 년 동안 전기노동자들이 결연한 의지를 담아서 총파업 한 적이 없습니다. 부분 파업을 하기도 했죠.
이제는 우리 요구안이 관철이 안 되니까.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가 제대로 된 투쟁을 하자. 조합원들의 파업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르고 이 의지를 담아서 파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처음으로 전기노동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현장의 문제를 이번에는 제대로 바꿔보자고 나서게 됐습니다.”

전기노동자 무엇을 말하나?

① 65세 정년 연장
“이 일을 많이 한다면 정년 연장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동으로 나이 먹으면 떠나야겠죠. 그런데 실제 기능공 중 젊은 인력이 없습니다. 해마다 적게는 50명, 많게는 100명까지 현장을 떠납니다. 현장에 인원이 부족하고 기능공이 부족해 정년 연장 하지 않으면 전기 대란이 일어납니다. 우선 정년 연장을 하고 젊은 인력을 양성해 현장으로 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② 안전한 일터
“직접활선공사 작업 완전폐지하고 간접활선작업, 바이패스작업(정전 후 작업)하자는 겁니다. 활선차를 타고 올라가서 고무장갑을 끼고 22,900볼트를 직접 만지다보니 감전사고가 많이 일어납니다. 팔다리 절단되고 3도 이상 화상을 입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간접활선공법(직접 손으로 하던 작업을 절연 간접활선 공구를 이용해 적정 이격 거리를 두고 작업하는 공법)하자는 겁니다. 그나마 전기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한전이 2021년까지 간접활선공법 100%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간접활선공법에 필요한 안전장구 개발에 현장 전기노동자들이 참여해야 합니다. 이론적으로만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안전장구 개발이나 새로운 간접활선공법을 같이 개발하고 현장에서 시연도 같이 해보며 해야 좀 더 안전한 일터를 정확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배전현장 노동자 건강 위해 요인 대책 마련’ 이 부분은 전기노동자의 백혈병을 전자파로 인한 산재라고 인정했습니다. 22,900볼트 전자파 얼마나 강하겠어요. 그것도 30cm 안에서 고압선을 자르고 연결하는데, 이런 것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죠. 지금 보면 전국에 위암, 식도암, 간암, 대장암 걸린 분들도 많습니다. 자기가 몸 관리 못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듣는데 전자파 때문에 모든 (신체) 기능이 저하하는 거잖아요. 면역력이 약해지는 겁니다. 건설노조 내 4개 분과 중 암 발생률이 가장 높습니다.”

“지금은 조금 주춤한데 진짜 작년까지만 해도 감전 사고가 한 달에 2-3건씩 발생했습니다. 지금 상태처럼 인원이 부족해서 전기노동자들이 충분한 휴식을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한 번 올라가면(공사를 위해 전신주에) 거의 공사 끝날 때까지 하고 내려옵니다. 아니면 점심시간에만 내려오고. 그러다 보니 고강도의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없다 보니 여름에는 뙤약볕에, 겨울에는 추위에 손이 얼어가며 일합니다. 인원이 충분하면 교대 작업도 가능합니다.”

③ 배전예산 확대
“올해 4월 달에 고성 산불이 크게 났습니다. 해마다 우리가 기기 점검과 변경을 했으면 노후된 기기와 부식돼 위험성이 있는 전선을 교체했을 텐데. 한전이 배전 예산을 축소하다 보니 유지보수 예산이 부족해 유지보수를 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기노동자들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안전하게 전기를 공급 받을 수 있도록 적절히 예산을 집행하라는 것이죠.”

④ 직접고용
“비정규직이다 보니 2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깁니다. 안정성이 없습니다. 지금 전체적으로 보면 전기노동자들이 신용도가 최하입니다. 결혼하고 아파트 장만하려 대출을 받으려 해도 대출이 안 됩니다. 어렵죠. (올해를 예로 들면) 작년 연말에 입찰해서 벌써 8월입니다. 내년 10월에서 11월 사이에 입찰이고 이제 1년 남았는데 우리 조합원들이 과연 1년 후에 어디로 갈 것이냐, 이런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현장이 (고용) 안정되면 철두철미하게 일에 몰두해 전기를 단전 안 되고 안전하게 24시간 국민들에게 공급하는 데 일조하는 거죠. 직접고용이 원칙이지만 (어렵다면) 최소 4년은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거죠.)”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9대 요구안>

① 자격 정년 연한 65세 연장

② 2019년 배전운영 유지보수 안전 예산 추가 편성

③ 배전업무 기능자격 국가기술자격으로 전환

④ 활선작업조 편성 승인제도 및 승인 후 6개월 이내 타 업체 편조 승인 금지

⑤ 직접활선공법 위험공종 완전폐지 및 안전관리 철저,
안전장구 개발 노조 참여 보장,
스마트스틱 공법 무리한 적용 재고

⑥ 의무 보유인원 법제화

⑦ 배전현장 노동자 건강 위해 요인 대책 마련

⑧ 의무 확보인원 축소 조정 단서조항 삭제

⑨ 한전 협력회사제도 폐지 및 직접고용 추진

ⓒ 건설노조
ⓒ 건설노조

안전한 일터, 안정적 일자리가
젊은 전기노동자 유입한다

젊은 인력 양성을 위해 국가 보조도 필요

“젊은 사람들이 더러 옵니다. 오는데 3개월 정도 있다가 떠나요. 현장에서 사고 나는 거 보니까. 한전에 요구합니다. 기능공 양성하는 훈련 체계 만들고 젊은 인재들이 현장에 와서 같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고.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부족합니다. 직업의 안정성과 전망성(고용 안정, 안전한 일터)을 알려야 오지 않겠습니까.”

“교육받는 데 돈이 엄청 많이 들어요. 배전 자격증, 활선 자격증, 무전정 자격증, 지중 자격증. 네 가지 교육을 받아야 완전히 기술을 습득합니다. 그런데 교육비가 천만 원이 넘습니다. 개인적으로 교육비를 내라면 젊은이들이 천만 원이 어딨어요. 교육비만 그래요. 교육기간이 꽤 긴데, 그 동안 쓸 돈도 필요하고. 노조에서 요구하는 것은 젊은 인재를 양성하려면 한전 인재개발원에서 교육비를 받지 말고 최저생계비라도 보조해주고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안정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들어줘야 하고 회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독려도 하고. 이런 것이 된다면 충분히 전기노동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젊은이들이 일을 찾겠죠.”

7월 10일, 청와대 앞에서 김인호 전기분과위원장은 8월 28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에 수년 동안 요구했음에도 2년에 한 번씩 떠도는 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되지 않아 이 자리에 서게 됐다. 감전이라는 재해에도 인원은 점차 축소되고 젊은 사람들이 기술을 배워 현장에 와야 하는데 정부와 한전은 숙련공 양성도 못한다. 전국의 80~90%가 불법하도급을 하고 있는데(업체가 입찰에 응할 자격 요건만 취해 공사 입찰을 받으면 안전장비와 기능공을 다수 확보한 타 업체의 전기노동자를 데려오는 업계의 관행이 불법하도급이라 노조는 지적), 정부는 이를 눈 감고 노동자들과 면담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이며 불법하도급 시스템에 놓인 전기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현장 안전 문제로 인해 숙련공 양성도 차질이 있다는 뜻이다.

8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김인호 전기분과위원장은 다시 8월 28일 총파업을 예고하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노동자들이 안전히 일하고 무사히 저녁에 집에 돌아갈 수 있는,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는 생활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원하는 거죠.”

비정규직이며 불법하도급 시스템에 놓인 전기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현장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숙련공도 양성해야만 가능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