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건설노동자,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하다
2030 건설노동자, 자신의 노동을 이야기하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19.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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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건설노조 청춘버스 동행 취재

“저 형님들 노조 가입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여?” 뒷좌석에 앉은 20대 건설노동자들의 대화가 들렸다. 버스가 다리 밑을 지나 숙소로 향할 때였다. 차창 밖으로는 하얀 안전모, 형광 노랑 안전 조끼, 발목까지 올라오는 안전화 차림의 50대 건설 노동자 몇 명이 다리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 대화를 나눈 20대 건설노동자들 뒤로 28명의 2030 건설노동자가 짝을 이뤄 대형 버스에 타고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모인 2030 건설노동자들이다. 그들은 왜 모였을까. 자기가 일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실태를 밝히고, 실태 개선이 양질의 청춘 건설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탄 버스의 이름은 민주노총 건설노조 청춘버스였다. 8월 26일과 27일, 이틀 동안 그들과 함께 하며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청이 있었던 인터뷰이의 이름은 가명 혹은 가명도 쓰지 않기로 했다.

청춘버스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건설노조 2030 청춘 조합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청춘버스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건설노조 2030 청춘 조합원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 장시간 노동 해소와 일요 휴무 정착

김태정(가명, 31, 형틀목수, 대구경북 거주) 씨는 5살 딸과 2살 아들을 둔 아빠다. LS전선에서 일을 하다 개인 사정이 생겨 고향으로 내려왔고 건설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잠이 늘 부족했다. 자정을 넘긴 새벽 1시에 잠에 든다. 기상은 새벽 5시 반 정도다. 낮에는 아내가 육아를, 저녁에는 그가 육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취침 시간이 늦다. 기상이 이른 이유는 건설현장이 일반적으로 아침 7시 반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장 일이 힘든데 4시간 정도 자도 피곤하지 않냐는 질문에 “아빠 되면 다 할 수 있습니다. 하나도 피곤 안 해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대답하는 잠깐 동안에도 아이를 생각했는지 눈이 초롱초롱했다.

하지만 건설노동자들이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위원장 이영철, 이하 건설노조)가 2030 조합원 105명을 대상으로 ‘살면서 가장 싫은 것’을 설문 조사했다. 설문 결과 ‘장시간 노동’은 가장 싫은 것으로 뽑힌 여섯 가지(▲사회적 인식 ▲화장실,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없거나 낙후함 ▲저임금 ▲장시간 노동 ▲승진 개념이 없음 ▲임금 체불) 중 하나였다. 건설현장에서 주52시간은커녕 오후 8~9시까지 일하고 토요일, 일요일 노동도 일상이다. 그나마 노동조합에 가입한 건설노동자는 오후 5시까지 일을 하고, 토요일도 오후 3시까지만 일을 한다. 태정 씨도 “피곤하지는 않지만 적응된 것은 아니다”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틀 동안 만난 2030 건설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장시간 노동 문제가 해결되고 일요 휴무가 정착돼야 건설 산업으로 청년층이 들어온다”며 “실제 건설현장에 젊은 사람들이 와도 오래있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8년째 연애 중인데, 결혼해야 하는데...”
- 사회적 인식①

최기현(가명, 30, 형틀목수, 대구경북 거주) 씨는 군대를 제대하고 친구들과 건설현장으로 찾아갔고, 그렇게 일을 시작한 지 만 7년이 다 돼 간다. 26일 밤, 첫 일정을 끝내고 뒤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가 나왔다. 분위기는 사뭇 진지했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기현 씨가 덤덤하게 이야기를 받았다. “8년째 연애 중이고 결혼도 마음먹었는데, 예비 장인어른 설득하기가 어렵네요”라고 이야기하고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의 예비 장인은 건설노동자는 아니지만 건설업에 관련한 일에 종사하고 있어 건설 노동의 고됨과 처우를 잘 알았다. 무엇보다 건설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예비 장인이 잘 알기 때문에 설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계속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게 재밌어 몸은 고되더라도 보람차다고 했다. 청춘버스 동행 취재를 하며 만난 20대 초반 건설노동자들(연차가 1~2년), 일한 지 3개월이 안 된 건설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재밌어서 오래 잘하고 싶은, 적어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라고 했다.

