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노조 위원장의 '아름다운 취재 거절'
SK하이닉스노조 위원장의 '아름다운 취재 거절'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2.20 18:05
  • 수정 2020.02.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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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서 비롯된 혐오에 경종 울려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꼭 한 달을 맞았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와 함께 우리사회에 혐오 정서를 확산시켰다. 코로나19에 대한 혐오 정서가 만연한 가운데 아름답게 취재를 거절한 노동조합 위원장이 화제다. 이장호 한국노총 금속노련 SK하이닉스이천노동조합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20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코로나19 밀접 접촉자가 발생했다. 밀접 접촉자는 SK하이닉스 신입사원으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입직교육을 받고 있었다. 19일, 이 사실을 보건당국으로부터 통보받은 SK하이닉스는 해당 사원과 함께 입직교육을 받던 교육생 280여 명을 귀가조치, 교육장을 폐쇄했다. 280여 명의 교육생은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이후 동선이 겹치는 것으로 보이는 500여 명을 추가로 자가 격리하기로 했다. 또 다른 신입사원은 폐렴 증세를 보여 이천 선별진료소를 찾았고 1차 검사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참여와혁신>은 해당 사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듣고자 이장호 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장호 위원장은 장문의 문자로 취재 요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하여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인터뷰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문자에서는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된 신입사원의 심리를 걱정하는 이장호 위원장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장호 위원장은 “뜻하지 않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의심환자가 된 당사자들은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죄책감이 들겠냐”며 "언론이 마치 범죄자나 혐오의 대상이 된 것처럼 기사화하는 것보다는 우리 형제와 가족처럼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면 좋겠다“고 말을 이었다. 또 ”나와 내 가족도 잠재적 감염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의심환자나 확진환자에게 우리사회가 따뜻한 마음으로 보듬어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비춰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SK하이닉스의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기사화를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장호 SK하이닉스이천노조 위원장
이장호 SK하이닉스이천노조 위원장

지난 한 달 동안 우리사회는 코로나19를 이유로 배제와 혐오의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중국인 밀집 지역 배달 금지를 요구하거나 중국 우한 교민 및 유학생의 거주시설 지정을 온몸으로 항의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외국인을 보균자로 치부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정 분위기 속에서 응원을 전하는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장호 위원장의 문자는 혐오로 치닫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경종을 울렸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취재 거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