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광산업 여건과 현실 제대로 아는가
대한민국 관광산업 여건과 현실 제대로 아는가
  • 이학주 위원장 <한국관광공사노동조합>
  • 승인 2008.09.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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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선진화 방안의 문제와 제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핵심 공약사업으로 내걸었던 공기업 사유화·구조조정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표적이 되어버린 관광공사의 직원들은 불안과 초조 속에 고용불안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당초 공기업 민영화는 90% 국민의 지지 속에 수월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문화제를 통해 그 실체와 허구성이 드러나면서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어 잠시 주춤하는 듯 했다. 그러나 촛불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선진화란 옷으로 갈아입고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 이학주 위원장
    (한국관공공사노동조합)
지난 8월 11일 발표된 1차 선진화 방안은 한마디로 엉터리다. 그동안 언론에 오르내리던 대형 공기업은 상당수 대상에서 사라지고, 관광공사와 같이 선진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중소규모 공기업만이 희생양 명단에 올라있다. 이것은 이번 공기업 선진화 작업은 구색맞추기식으로 아무런 원칙과 기준 없이 추진됐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현 정부의 미숙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가 없다.

관광개발사업 중단은 관광산업의 포기

1차 선진화 방안에서 현 정부는 한국관광공사를 핵심기능인 관광진흥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비핵심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면세점, 골프장, 관광단지 등 비핵심 사업은 기능조정 대상으로 분류해 매각하고, 자회사인 경북관광개발공사는 민영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의 선진화 방안은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관광개발사업 중단의 문제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인프라수준(70위)과 정부관광투자수준(82위)은 중하위권이다. 따라서 관광공사의 관광개발 기능 중단은 마케팅만으로 유지되기 힘든 관광산업특성상 관광산업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수익창출을 위해 수도권 중심의 대규모 리조트 개발사업에만 치중하는 민간사업자는 결코 그간 관광공사가 해왔던 낙후지역 위주의 공익적 개발기능을 대체할 수 없다. 지자체 간의 난개발, 중복개발 및 투자유치 부족 문제를 조정·해결하고 관광마케팅과 연계할 수 있는 기관은 관광공사가 유일하다.
설립목적상 관광과 무관한 타 공기업의 관광개발사업 진출은 허용하면서, 관광공사의 설립목적 사업인 관광개발사업을 중단하라는 것은 현 정부가 말하는 유사·중복기능 통폐합 원칙 및 형평성 원칙에도 반하는 것이다.

공익적 기능은 무시하고 국민부담은 가중?

둘째 면세사업 중단의 문제이다. 사업재원 조달방안과 고용안정에 대한 대책 없이 수익사업을 중단하라는 건 부당하다. 수익금이 공익목적 사업에 재투자되고 활용되도록 하는게 합당하다. 관광공사가 면세사업을 중단하게 될 경우, 사업재원 전액을 국고에 의존해야 하고, 남북협력사업 투자비 900억원의 상환이 불가능해진다. 또 세금부담이 증가해 선진화를 통한 국민부담 경감이란 정부취지와도 배치된다.
그간 관광공사는 면세점을 통해 국산품 판로를 확대하고, 한국 문화상품을 홍보, 수익성 없는 지방 해·공항 면세점 이용객에게 편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금강면세점을 통한 남북관광 활성화 등 공익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런데 이를 중단하면 이런 공익적 역할을 대체할 대안이 없다.

셋째 제주 중문골프장 매각 관련 문제이다. 현재 골프장 공급과잉 상태에서 무리한 매각추진은 헐값매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미 주문진 가족호텔과 논현동 관광교육원 매각을 통해 경험한 바도 있다. 따라서 국민 경제적 관점과 관광산업 측면에서 효율적 활용방안은 없는지, 매각만이 해답인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넷째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경북관광개발공사의 민영화도 문제다. 민간기업이나 지자체 매각 방안 모두 실현가능성이 낮다. 이들의 관심은 수익성 있는 보문골프장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감포·안동단지와 골프장 일괄매각 추진하게 되면 수익성이 불투명하고 장기적 투자가 요구되므로 경북관광개발공사 매각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지자체 매각을 고려한다 해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 현실을 고려할 때 헐값 양도가 아니면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특성 고려해야

현 정부의 관광공사 기능 재편 방향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선진화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관광개발사업의 경우, 우리나라 관광산업 현실과 마케팅과 관광인프라의 병행 없이 존립이 어려운 관광산업 특성을 고려해 관광개발기능은 유지해야 한다. 지역간 균형 있는 관광자원 개발과 국가 전체 관광인프라 구축 수준이 일정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관광진흥개발기금의 무상지원 등 공적영역의 관광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그 이후 공사의 관광개발 기능을 민간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고 공공성이 강한 관광지 개발 등 지자체 대행사업 및 공동협력사업 수행역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면세사업 또한 공사의 사업재원 조달기능과 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의 공익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 관점에선 관광진흥개발기금 운영권 이관 등 국민의 조세부담을 가중시키지 않는 사업재원 조달대책과 고용대책 마련을 전제로 2013년 이후 철수여부를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

중문골프장은 헐값매각을 추진하기 보다는 국민 경제적 관점과 제주관광 활성화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컨설팅 및 공청회를 통해 최상의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경북관광개발공사 또한 현재 추진 중인 감포·안동관광단지 개발이 완료된 이후 민영화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개발이 중단되거나 난개발이 이뤄져 우리의 소중한 국토와 관광유산이 훼손될 것이다.

각국 관광기관(NTO) 역할의 변천과정은 그 나라가 보유한 관광자원의 특성과 관광자원의 경쟁력 보유정도, 관광산업계의 발전정도, 인접시장의 규모와 질, 지방정부의 역량 및 국가의 관광정책 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각 나라의 특성에 맞게 현재의 조직형태와 역할로 진화해 온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여건과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인접 경쟁국가 관광기관(NTO)들의 조직형태와 기능을 기준으로 관광공사의 기능재편을 말하는 현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