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일하는데 누군가 감시한다면?
당신이 일하는데 누군가 감시한다면?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3.05 20:22
  • 수정 2020.03.05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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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철도지하철 운전실·차량기지 감시카메라 설치 입법예고
궤도협의회, “감시를 통한 노동자의 불편한 노동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한다”
5일 오전 국토부 앞에서 철도지하철 감시카메라 설치 입법예고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궤도협의회 ⓒ 궤도협의회
5일 오전 국토부 앞에서 철도지하철 감시카메라 설치 입법예고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궤도협의회 ⓒ 궤도협의회

철도지하철 노동자들이 운전실과 차량기지 감시카메라 설치 입법예고에 반대 의견을 냈다.

5일 오전 세종시 국토교통부 앞에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궤도협의회)가 감시카메라 설치 국토부 입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궤도협의회는 “감시의 효과가 노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며 “안전을 확보하는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감시받는 노동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는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위협받는 노동자의 안전은 철도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 문제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12일 철도안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일부개정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 제외 조항이 삭제됐고, 철도시설(차량기지 등)에 감시카메라 설치 조항이 포함됐다. 이 조항들에 대해 궤도협의회가 문제 삼은 것이다.

궤도협의회는 입법예고안 중 열차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와 관련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76조의2 제1항 2호’ 삭제안을 반대하고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또한 ‘철도안전법 시행규칙 제76조의2 제2항 중 차량 검수 상황’의 문구 삭제 의견을 제출했다. 이는 차량기지 감시카메라 설치와 연관이 있다.

이날 궤도협의회는 기자회견에서 열차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에 관한 조합원 설문조사도 발표했다. 궤도협의회 소속 전체 운전·승무노동자 1만여 명 중 4천 5백여 명이 설문에 응했다. 설문 분석은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이 했다.

설문 분석 결과, 운전할 때 감시카메라가 신경 쓰인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설문조사 인원 중 98%에 달했다. 신경 쓰이는 이유는 복수 응답이 가능했는데, 질문 문항 4가지에 골고루 응답했다. ▲사생활 침해, 인권문제(27.5%)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쁘다(29.1%)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18.1%)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안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25.4%) 등으로 감시노동에 대한 문제의식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인식을 알 수 있었다.

안전운행을 위해 감시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도 응답자 97.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운전실 내 감시카메라가 사고 발생 시 기관사 책임을 줄여줄 수 있다는 물음에도 응답자의 94%가 반대했다. 감시카메라가 열차 운행 안전을 보장할 수 없을뿐더러 사고 발생 시 오히려 기관사의 책임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제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운전실 감시카메라 관련 손 부위만 나오게 찍겠다는 정부측 주장도 있었는데, 응답자들은 얼굴만 나오지 않는 각도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질문에 응답자의 96.1%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어딜 찍든 감시받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감시카메라로 인한 기관사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 응답자들은 예상했다. 기관사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97.8%에 달했다.

더불어 설문을 통해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 투쟁 참가도 물어봤는데, 응답자의 95.4%가 투쟁을 통해 막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궤도협의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마무리하고 국토교통부에 입법예고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궤도협의회는 사전에 국토부에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국토부와 면담 조율이 원활하지 않아 면담은 못하게 됐다”며 “국토부가 감사원에 책임 전가(강릉선KTX 탈선 사고로 시작한 ‘철도안전 관리실태’ 감사 결과로 입법예고대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를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밝혔다.

설문에는 추가적으로 응답자들에게 감시카메라에 대한 기타의견을 주관식으로 받았다. 주관식 응답을 살펴봤는데, 감시카메라 설치가 안전운행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장거리 운전 때문에 운전실에 식사 해결 혹은 생리 현상을 해결 하는 경우가 있는데 감시카메라에 그것이 찍힌다면 지금과 같은 운행을 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