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혁신 중소기업 탐방기] 대우루컴즈, “사람에 투자해야 값진 성과가 나온다”
[일터혁신 중소기업 탐방기] 대우루컴즈, “사람에 투자해야 값진 성과가 나온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3.04 00:00
  • 수정 2020.03.0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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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평가체계 연동해 더 나은 일터 만들기
‘조직원과 함께’가 핵심… “변화 과정 직접 느끼게 해줘야”

[리포트] 일터혁신 중소기업 대우루컴즈 탐방기

일터혁신은 노동자가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과정이다. ‘일터’는 생산이 이루어지는 작업장을, ‘혁신’은 변화를 뜻한다.

정리정돈부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작업환경 개선, 중·고령 노동자를 배려한 작업공정 배치, 공정 최적화, 품질관리 방식 변화, 보상체계 구축 등 일터혁신 방법은 다양하다. 목표는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노동의 질 개선이다. 경쟁력과 노동조건 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중소기업에게 일터혁신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인 셈이다.

일터혁신에 기꺼이 손을 내민 대우루컴즈는 컨설팅을 통해 ▲임금체계 개선 ▲평가체계 구축 ▲일·가정양립(조직문화혁신) 세 가지 영역에서 일터혁신을 이루어냈으며, “사람에 투자해야 값진 성과가 나온다”는 경영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우루컴즈 연구소 전경(왼쪽)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우루컴즈 본사 전경(오른쪽). ⓒ ㈜대우루컴즈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우루컴즈 연구소 전경(왼쪽)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우루컴즈 본사 전경(오른쪽). ⓒ ㈜대우루컴즈

“어떤 기업이든 일터혁신에 대한 욕구는 있다”

2002년 설립된 대우루컴즈는 올해로 설립 18년째를 맞이하지만, 대우루컴즈의 전신인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가 대우컴퓨터와 합병한 역사까지 합치면 3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이다.

주로 공공조달시장에 PC 및 모니터를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업종이 제조업인 만큼 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역량을 중요하게 여긴다. 친환경기술로 환경부표창을 수상하고 조달청 품질보증조달물품 최고등급인 S등급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아 업계 경력 14년 만에 연 매출 1,000억 원 돌파라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우루컴즈의 인사 및 제도를 담당하고 있는 윤지민 대우루컴즈 기획조정실 차장은 “어떤 기업이든 일터혁신에 대한 욕구는 있다”는 말과 함께 대우루컴즈의 일터혁신을 소개했다. 일터혁신에 대한 고민과 니즈는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가지고 있으며, 대우루컴즈 역시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라는 기본 질문과 함께 일터혁신을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구성원 목소리 모으기부터 차근차근

대우루컴즈는 본격적인 일터혁신에 앞서 조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동시에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일터혁신 컨설팅의 도움을 받았다.

일터혁신 때문이 아니더라도 정기적인 조직원 설문조사를 통한 조직만족도 점검과 개선점 도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이 낯설거나 어렵진 않았다. 윤 차장은 “상시적인 사내공모 등을 통해 일하는 방법, 효율적 업무방식을 스스로 생각하기, 참여하기, 제안하기 훈련을 해왔다”며 “그동안 대우루컴즈가 축적해온 활동들이 조직원들에게 일터혁신에 대한 필요성과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명확한 목표설정에 대한 개선과 제안이 필요하다는 조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대우루컴즈는 회사 전체 차원의 비전과 부서의 공통목표, 개인의 목표를 연계한다면 조직원 간 공동의식을 높이고 목표달성에 대한 동기부여가 향상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임금체계 개선과 평가체계 구축을 연동해 조직문화를 혁신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먼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두 가지 영역, 임금체계와 평가체계에 대한 진단을 함께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 두 가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 목표였다.

컨설팅 결과, 기존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체계가 직무나 성과를 반영하기에 세밀하지 못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평가체계 반영이 가능한 임금체계로 개선했다. 팀장급의 경우 책임과 역할을 고려한 ‘직무역할급’을 신설해 임금 수준을 높였다. 직무역할급이란 직무와 역할을 동시에 고려한 임금 항목으로, 대우루컴즈는 올해 상반기 적용을 앞두고 있다.

윤 차장은 “기업의 경쟁력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직무와 역할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직무역할급”이라며 “특히, 연구소의 경우 회사 내에서도 다른 부서와 비교해 업무 특성이 상이한 측면이 있었고, 기술 등을 주관하는 기술팀장에게 별도의 직무와 책임, 역할 반영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상반기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직무역할급을 당장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는 직무역할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 향후 임금에 대한 조직원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성과급 배분 기준을 핵심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와 연계하여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이 내용은 임금체계 개선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어 직무나 성과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함께 구축했으며, 평가 요소를 회사에 필요한 역량, 직무별로 필요한 역량, 역할별로 필요한 역량으로 세분화했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혁신을 위한 일·가정양립제도도 만들었다. 윤 차장은 “실제 연장근로가 많지는 않아 연장근로로 인한 일·가정양립제도 니즈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대우루컴즈의 일·가정양립제도는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일하자는 ‘집중근무’에 대한 관심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즉, 업무시간 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서 일·가정양립을 이루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대우루컴즈에는 연구직, 영업직, 생산직, 관리직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하기 때문에 조직원 전체에게 일률적인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수요일 정시퇴근제를 확대하고, 집중근무시간제도를 시행하는 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을 계속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윤 차장은 “회사가 진행한 일터혁신 방식은 조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문과 면담을 통해 이루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조직원들의 생각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공감을 끌어내 노사 모두 일터혁신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인의 역량을 키워
기업의 역량을 키운다

대우루컴즈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일터혁신은 ‘교육’과 ‘인재양성’이다. “사람에 투자해야 값진 성과가 나온다”는 윤춘기 대우루컴즈 대표이사의 평소 지론은 대우루컴즈가 내세우는 인재경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대우루컴즈의 핵심가치인 열린 소통, 창조혁신, 최고지향 세 가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재경영은 일터혁신과 맞닿아 있다.

윤 대표이사는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되면 기업의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러한 철학을 근간으로 일터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우루컴즈는 계약학과 프로그램 연계를 통해 대학교 학업을 지원하는 전문학업지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루컴즈 조직원이라면 누구나 재직자 전형으로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으며, 현재까지 누적 40여 명의 조직원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윤 차장은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지원한다는 게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개인의 역량을 키우면 기업의 역량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커밍 대우루컴즈,
내일의 일터혁신은?

그렇다면 대우루컴즈가 가져갈 일터혁신의 내일은 무엇일까? 대우루컴즈는 “앞으로 제도가 바뀌는 한 일터혁신도 함께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 일터혁신 정착을 위한 노력은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일터혁신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대우루컴즈는 이 ‘선순환’이 조직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된다고 믿는다. 때문에 일터혁신의 ‘알맹이’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바꾸려고 한다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터혁신으로 직원들이 완전하게 만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설문조사, 면담, 사내 공모 등을 통해 조직이 변화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한다는 의지를 조직원에게 계속 보여줘야 해요. 일터혁신 영역도 정해두지 않고 계속 변화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이러한 경험이 계속 되면 직원들도 ‘바뀔 수 있구나’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해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