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출근 저지 3일차…기업은행노조,“청·여당 사과가 먼저”
은행장 출근 저지 3일차…기업은행노조,“청·여당 사과가 먼저”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1.07 19:30
  • 수정 2020.01.07 1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종원 행장, “열린 마음으로 풀겠다”
김형선 위원장, “청와대·여당 사과 후 대책 마련하라”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기업은행지부 조합원들이 윤종원 행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윤종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임명된 가운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형선, 이하 기업은행지부)의 윤종원 행장 출근 저지가 사흘차에 접어들었다.

전날인 6일 고 강권석 전 행장 묘소에 들러 추모의 시간을 가졌던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7일 오전 8시 40분경 IBK기업은행 을지로본점에 도착하여 출근을 시도했으나 기업은행지부의 출근 저지로 발길을 돌렸다.

기업은행지부의 낙하산 행장 선임 반대 의사 표명은 11월부터 시작됐다. 금융위원장에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시작하여, 기자회견, 1인 릴레이 시위, 낙하산 퍼모먼스를 동반한 전 조합원 결의대회까지 두 달의 시간을 거쳐 낙하산 행장 임명을 반대하고 있다.

이날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출근 저지가 지속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풀어야죠”라고 답했다.

한편, 기업은행지부는 윤종원 행장과의 대화보다 정책협약을 어긴 집권여당과 청와대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노조는 2017년 민주당의 정책협약 중 금융권 낙하산 인사 근절 내용이 포함된 1번 2항을 들며, “대통령과 민주당은 산업은행장, 수출입은행장에 이어 지난 2일 기업은행장까지 청와대 낙하산을 임명함으로써 그 약속이자 계약을 파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참여와혁신>은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을 만나봤다.

▲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
▲ 김형선 IBK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미니인터뷰>

Q. 윤종원 행장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대화와 소통을 해야 할 주체는 윤종원 행장이 아닙니다. 금융노조와 문재인 캠프 정책협약 시 서면으로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윤종원 행장 개인을 통해 담보하고 얻을 수 없다고 봅니다. 우선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사과하고, 본인들이 대책을 가져오지 않는 이상, 대화의 진행은 없을 것입니다.

Q. 기업은행지부 낙하산 저지 투쟁, 그 의의는?

우리은행도, 농협도 차기 은행장 선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 사안은 기업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 금융지주, 금융기관의 낙하산 문제가 줄줄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행이 그 저지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여기서 청와대와 집권여당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사회 곳곳에 낙하산 인사 관행이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국책은행이다 보니, 모든 통제를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야 합니다. 시중은행과 동일한 성격을 가진 기업은행에 대해, 정부가 규제하고 은행장까지 관료로 임명한다는 건 혁신금융시대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정부가 관치금융에 대한 의사를 접고, 실제로 구성원이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Q. 노동조합이 바라는 기업은행장은?

윤용로 행장 시절에도 처음에는 경영공부, 마지막은 다른 자리에 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낙하산 관료들의 경우 은행장 자리를 교두보로 이용한 사례가 많았습니다. IBK기업은행의 새로운 행장은 은행 전문성과 내부 혁신에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은행을 알고, 조직을 아는 사람이 들어왔을 때 혁신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의지는 노동조합에서 충분히 견지하면서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