건설노조 설문에서 2030 조합원들은 살면서 가장 싫은 것으로 ‘사회적 인식’을 꼽았다. 무려 73%에 달했다. 2030 조합원들은 건설현장에 청년 건설노동자가 진입하려면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70% 비율로 응답했다. 청춘버스 참가자들은 첫째 날 26일에 서울시청 앞에서 청춘발언대(2030 건설노동자들의 노동 실태 발표)를 진행했다. 경인건설지부의 한 청년 조합원은 “아직도 저는 이 현장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대놓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유로 “사회적 시선이 따갑고 (우리 노동의 위치를) 낮게 보는 눈빛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현장 일이 좋아서 내가 하고 있는 것인데, 남들 시선 생각하면서까지 일을 안 하게 사회적 분위기가 나아졌으면 한다”고도 덧붙였다.

“신용카드 한 장 발급받기 어렵습니다”
- 사회적 인식②

경기도건설지부의 한 20대 조합원은 청춘버스 일정 둘째 날 건설근로자공제회 간담회에서 “건설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열심히 일하면 월 400만 원을 벌 수 있다. 소득이 낮지 않은데 대출을 받으려면 힘들고 혜택도 없다. 심지어 신용카드 하나 발급받으려 해도 하도급 회사에서 재직확인서까지 받아야 한다”고 했다. 건설노조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2030 조합원들의 절반 이상이 월 평균 300~400만 원 정도 벌었다. 2030 조합원 중 30%가량은 월 평균 100~150만 원을 저축하고 있었다. 소득 수준과 저축 수준으로 본다면 신용이 낮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대 조합원은 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며 “보통 공사 기간이 3개월이라 3개월마다 이동을 할 수밖에 없고 단지 하도급 회사만 바뀌는 것일 뿐인데, 한 곳에서 오래 일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의료보험 떼면 일용직이라고 나오는 것도 한몫한다”고도 덧붙였다. 건설노동자의 신용을 무조건 담보해줄 수는 없지만, 평균 재직 일수나 월 평균 임금 산정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정부나 건설근로자공제회 등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일반적 수준의 신용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그리고 건설노동에 필요한 기술을 국가 자격증화해 건설노동자가 기능인, 기술인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건설 노동을 기술 등급화, 장인화하면 건설 노동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장기적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안전하지 않은데 누가 건설 현장 오겠어요?”
- 불법다단계하도급

강석진(가명, 31, 해체, 부산 거주) 씨와는 1박 2일 동안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건설 현장 안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외국 같은 경우 아파트 하나 짓는 데 2년 걸리는데, 우리는 6개월 걸린다”며 “그만큼 ‘빨리 빨리’와 ‘저렴하게’라는 인식이 너무나 강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건설 현장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건설 현장의 ‘빨리 빨리’와 ‘저렴하게’가 없어지지 않는 구조적 이유로 ‘불법다단계하도급’을 들었다. 건설업은 하도급 구조다. 발주처 – 대형건설사 – 종합건설업체(단종)로 경쟁 입찰을 통해 하도급이 이뤄지고 종합건설업체의 건설노동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건물을 짓는다. 석진 씨는 “단종까지만 법적으로 하도급이 되는데 단종에서 철근, 형틀목수, 타설, 해체, 비계 등 팀별로 불법하도급이 이뤄진다”며 “심지어 거기에서도(팀별 불법하도급) 다시 개개인으로 불법하도급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이러한 불법하도급이 횡행하는 이유를 원청부터 내려오는 과도한 이윤 남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인건비 대비 많은 물량을 작업해야 한다. 여기에 하도급 입찰 시 최저 단가 경쟁을 시키는 것까지 더해진다. 이것은 악순환을 낳는다. 하도급사는 입찰은 받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저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하도급사가 이익을 남기려면 인건비 대비 많은 물량을 작업(공사기간 단축)하거나 재하도급(팀별 불법하도급)을 줘야 한다. 그래서 하도급은 종합건설업체까지만 법적으로 가능하고 낙찰률도 한계를 뒀다. 하지만 이미 팀별, 개인별 불법하도급은 넓고 깊게 자리 잡았다.

