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노무조항에 가려진 ‘노동3권’
SOFA 노무조항에 가려진 ‘노동3권’
  • 임동우 기자
  • 승인 2019.10.04 00:23
  • 수정 2019.10.0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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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그 이면에 가려져 있는 ‘노동 사각지대’
[인터뷰]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 최응식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위원장

매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겠다는 미국의 으름장에 사회가 술렁거리는 가운데, 지난 8월 28일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는 주한미군 403야전지원여단 내 한국인 노동자의 감원·하청전환 계획을 분쇄하겠다며 나선 이들이 있었다. 한국노총 전국외국기관노동조합연맹의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이다.

Q. 주한미군 내에도 노조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소개를 부탁한다.

주한미군한국인노조는 주한미군 내 1만 2,500명의 한국인 직원 중에 대략 1만 명 정도가 가입되어 있고, 60년 정도 되었다. 한국인 직원들은 주한미군 내 업무의 70%를 소화를 해내고 있다.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지 않는 날은 주한미군도 휴가를 낸다.

Q. 최근에 캠프 험프리스 앞에서 집회를 열었는데, 까닭은 무엇인가?

주한미군은 지속적으로 감원과 하청전환, 파견직원으로의 전환을 시행해왔다. 우리에게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까지도 적용받는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부당한 정리해고임에도, 주한미군은 일방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기지 이전이나 업무량 감소도 없는데 하청파견 직원으로 기존 한국인 직원을 대체하겠다고 통보하여,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SOFA 노무조항 아래서는 업무 시간 이외에 집회밖에 할 수 없어 일과시간 이후인 5시 30분부터 집회를 열게 되었다. 우리는 집회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고자 했다.

Q. 방위비분담금 체계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군사건설비·군수지원비·인건비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바탕으로 총액협상을 한다. 지난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때 1조 389억 원으로 늘어난 분담금 중 인건비 항목으로 배정된 금액이 5,005억 원이었다. 감원 및 하청전환을 반대하는 이유는, 한국인 직원 인건비의 88%를 방위비 분담금 인건비 항목에서 지원하고 주한미군이 12%를 부담하기로 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감원과 하청전환이 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관련해서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총액이 결정되고 나서 주한미군이 어떤 항목에 얼마를 쓰는지는 그들의 마음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다 썼다고 들어본 적이 없다. 남는 금액에 대해 이월시킬 거라는 말은 하는데, 이월금이 대체 얼마나 쌓여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총액협상을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더 이상의 총액협상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투명성 확보가 안 되고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총액협상보다는, 정확하게 소요를 예측해서 그에 맞는 비용을 소요충족형 협상을 한다면 불용액도 안 남고 비리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를 통해 고용안정도 달성하고, 투명성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정부가 고용하여 인건비를 내고 있다. 그래서 주일미군 내 일본인노동자는 일본노동법을 적용받고 고용법도 확실하게 적용 받는다.

Q. 주한미군 내 노동자들에게는 기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가?

SOFA 노무조항을 보면 한국 노동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한글 해석일 뿐이고, 영어로 보면 ‘실질적인 일치를 한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쓰여 있다. 이는 얼마든지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이다.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주한 미군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한국인 노동자들을 감원하고 해고할 수 있다.

Q. 방위비 분담금 관련해서 과거에도 원·하청 문제가 있었나?

원·하청은 우리가 담당할 수 없는 부분이나 방위비 분담금이 지급되지 않던 시기, 30~40년 전에나 부분적으로 했었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 내 인건비 지급비율이 88%까지 올라 주한미군의 부담이 덜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전환을 하겠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방위비 분담금도, 노동자도 손해를 보면서 하청업체만 배불리는 이런 시스템은 용납할 수 없다. 결국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내모는 격이다.

Q. 한국 정부도 인건비 100% 지원을 말하지 않았나?

한국 정부가 방위비 분담금 내 인건비를 100%로 지원하겠다고 말한 적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에서 거절했다. 한국정부가 지원한다고 한들, 지금 같은 총액협상 구조에서는 어느 항목에 얼마를 쓸지는 주한미군의 단독 결정사항이다. 1조 389억 원이 모두 쓰였기 때문에 감원 조치한 것일까? 올해 결산이 끝나고 나면 군사건설비와 군수지원비에 불용액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주한미군이 403야전지원여단 한국인 노동자 감면과 원·하청 전환을 이행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방위비 분담금 내 인건비 항목을 88%로 규정하면서 주한미군 자체 부담금은 낮아졌다. 노동조합에서 판단하기로는, 100% 주한미군이 활용할 수 있는 군수지원비가 많이 남았고, 군수지원에 새로운 항목 삽입을 통해 한국인 직원 인건비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주한미군이 인건비 항목의 12%도 채 부담도 하지 않으려고 노동자들을 하청 전환했다고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실제 하청업체를 통해 쓰이는 돈은 한국인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주한미군이 왜 이런 일을 벌일까? 작년에 군수지원비에 대한 완화협상이 통과되었다. 일하는 노동자도, 한국 정부도, 주한미군도 실질적으로 손해다. 유일하게 이익을 보는 건 하청계약을 따낸 회사뿐이다. 그렇다면 왜 하청업체 ‘ㄱ사’에 특혜가 주어질까? 이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 감사만 제대로 된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Q. 최근에 또 다른 노동자들도 감원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들었다.

