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의 노크노크] 크리스마스 씰 ‘기부’ 후기
[이동희의 노크노크] 크리스마스 씰 ‘기부’ 후기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12.17 11:19
  • 수정 2019.12.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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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의 노크노크] 기자의 일은 두드리는 일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작년 이맘 때 우체국에 들렀다가 크리스마스 씰을 판매한다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초등학교 졸업 이후 오랜만에 만난 씰이 반가워(사실은 씰에 그려진 동물 그림이 귀여워서―2018년 크리스마스 씰은 DMZ에 사는 멸종 위기 동물을 주제로 만들었다) 하나 살까 했는데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씰은 현금 구매만 가능하다는 말에 돌아서야 했다.

크리스마스 씰은 많은 아이들이 결핵으로 죽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아이날 홀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우체국에서 일하던 홀벨은 우체국에 쌓여있는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면서 동전 한 닢짜리 씰을 우편물에 붙여 보내게 하면 동전을 모아 결핵기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1904년 12월 10일 그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탄생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크리스마스 씰이 도입된 건 1932년 일제강점기로, 캐나다의 의료선교사였던 셔우드 홀 박사가 결핵 요양소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에는 국보 제1호 숭례문 그림이 담겼는데, 애초 계획했던 도안은 거북선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거북선 도안은 거부당했다.

한때 제작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지만, 크리스마스 씰 제작은 꾸준히 이어져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크리스마스 씰 운동이 범국민적인 성금 운동이 된 것은 1953년 대한결핵협회 창립 이후로, 대한결핵협회는 매년 크리스마스 씰 모금을 통해 취약계층 결핵환자 발견 및 지원, 결핵 홍보, 결핵균 검사와 연구, 저개발국 결핵사업 지원 등을 수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는 등 시대가 변하면서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기존 우표 모양을 유지한 씰 스티커, 키링, 전자파차단스티커, 우편엽서 등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씰 발행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크리스마스 씰은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와 해녀문화’를 주제로 만들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푸른 바다와 해녀, 돌하르방, 한라봉, 동백꽃, 수국, 돌고래, 흑돼지, 돌담이 담겼다.

대한결핵협회는 크리스마스 씰은 ‘구매가 아닌 기부’라고 강조한다. 나도 올해는 기부에 동참해 씰 세 장을 ‘기부’했다. 10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크리스마스 씰 운동이 2020년으로 넘어가는 올해 연말을 조금 더 따뜻하게 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 대한결핵협회
ⓒ 대한결핵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