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이라도 2년 지나면 직접 고용해야
불법파견이라도 2년 지나면 직접 고용해야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9.1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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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옛 파견법상 파견 합법 여부 논란 일단락

‘불법파견’일 경우에도 2년 이상 일하면 원청회사가 고용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이전 옛 파견법 적용시기에 2년 이상 일하다 해고된 불법파견 노동자들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대법원 전원재판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18일 이모 씨 등 2명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모 씨 등은 2000년 4월부터 2년간 A파견회사 소속으로 도시가스 소매업체 Y사에서 근무했다. 당초 비서, 타자원 파견계약에 따라 Y사로 파견됐으나 실제로는 고객지원팀에서 일했다.

Y사는 이들의 근무가 2년이 경과하자 파견업체를 B사로 바꿔 계속 같은 일을 하도록 했다. 이들은 B사가 도산한 이후 Y사와 계약직 근로계약을 맺고 2005년 11월 말까지 일했지만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됐다. 총 5년 7개월간 같은 회사에서 같은 업무를 한 것이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불법파견 사실은 인정했으나 “불법파견이기 때문에 파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옛 파견법은 파견대상 업무를 비서, 컴퓨터 전문가, 건물청소원 등 26개 업종으로 제한했는데 이씨 등이 담당한 고객지원 업무는 파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파견노동자 보호라는 법률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불법파견 노동자를 써 법을 어긴 사업주가 적법한 사업주와 달리 고용 부담을 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은 “불법파견을 한 원청회사가 사용자로서 고용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에 의의가 있다”며 환영했다.

개정 파견법 해석 문제는 여전히 남아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비정규직 관련 법안들이 개정되면서 옛 파견법을 대신해 새로운 파견법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옛 파견법에는 2년이 경과할 경우 ‘고용의제’가 있는 것으로 봤지만 새 파견법은 ‘고용의무’ 조항으로 바뀌었다.

고용의제와 고용의무
고용의제란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뜻이고 고용의무는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고용의제는 사용자나 노동자의 선택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고용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경우 사용자는 부당해고 여부를 다투어야 하며 부당해고로 판명된 경우에는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고기간 동안의 미지급 임금은 체불임금으로 처리되게 된다. 그러나 고용의무일 경우에는 벌칙조항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다고는 해도 고용간주로 볼 수는 없다.

즉 고용의제가 적용되면 이미 고용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유리하지만, 고용의무가 적용되면 사용자측이 과태료를 내고 고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개정 파견법에서 사용자가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 그 법적 효과는 어떻게 되느냐, 즉 근로자는 불법파견을 한 원청회사를 상대로 어떤 청구를 할 수 있는가가 문제”라며 개정법의 직접고용의무 조항 효력에 대한 해석 문제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한편 파견 노동자 규모와 관련해 노동부는 7만5천 여명, 노동계는 17만5천 여명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