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한국은행노동조합
<14> 한국은행노동조합
  • 정우성 기자
  • 승인 2008.09.0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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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독립투쟁과 함께 한 20년
국가경제 지속성장 위한 안정적 운용의 한 축
조합원 참여형 노조활동에 전력 기울여
ⓒ 한국은행노동조합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법의 공표로 특수목적 은행인 한국은행이 설립됐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수립, 화폐 발행, 자금결제제도 운영 등 한국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국가기관이다. 80년대를 거치면서 한국은행은 한국사회의 고질적 병폐였던 관치금융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앙은행 독립투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행노동조합(위원장 김승원, 이하 한국은행노조)이 탄생했다.

국가경제 운영 중추기관인 한국은행

한국은행노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국민들은 한국은행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8월 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행 5%에서 5.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해 초부터 계속된 고유가와 원재료비 상승에 따른 고물가로 인해 한국은행의 올해 물가인상률이 목표치인 4%를 훌쩍 뛰어넘어 상반기에만 5%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은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며 기준금리의 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은행 총재가 위원장으로 있는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안정이 더욱 시급하다며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그러나 기준금리의 인상으로 각 은행들의 대출이자도 동반상승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10%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이렇듯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나 통화신용정책은 국민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한국은행이라 해도 직접 통장을 개설해 예금을 예치할 수는 없어 국민들에게 덜 친숙하지만, 한국은행의 결정 하나 하나가 국민들의 실생활과 그대로 연결된다.

한국은행노조 김승원 위원장은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통한 물가안정이 주라고 법에 규정되어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은 역할을 축소한 것으로 한국은행은 금융안정과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안정을 위한 정책을 양산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독립투쟁 역사가 노조 역사

대부분의 은행권 노동조합이 한국노총 금융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그러나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은행노조는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소속이다. 노조설립 초기부터 활동해온 김 위원장은 “처음에는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뒀지만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를 거치면서 ‘중앙은행 독립을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등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열망이 조합을 변화시켰다”며 “90년대 후반 당시 대동, 보람은행 등과 함께 상급단체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때 ‘재무부 남대문출장소’라고 불렸던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독립에 대한 조합원들의 활동으로 한국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높였다. 하지만 ‘모피아(재무부 출신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정경제부(MOFE, Ministry of Finance and Economy)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가 아직 건재한 상황에서 독립성의 위협에 계속 노출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 한국은행노동조합

 

경영효율화 요구에 현장 불안감 증폭

특히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공기업 선진화와 경영효율화 정책이 난무하는 가운데 “국가기관으로서의 한국은행도 경영효율화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한국은행에 대한 정부의 예산심의가 동결됐고, 후생복지제도 중 사·퇴직제도 일부와 종업원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제도도 폐지를 요구받았다.

김 위원장은 “2006년 말 전국에 퍼져있는 출장소 중 3곳을 폐쇄하는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계속적인 축소 요구를 받고 있다”며, “이런 사정으로 공기업 개혁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김 위원장은 고민이 깊다. 평균 이상의 연봉과 고학력 사무직이란 특성으로 노동조합 활동이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한국사회 평균 이상의 보수적 성향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특히 “대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기보다 떠밀려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 간부 중심의 활동을 하는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 한국은행노동조합


조합원 개별적 참여 유도

한국은행노조는 조직의 특성상 집회 등을 통한 의사표현이 가능하지 않은 조직이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모색하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생협연합회(icoop생협, 회장 이정주)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윤리소비운동’이다.

작년 11월, 한국은행노조는 생협연합회와 ‘윤리적 소비실천을 위한 협약식’을 체결했다. “파편화된 조합원들의 개인적 삶 속에서 소비윤리운동을 통해 사회적 의무를 부여하고 개인적 활동이 조합의 활동과 일치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새로운 실험의 장을 시도한 것이다. 소비윤리운동은 사회의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 식량의 자급과 환경보전, 정당한 생산비 보장을 목표로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는 윤리적 소비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생협 가입비 3만원 중 조합원 개인이 1만3천 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노조에서 지원하고 있다. 가입된 조합원은 생협에서 유기농 제품과 동티모르를 돕기 위한 평화의 커피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큰 관심과 뜨거운 참여 속에 활동은 진행됐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일단 조합원 스스로 조합 활동에 동참하는 최초의 시도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이후 “개인적인 소비활동과 노동조합의 조직적 활동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에 대한 노동조합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