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노조 대표자 88%가 남성
민주노총 산하 노조 대표자 88%가 남성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0.15 18:08
  • 수정 2019.10.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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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개 사업장 노조 설문조사 결과 발표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leedh@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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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김명환, 이하 민주노총) 간부 대다수가 남성이어서 여성 노동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노총이 15일 오후 공개한 ‘민주노총 성평등지수 조사 결과’ 내용에 따르면 노조 위원장, 본부장, 지부장, 지회장 등 교섭 단위 조직 대표자의 성별이 남성인 곳은 88.0%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노조 대표자가 여성이었던 경우는 14.3%에 불과했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는 이날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민주노총 25년, 여성대표성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와 같이 밝혔다. 설문조사는 지난 6월부터 8월 20일까지 약 세 달에 걸쳐 시행됐다. 조사 대상은 민주노총 산하 10개 가맹조직 252개 사업장 노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직 대표자를 제외하고 집행, 의결 기구에 참여하는 노조 임원 중 여성이 없는 곳은 48.0%였다. 대의원과 교섭 과정에서 영향을 미치는 교섭위원 가운데 여성이 3분의 1 미만인 곳도 각각 58.0%, 54.8% 수준에 달했다. 252개 중 96개 조직에선 여성 교섭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이는 실제 교섭과정에서 여성의 의제가 논의되지 않거나 부차적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지난 2004년부터 여성할당제를 시행하고 산하 조직에 여성할당제를 권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할당제 규정이 있는 곳은 19%에 그쳤다. 특히 교섭위원 할당제가 있는 곳은 6%, 한 자리 수 비율로 크게 떨어진다. 반면, 대의원 여성할당제가 있는 곳이 18%이다. 김 국장은 “다수의 인원이 필요한 대의원에서는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 의사 결정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역에서는 여성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여성위원회를 설치한 노조는 14.6%에 불과했으며, 성평등위원회를 둔 곳도 7.9%밖에 안 됐다. 단체협약에 성희롱 및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한 곳은 72.2%였으나 실제로 이행한 곳은 67.0%였다.

김 국장은 “이번 조사는 민주노총 조직을 설득하기 위한 여성 활동가들의 절박함에서 시작됐다”며 “그동안 대표성이 지속적으로 낮은 원인에 대해 문화적, 제도적 요인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밝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금숙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은 “여성할당제 집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여성할당제 시행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일부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면서 “여성할당제 점검과 산하조직들의 여성할당제 이행을 강제하는 민주노총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 대표성은 인적 구성 측면뿐 아니라 노조의 활동 내용 측면에서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노조의 활동 중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은 사업장 내 집단적인 규범을 형성하고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