현재 우리는 통신대에서 16명 감원하겠다고 또 통보 받은 상태고, 주한미군은 올 연말 안에 용산 지역의 대략 140명 정도의 감원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작년에도 500여 명이 감원됐고, 우리는 계속해서 감원통보를 받고 있다. 아까도 말했지만, ‘감원이 정당한가’에 대해 묻기도 따지기도 어려운 곳이 이곳이다. 노동은 5심제라고 한다. 부당노동행위를 당했을 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판정을 받고, 이후 법원을 소송을 통해 3심까지 총 5번의 부당함을 얘기할 수 있으나, 우리는 단 한 차례도 어렵다. 우리에게는 노동3권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우리 힘으로 주한미군에게 바라는 요구사항을 스스로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3권조차 가로막힌 상황에서는 부당노동행위를 당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국민을 보호해주길 바란다.

Q.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주한미군에게는 무소불위의 제도가 있고, 그 제도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면 순순히 주한미군의 선의를 믿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국제관계에서 선의가 어디 있겠나. 주한미군은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우리 정부는 이를 방치하면 안 된다.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법이 있는 건데, 주한미군 노동자는 최소한의 안전망도 없다. 정부가 개정과 개선의 노력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알아서 해줄 리 없다.

Q.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소요충족형 제도 전환, 개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국민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 정부는 분명 따라갈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걸 알고 공감대를 형성하면, 공감대 속에서 정부가 개정하려는 의지를 가질 것이다.
주한미군 노동자들은 직군별 평균임금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음에도, 국가 안보의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존심으로 버티고 있다. 웬만큼 억울한 건 참아왔는데, 이제는 생존권을 위협받으니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라고 하는 게 아니다. 우리도 세금을 낸다. 우리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가에 대해 국민은 질문할 권리가 있고, 그 진실을 알아야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내는 세금에서 방위비분담금이 나간다면, 그 금액이 한국인과 한국을 위해 쓰이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아주 단순한 국민의 요구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분명히 이 부분에 대해 응답을 해야 한다.

Q.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응해나갈 방침인가?

안타깝게도 우리는 파업을 하면 해고되고, 노동조합 설립도 취소된다. 전면파업도 부분파업도 할 수 없다. SOFA 노무조항에 기재된 사항이다. 우리의 현실을 언론, 국회, 정부가 알리고, 무엇보다 주한미군과 미국에 알릴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 있게끔 우리의 문제를 열심히 호소할 것이다. 이제는 조합원들이 ‘파업으로 죽으나, 감원해서 죽으나, 어차피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한다. 다들 끝까지 한번 가보자고 한다. 생존권이 걸려 있다. 우리는 투쟁할 것이다.

SOFA 협정문 제17조 노무

협정(Agreement)

4. ㈎ 고용주와 고용원이나 승인된 고용원 단체간의 쟁의로서, 합중국 군대의 불평처리 또는 노동관계 절차를 통하여 해결될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 노동 법령 중 단체행동에 관한 규정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해결되어야 한다.

⑴ 쟁의는 조정을 위하여 대한민국 노동청에 회부되어야 한다.

⑵ 그 쟁의가 전기 ⑴에 규정된 절차에 의하여 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문제는 합동위원회에 회부되며, 또한 합동위원회는 새로운 조정에 노력하고자 그가 지정하는 특별위원회에 그 문제를 회부할 수 있다.

⑶ 그 쟁의가 전기의 절차에 의하여 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합동위원회는, 신속한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는 확증하에, 그 쟁의를 해결한다. 합동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을 가진다.

⑷ 어느 승인된 고용원 단체 또는 고용원이 어느 쟁의에 대한 합동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거나, 또는 해결 절차의 진행중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행동에 종사함은 전기 단체의 승인 철회 및 고용원의 해고에 대한 정당한 사유로 간주된다.

⑸ 고용원 단체나 고용원은, 쟁의가 전기 ⑵에 규정된 합동위원회에 회부된 후 적어도 70일의 기간이 경과되지 아니하는 한 정상적인 업무 요건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종사하여서는 아니 된다.

양해사항(Understandings)

* 제4항 ㈎ ⑸

제17조 제4항 ㈎ ⑸와 관련하여 그리고 변화된 노동관행을 고려하여, 고용원 단체나 고용원은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이 접수된 날부터 최소한 45일간은 정상적인 업무요건을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에도 종사할 수 없으며, 그 기간이 끝날 때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부합하여, 그 문제는 합동위원회에 회부되는 것으로 이해한다. <신설 2001. 1. 18>

국내법상으로 보면 쟁의행위를 위한 조정기간은 조정 신청일로부터 일반사업은 10일, 공익사업은 15일이며, 관계 당사자 간의 합의로 일반사업에 있어서는 10일, 공익사업에 있어서는 15일 이내에서 연장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30일이다. 하지만 SOFA 노무조항에서는 조정기간을 45일로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합동위원회 회부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조정기간까지 길다보니 실질적으로 파업을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지난 9월 18일 언론에서는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로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검토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인사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노동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