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치] 이은주,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바꾸겠다”
[노동+정치] 이은주,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바꾸겠다”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노동운동에서 정치의 길로 나선 이은주, 불평등 해결 위해 21대 총선 나서다

27년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마주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진보 정치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며 21대 총선에 나섰다. 주인공은 이은주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이다. 비례 순번 5번인 그를 4월 7일 오후 망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양시에서 철도지하철 노동자를 만나며 일주일 앞둔 총선에 한창 바쁘게 선거 운동 중인 날이었다.

인터뷰 내내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만들겠다고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차분한 말 속에서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를 출발시킬 그의 생각과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아가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들어봤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노동 없는 민주주의에서
노동 있는 민주주의로

- 여러 계기가 있었겠지만 ‘국회의원 이은주, 정치인 이은주’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서울지하철노조에서 27년 정도 노동운동을 통해 노동현장의 변화를 실천해 왔다. 그런데 더 크고 실질적인 변화에는 운동을 뛰어넘는 정치의 힘이 절실하다고 느꼈고, 이것이 나를 정치를 이끌었다. 운동을 뛰어넘는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계기는 서울 지하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마주한 현실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화두이자 진리였다. 알다시피 가슴 아프게도 노동조합 청년 조합원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대규모로 반발하는 상황이 있었다. 사실 사회가 바뀌지 않는 한 기업 울타리 내에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결코 노동자의 평등과 연대를 증진시키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것을 직시했다. 노동 내부의 차별을 만들어내는 사회와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회와 문화를 바꾸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 고민했고, 정치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계기였다.

- 후보자가 “노동 없는 민주주의가 양산하는 수많은 인간적 상처와 절망에 대한 자각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서게 했다”고도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후보자가 생각하는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노동 없는 민주주의는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이나 정치 체제가 없다는 것이다. 일하는 시민이 다수인 사회에서 그들의 이해나 이익이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노동 없는 민주주의인 것이다. 대다수의 시민이 일을 한다. 즉 우리 경제의 절반에 노동계도 있는 것이다. 경영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다수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사회이다. 다수 시민의 이익도 대표하지 못하는데, 소수자, 여성, 장애인, 이주민의 이익은 당연히 보호되고 대표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노동 없는 민주주의란 균형이 깨진 경제 체제에 기반한 기득권 체계로 편향된 정치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 노동 없는 민주주의로 만들어낸 수많은 상처들 중 후보자가 생각하기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무엇인가?

최근 코로나19로 나타난 사회 위기이다. 코로나19로 경제 위기이자 노동위기, 고용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비정규직이나 사회적 약자들, 아이들을 맡길 데가 없는 맞벌이 부부들, 가난한 노인들, 의료지원을 받을 수 없는 이주 노동자들이나 영세 소상공인들, 결국 우리 사회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 절벽으로 몰리고 있다. 이것이 노동 없는 민주주의로는 사회가 위기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사회 하층이 붕괴되면 한국 사회 전체가 붕괴되는 복합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 거기서 정규직이나 대공장 노동자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노동의 이익을 폭넓게 대변하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 사회가 중요하다.

- 노동이 존재하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과 정치의 관계 설정이 중요해보인다. 노동과 정치는 어떤 관계인가? 그리고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노동자 출신,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특별하거나 중요하지 않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몇 명 되고 안 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노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 그 정당에서 나온 국회의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과 노조가 힘 있게 결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사회가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워진다고 본다.

그래서 내가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 후보라는 것은 제 존재이고, 그것이 중요하다기보다는 내가 소속한 정의당이 노동이 당당한 나라, 노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서구 사민주의 국가처럼 우리도 일하는 시민들이 대표될 수 있도록 이 사회가 발전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사실 노조의 권리를 중요시 하면 빨간 머리띠를 떠올리고 불온시하는 시각이 상당히 컸다. 민주화 이후에 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그런 편견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욱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과 노조가 제대로 그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우리 사회가 넘어야 할 불평등 문제
일하는 시민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게 정치가 작동해야

- 후보자가 대표 공약을 보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인다. 우선 불평등 문제 해결이 후보자가 내세운 정책적 지향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각 공약이 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이유를 듣고 싶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을 완전히 없앨 수 없겠지만 불평등으로 인해 인간이 차별 받고 고통 받는 것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 정치 역할이다. 그래서 불평등 문제는 정치와 민주주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불평등을 알아서 권력이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시민들이 노조를 조직하고 스스로 주체가 돼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공약을 하나씩 설명하자면 요즘 플랫폼노동자서부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 노동자임에도 노동기본권을 누리지 못하는 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스스로 협상하고 스스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결돼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산업별 표준 임금제 도입이다. 기업의 규모나 정규직-비정규직을 떠나서 산업별 표준 임금체계가 도입됐을 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연구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하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세 번째로 대통령 직속기구로 경사노위가 있는데, 사회적 대화기구를 준의회적 기구로 끌어올리자고 제안한다. 노사가 대등한 경제주체로서 사회적 대화의 중심이 되고, 정치 주체인 의회와 정당까지 함께하자는 것이다. 노동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업과 의회정당과 함께 협상하고 때로는 타협도 하면서 말이다.

