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1.06 18:11
  • 수정 2020.01.06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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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권력 견제·감시로 국민 신뢰 회복 가능

[인터뷰]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지난 11월 26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은 앞으로의 3년을 이끌어 갈 제5대 임원선거를 마무리 지었다. 공노총의 5대 위원장으로 당선된 주인공은 석현정 전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다.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연맹(현 위원장 공주석, 이하 시군구연맹) 위원장 시절, 적극적인 조직 확장으로 3년 동안 10개가 넘는 단위노조가 시군구연맹에 가입하게 만든 석현정 위원장. 그는 “시군구연맹의 위원장을 해봤기 때문에 공노총 위원장에 출마할 수 있었다”며 시군구연맹 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이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긍정의 힘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는 석현정 위원장에게 새로운 공노총의 청사진을 들어보기로 했다. 공노총의 새로운 3년을 이끌어 갈 석현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8일, 공노총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임기 시작은 1월 1일부터로, 인터뷰 당시 석현정 위원장은 당선인 신분이었다.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이현석 실장 175studio@gmail.com
석현정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 이현석 175studio@gmail.com

이번 선거에서 슬로건로 ‘옳은 정책, 강한 투쟁, 승리하는 공노총’을 내걸었습니다. 이 슬로건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주십시오.

먼저 ‘옳은 정책’에 대해 설명하자면,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이 최우선인 집단입니다. 그래서 옳고 그름보다는 조합원에게 이익인지 아닌지를 먼저 따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공무원노조는 민간의 노조와 다릅니다. 조합원에게 이익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전에 국민에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야 해요. 그것이 선행될 때 공무원에게도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단편적으로 보수나 인사, 수당 등 어느 하나의 문제가 조합원한테 이익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더 큰 틀에서 조직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등, 당장은 이익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익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으로 사안을 넓게 보고 싶어요. 옳은 정책에는 우리 공무원한테 이익이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에서 옳은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가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강한 투쟁’은 결국 조직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공노총은 각 연맹의 느슨한 연대체 정도이고 연맹별로 갈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동안 공노총이 중재한다고 했는데 조직력을 강화하기에는 힘든 여건이었죠. 단위노조와 연맹, 그리고 공노총의 관계에 있어서 기본은 소통입니다. 소통을 통해 같이 학습하고 만날 수 있는 장을 많이 만들어서 내부적으로 ‘우리는 하나다. 함께 해야 하는 동지’라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내부 조직력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조직 확대라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조직에는 아직도 미조직된 곳이나 직장협의회로 남아있는 곳이 많아요. 시군구연맹 위원장을 하던 3년 동안 조직 확대를 성공적으로 해냈는데, 그때 조직 확대의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번 공노총 3년의 임기에는 조직 확대를 통해 외적인 성장을 이루고 싶습니다. 내부 조직력 강화와 외적인 조직 확대를 통해 강한 투쟁을 이뤄내고자 합니다.

옳고 강한 것은 승리합니다. 살아보니까 그래요. 그 믿음으로 이번 선거의 슬로건을 만들었습니다.

‘정책노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겠다’는 내용이 공약에 포함됐습니다. 정책노조로서의 공노총을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또, 앞으로 정책역량을 어떻게 강화해나갈 방침입니까?

공노총이 정책적으로 계속 성장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연금이나 예산 부분 등에서 연구 용역을 통해 내부 학습 자료를 축적해왔어요. 그러나 정책의 핵심은 자료가 아니라 현장화에 있습니다.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 가는지가 정책노조로서의 역량인데 그 역할까지는 못한 것 같아요. 결국 연구 용역을 통해 만든 결과는 서랍 속의 책으로 남았죠. 서랍 속의 책이 아니라 실제 현장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우리의 자료가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연구 용역을 맡기고 책자를 아무리 만들어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정부 관료들이 변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정책을 본인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공노총이 가진 장점은 현장력에 있습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니까 현장의 고충을 잘 알고 있죠. 정부에 ‘당신들이 만든 정책을 현장에서 시행해보니 기대 효과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고 사실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정부 역시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 ‘그런 문제가 있었나요? 그럼 바뀌어야겠네요’라고 인정합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생각입니다.

