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19살의 짐
[최은혜의 온기] 19살의 짐
  • 최은혜 기자
  • 승인 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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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최은혜기자 ehchoi@laborplus.co.kr

지난 14일은 수능이었다. 온종일 인터넷은 수능 필적 확인 문구, 과목별 정답, 수능 난이도 등의 얘기로 화제였다. 무선 이어폰 소지로 퇴실이 됐다는 얘기, 갑자기 바뀐 수능 샤프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웠다는 등 수능이 끝나고 나서도 여러 얘기가 떠돌았다.

수능을 둘러싸고 이렇게 다양한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단 하나, 수능과 대학으로 우리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 풍토 때문이다. 올해 초, 가장 화제가 됐던 드라마를 꼽으라면 바로 ‘SKY캐슬’을 꼽을 수 있다. 자녀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보내기 위한 상류층 학부모들의 노력과 사교육 열풍을 주된 이야기 골자로 다뤘다.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미디어는 서울대학교 의대생을 주목하거나 사교육 컨설팅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영하고 있기도 하다.

기자 역시 고등학생 때 수능과 대학만 생각하고 살았다. 시험 점수 1점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 교실이 쥐죽은 듯 조용하지 않으면 화를 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렇지 않았어도 되는데 싶지만, 당시에는 그래야만 하는 줄 알았다.

몇 년 전, 기자도 수능을 봤다. 결과는 처참했다. 직전 모의고사보다 못 본 것은 물론,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봤던 그 어떤 시험보다 성적이 나빴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12년을 몰두한 시험이었는데 이렇게 망하다니’라는 생각에 3일 밤낮을 울었다. 그렇지만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기자도 그럭저럭 잘 살아가고 있다.

올해는 입시 공정성 논란이 뜨거웠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수능 직전인 5일,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주요 대학 13개를 대상으로 했는데 조사 결과, 기재금지 위반 사례 등이 발견돼 공정성 논란이 대두됐다. 교육부는 이달 말까지 학종 등 대입제도 공정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정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학 입시, 특히 학종의 공정성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정시를 확대해 공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정부의 논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건 수능 한 번으로 미래를 결정하기에 19살은 너무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11월 둘째 주 목요일, 단 한 번의 시험에서 지난 12년 동안의 노력이 가늠되고 앞으로의 수십 년의 삶이 결정된다는 부담을 지기에 19살의 어깨는 너무 작다. 19살 청소년들의 어깨 위의 짐을 함께 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여러 번 짐을 나눠서 질 수 있도록 제도를 운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추운 한파를 뚫고 수능을 무사히 치러낸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엄청난 용기로 수능을 선택하지 않은 많은 청소년에게도 역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