- 노동안전청 설립도 이야기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노동이 안전하지 못한 나라다.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결국은 일하는 시민이자 노동자의 기본권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노동 없는 민주주의를 다시 이야기하고 싶다. 노동하는 시민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하는 민주주의의 결과이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안전은 개별 기업주나 노동자가 알아서 돌볼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지켜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사회의 생산, 재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면서 다른 안전을 지킨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노동안전청이라 하면 청으로 격상시키는 과정에서 노동안전을 의제로 만들고 과정 자체에 노동자들도 참여할 수 있게 해 노동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구체적으로는 실제 현장에서 노동안전이 법과 제도대로 잘 지켜지도록 관리 감독할 권한이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정의당 시민을위한공공기관특별위원장이기도 하다. ‘시민을 위한’이라는 것은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생각한다. 특별위원장을 하면서, 공공기관 노동자로서 마주한 우리 사회 공공기관은 어땠나?

공공기관 의미는 공익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역할이 공익성과 보편성에 기초하고 있었다면 ‘시민을 위한’ 수식어가 불필요 했겠다. 신자유주의가 가속화되며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공공기관을 민영화했던 역사가 있다. 대표적인 공공기관 사업장이 서울 지하철 사업장이다. 민영화와 경쟁논리가 도입돼 1-4호선과 5-8호선이 분리 운영됐다. 1-4호선과 5-8호선에 같은 일을 하는 지하철 노동자를 경쟁시키는 것이다. 한편 내가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을 하면서 양 공사를 노사정 대화 통해 통합하는 과정을 경험을 했다. 입법부에 들어가면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적 지원을 해나가겠다.

- 후보자는 지하철노동자로 삶을 살아왔다. 최근 철도지하철 사업장의 이슈는 국토부의 운전실 CCTV 설치 입법예고와 고속철도 차량기지 등에 CCTV 설치 입법예고이다. 이러한 CCTV 설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감시카메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다. 감시카메라 설치는 공익에 부합해야 하고, 동시에 사회적 합의라는 대전제, 그리고 통제 장치를 통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한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범죄예방이나 시민의 안전보호를 위해 사회적합의에 의한 감시카메라 설치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궤도노동자들이 제기한 운전실이나 차량기지의 감시카메라 설치 반대는 3가지 중대한 기본권적인 문제의 제기라고 본다. 첫 번째는 노사자율 영역을 침해하는 과도한 입법권 발동이다. 철도지하철 현장에 감시카메라 설치하는 문제는 노사가 충분히 논의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두 번째는 노사 간의 불신을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운전실이나 차량기지에 감시카메라 설치한다는 것 자체는 기업이 노동자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래서 법률로 통제하겠다는 것이고 불신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노사관계 파탄을 일으키는 불필요한 입법이다. 세 번째는 노동인권을 위협하는 입법이다. 철도지하철 운전실은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기관사나 노동자들이 심지어 배변까지 해결해야 하는 업무공간이다. 거기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서 들여다보겠다는 건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 법으로 강제할 문제가 아니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 노동 이외에도 주목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영역은 무엇인가?

대표적인 대중교통 체계인 지하철에 근무했다. 대중교통 체계문제에 관심이 많다. 의식주왕(衣食住往)이라 할 만큼 시민들의 이동권은 중요하다. 또한 여성노동자로 남성이 95% 이상인 지하철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면서 노동과 젠더정치에 대해 관심도 있다. 서울시 같은 경우 성별임금공시제를 통해 남녀 임금불평등에 대한 실천적 해결을 했던 과정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 있다.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이연우 기자 yulee@laborplus.co.kr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 비례후보인 만큼 후보자의 당선 전략은 곧 정의당의 지지를 높이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정의당이 시민들에게 지지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평등이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이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이 문제 때문에 우리 사회 미래가 어둡다고 말한다. 불평등을 극복하는 그 방법은 정치를 통해서 가능하다. 오히려 정치를 불평등하게 조직하는 것으로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일하는 시민을 위한 정당이고, 가난한 시민을 대변하는 정당이다. 그동안 정치에서 배제됐던 사회적 약자들이 정의당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넓혀나갈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특히 의석수만을 목표로 한 일회용 ‘떴다방 정당’과는 다르다. 정의당은 원칙을 지키며 지금까지 복지, 노동, 사회적 약자 보호를 우리 사회의 보편적 정책과제로 다루면서 그 문제를 최초로 제기했다. 그렇게 20년 동안 한결같이 싸워온 정당이 정의당이다. 정의당이 커질수록, 더 많은 지지를 받을수록 사회가 평등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코로나19 극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21대 국회에서 가장 필요한 정당은 ‘떴다방, 가짜 위성정당’이 아니라 바로 정의당이다.

- 후보자 출마 이유와 공약들을 쭉 살펴보니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바꾸기 위한 정치적 노력으로 함축되는 것 같다. 그러한 노력을 위해 후보자가 항상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은 무엇인지 정리 부탁한다.

불평등을 그대로 내재화한 설국열차를 민주주의행 노동열차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 맞다. 설국열차처럼 우리 사회는 심각한 불평등과 양극화로 인해 사회적 위치에 따라 칸칸이 계층별로 나뉘어있다. 이런 차별과 불평등의 칸막이를 허무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에 나선 이은주를 비롯한 정의당이 해야 할 중요한 정치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제대로 된 진보정당인 정의당의 역할이 중요하고,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 출마선언에서 말했다. 카메라 앞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것을, 법안 발의 숫자나 언론의 노출 빈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결과를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또한 변화의 결과를 만드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하는 모든 노동시민을 대표하는 정의당을 강하게 만들며 노동이 있는 한국 정치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가치와 철학을 지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