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영의 아메리카노] 고된 하루를 보냈을 당신에게
[강은영의 아메리카노] 고된 하루를 보냈을 당신에게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9.12.05 15:03
  • 수정 2019.12.0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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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하지만 씁쓸한 아메리카노 한 잔
참여와혁신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강은영 기자
eykang@laborplus.co.kr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들은 대개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인들에게도 똑같은 사랑을 받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이러한 생각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물론 성인들까지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EBS 교육방송의 ‘펭수’입니다.

그동안 교육방송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은 아이들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바른 행동과 교육적인 내용만을 말했습니다. ‘펭수’는 좀 다릅니다. 얌전하게 행동하지도 않고, 타의 모범이 될 만한 모습을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체 왜 ‘펭수’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된 걸까요?

펭수를 가장 좋아하는 계층은 2030세대입니다.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사회초년생으로 좌충우돌을 겪는 이들에게 펭수는 힘겨운 생활을 이겨낼 수 있도록 ‘웃음’을 선사해줬습니다. EBS 연습생이라고 하는 펭수가 돈이 필요할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김명중(EBS 사장)”을 외치는 모습은 눈치보고 억눌려 생활했던 2030세대들에게 쾌감을 안겨주었습니다.

황당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참고 넘기기보다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당당하게 하는 펭수의 모습은 그가 가진 매력을 한층 더 강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펭수는 가슴 뻥 뚫리는 사이다뿐만 아니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힐링’도 선사했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펜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언제나 “사랑해요”나 “고마워요”라는 말을 아끼지 않고, 때로 세심하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들도 보여줍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참 어려운거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 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펭수의 인기를 매체에서 접하고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펭수의 여러 모습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펭수에게 푹 빠지게 됩니다. 사람도 아닌 캐릭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인기를 끌게 해준 이유는 아마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위로를 건네준 모습 때문은 아닐까요.

한편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혼자 끙끙 앓으며, 마음의 외로움을 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게도 느껴집니다. 물론, 펭수처럼 어느 상황에서나 당당하고 속 시원하게 행동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하루 축 처진 어깨를 조금 당당하게 펴보는 건 어떨까요. 펭수의 말처럼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