석진 씨는 “100억 남길 거 70억만 남기고 30억은 안전을 위해서 쓰면 돼요”라고 강하게 말했다. “안전하게 일하라면서 공사 기간 단축하라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사라지려면 100억 남길 거 70억만 남기면 돼요, 진짜로”라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불법하도급을 당할 수 있는 혹은 할 수 있는 해체 팀장이다. 그러나 그는 “이윤 남기면 사람이 죽습니다”라며 “자기는 적어도 팀원들에게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무리한 질문을 해봤다. “아쉽지 않습니까?” 대화 내내 순했던 그의 눈이 날카롭게 변하며 그는 되물었다. “사람이 죽는데 아쉽습니까?” 그 말을 하고 다시 순하게 돌아온 눈빛으로 그는 말을 이어갔다. “현장이 안전해야 청년층이 건설 현장으로 들어옵니다.” 건설노조가 실시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2030 조합원 세 명 중 두 명은 건설 현장이 안전해야 청년이 건설 현장으로 유입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1박 2일 일정 동안 2030 건설노동자에게 공통으로 던졌던 질문은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달라졌냐”였다. 그들은 일반팀(노동조합 가입을 안 한 사람들로 구성된 팀)과 확실하게 노동 환경과 처우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팀이었다가 노동조합에 가입해 노조팀 소속으로 일하고 있는 2030 조합원들도 많았다.

그들이 말했던 실제 현장에서 변화는 ▲똥(일반적으로 계약 10% 수수료)을 안 뗀다 ▲20일 일하면 하루 휴무 ▲임금 수준 ▲일요일 휴무 ▲토요일 오후 5시가 아닌 3시 퇴근 ▲고용 안정 등이다. 사실상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반적 노동자라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것들이 그들에게는 노동조합이 있어서 그나마 지켜지는 것이다. 특히 그들은 고용 안정을 강조했다. 보통 3개월 단위로 일자리를 스스로 찾아 옮겨야 하는 현실에서 일자리 찾기란 매우 힘들다는 게 그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노동조합에는 팀장급의 조합원도 있기 때문에, 혹은 노동조합이 인적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고용의 연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건설노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2030 조합원들은 85%가 노동조합 가입 후 노동조건에서 차이를 느꼈다고 답했다. 주변의 건설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권하고 싶다는 설문에는 90%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청춘버스 마지막 일정은 대한전문건설협회 앞에서 건설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회 9월 2일 상경투쟁 기자회견에 함께 하는 것이었다. 1박 2일 동안 함께 했던 그들을 보고 있으니 “저 형님들 노조 가입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여?”라고 했던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버스가 다리 밑을 지나 숙소로 향할 때가 다시 떠올랐다. 차창 밖으로 보였던 하얀 안전모, 형광 노랑 안전 조끼, 발목까지 올라오는 안전화 차림의 50대 건설 노동자 몇 명이 다리 보수 공사를 하고 있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청춘버스에 함께 했던 30명의 2030 건설노동자들도 하얀 안전모, 형광 노랑 안전 조끼, 발목까지 올라오는 안전화 차림이었다. 1박 2일 동안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저 형님들 노조 가입하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여?”라는 말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말 같지는 않게 느껴졌다.

9월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2만여 명의 건설노동자가 모였다. 그 중에는 건설노조 2030 조합원들도, 그 중에는 청춘버스에 올랐던 30명의 청춘 건설노동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2만 여명 앞에 설치된 무대 위로 올랐고 “건설 현장에서 청년들이 비전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일요일은 당연한 권리인 주휴수당 받으며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과 나눈 대화가 다시 떠올랐다. “망치쟁이를 생업으로 삼고 싶다. 생업이 되려면 일요일은 돈 받고 쉬어야 하고, 고용이 불안정해서는 안 되고, 우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