새 집행부가 내세운 주요 사업은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2020 대정부교섭 승리’, ‘노조 활동 보장’ 등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주요 사업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기본적으로 공무원도 노동자고 국민이라는 기조를 깔고 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도 노동자와 국민의 권리가 있어요. 최상의 권리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노동자의 권리에서 얘기하자면, 공무원연금에 대한 오해가 정말 많아요. 사실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납부 기간이 더 길고 금액도 2배 가까이 더 냅니다. 또 공무원은 퇴직금이 없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에 퇴직금도 포함됐다고 보면 되죠. 우리 공무원도 일반 노동자처럼 은퇴할 때 퇴직금 받고 국민연금 받는 게 이득이에요. 예전에는 공무원연금을 받는 게 더 이득이었겠지만 현재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공무원에 임용될 사람들은 지금이 더 손해입니다.

그런데도 공무원연금이 혈세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설명하고 싶어요. 공무원의 사용자는 정부입니다. 처음 임용될 때 우리에게 약속한 부분이 있는 건데 그중 하나가 공무원연금이죠. 그런데 자꾸 그걸 만져요. 근로계약으로 맺은 건데 정부에서 국민을 오도하는 겁니다. 우리 공무원도 봉급을 받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자의 권리인 연금을 받을 권리가 분명히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권리로는 정치기본권을 들 수 있어요. 예전에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이 불가능한,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했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한 공무원을 보호하고자 만든 조항이었어요. 우리가 낮에는 공무원이지만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면 평범한 시민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조항이 공무원을 24시간 옭아매요.

2003년 제정된 공무원노조법은 처음부터 잘못된 법입니다. 그 법을 바꾸기 위해 매년 국회의원을 만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어요. 그런데 단 한 줄도 고치지 못했습니다. 공무원노조법 폐지로 정책 기조를 잡았을 때는 ‘개정도 못 했는데 폐지를 어떻게 할 수 있겠나?’하는 의구심도 내부에서 있었어요. 공무원노조법 폐지의 길은 멀지만 지침이나 규정 같이 정부와 논의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은 고쳐나가면서 투쟁할 예정입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협의 채널이 있는데 이 채널을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까지 확대해 정식으로 협의할 예정이에요. 또 동시에 국회를 상대로 공무원노조법 폐지 투쟁을 해나갈 방침입니다.

임기 중 총선과 대선이 있습니다. 정치지형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앞으로의 3년은 어떻게 꾸려나갈 계획입니까?

정치적 흐름이 변할 기회가 있다는 건 굉장히 좋은 기회이자 유리한 국면이라고 생각합니다. 흐름을 잘 타면 우리가 성장할 기회죠. 그래서 변화할 수 있다고 100% 확신하고 변화를 견인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쁩니다.

2022년에 있을 대선도 중요하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이 공노총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시기에요. 총선에서 공노총이 상당히 유리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시군구연맹이나 광역연맹 등 지역의 유권자가 많습니다. 지역에서 필요한 사안은 각 지역의 후보에게 요구할 수 있고, 공노총에서 필요한 사안은 당론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요. 공무원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답을 받아내는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선거를 통해 우리가 가진 이슈를 수면 위로 올리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공노총은 국가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공무원노조가 국가 권력을 견제·감시하는 것이 국민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지난 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문체부 안에서 직원들은 몰랐을까요? 다 알면서도 조직 문화에 젖어든 겁니다. 조직 문화라는 게 무서워요. 처음에는 ‘이렇게 해도 되나?’ 싶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따라가게 됩니다.

문체부에도 노조가 있습니다. 과연 노조가 몰랐을까요? 아마 알았지만 그걸 이겨낼 힘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우리 공무원은 문제를 제기했을 때 자신이 아무 탈 없이 넘어갈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문제를 제기하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분명히 다칠 것이라는 생각이 있죠.

그래서 문체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겪으면서 개인이 문제를 제기해서 개인이 다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습니다. 그때 갑질 신고센터를 만들었어요. 조직 내 문제에 대해 노조에 신고하면 노조에서 대신 조사해 감사실에 의뢰하는 시스템도 만들었죠. 아직은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관리자에는 큰 압박이 됩니다.

우리 공무원 조직의 내부 문제는 사건화가 되기 전까지 국민이 알기란 쉽지 않아요. 사건화가 되고 국민의 신뢰를 잃는 과정을 반복해왔죠.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무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조합원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밝혀 주십시오.

참여만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해야 권력을 만들 수 있고 그 권력이 세상을 움직여왔습니다. 1999년, 직장협의회가 생기기 전과 후가 매우 달라요. 노조가 조직 문화를 굉장히 변화시켰다고 느낍니다. 조합원들도 지금 당장 확 변화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작은 참여가 공직사회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습니다. 또 우리는 우리 공직사회만 바꾸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을 바꿀 힘이 있다고 자부하고 활동해주길 바랍니다. 공노총 위원장으로서 중앙에서도 열심히 활동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