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교섭 회사에 위임하면 노사협력 우수 사례?
임금교섭 회사에 위임하면 노사협력 우수 사례?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9.2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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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지난해 대비 노사화합선언 사업장 3배 늘었다”
전문가들 “선언 아닌 신뢰회복 위한 실천 필요” 지적
노조가 임금이나 단체협약 교섭을 회사에 위임하면 노사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니라고 말하는데 노동부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29일 노동부는 “9월 28일 현재 노사화합선언은 총 1629건으로 전년 동기 514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화합선언 건수도 지난해 20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62건에 달한다는 것이 노동부의 설명이다.

노동부는 “일부 기업의 노사 갈등으로 노사관계가 불안정하게 비치고 있으나, 실제 산업현장에서는 많은 사업장들이 노사협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이런 설명과 함께 노동부가 노사협력 우수사례로 U사, D사, L사, S사, P사 등 5개 사업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 사업장의 공통점은 임단협을 회사에 위임한 ‘무교섭 타결’을 이뤘다는 점이다.

하지만 무교섭 타결이 곧 노사화합이라는 등식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무교섭 타결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분석한다. 교섭 전략의 일환이거나 노사간 힘의 균형이 무너졌을 때 임단협 위임이 나타난다는 것.

A노조 위원장은 최근 임금을 회사에 위임했다. 이에 대해 A노조 위원장은 “경영 실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교섭을 길게 끌어봐야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위임할 경우 그래도 회사측이 최소한의 성의 표시는 하지 않겠냐는 판단에 따라 임금을 위임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무분규 선언을 한 B노조 사무장은 “오랜 투쟁에도 꿈쩍도 않는 회사의 태도에 조합원들이 많이 지쳤고, 처음에는 발 벗고 나서는 듯 하던 상급단체마저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여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었다”면서 “솔직히 얘기하면 노사화합 선언이라기보다는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무교섭 타결이 화합이나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들이다. 실제로 지난해 임금 위임과 노사화합 선언으로 주목을 받았던 K사는 올 들어 노사간 격렬한 충돌을 겪었다. 경영진이 노조를 배제하고 있다며 노조측이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며 반발한 것이다.

많은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노사화합이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교섭이나 무분규 같은 ‘퍼포먼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노사가 신뢰를 회복하고 함께 비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