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2주 넘었는데, 고용 거부당한 건설노동자
자가격리 2주 넘었는데, 고용 거부당한 건설노동자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4.09 16:33
  • 수정 2020.04.09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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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아무런 의학적 근거 없이 고용 거부”
확진자 발생 이전인 지난해 말 퇴사한 건설노동자도 고용 거부
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유로 부당한 고용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이유로 부당한 고용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박완순 기자 wspark@laborplus.co.kr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고용을 거부당한 건설노동자들의 사례 증언이 나왔다.

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의학적 근거 없는 부당 고용 거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용이 거부된 건설노동자들은 덕트(환기시설) 설치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고용이 거부당한 이유는 코로나19 확진 현장에서 일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설비회사의 고용 거부 사유는 미심쩍다.

덕트노동자들은 대림산업이 맡은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설비업체 세방테크에 고용돼 환기시설 설비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세방테크는 코로나19 전염 방지 차원에서 이전 근무현장과 최근 동선을 노동자들에게 요구했다. 과정에서 2팀이 2월 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던 여의도 파크원 공사현장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고용이 거부됐다.

여기까지는 코로나19 확산 조치를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세세한 사정을 들여다보면 세방테크의 고용 거부에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실제로 해당 덕트노동자는 여의도 파크원 현장에서 일했다. 하지만 여의도 파크원 현장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3주 간 공사 중지와 접촉의심자에 대한 자가격리 시행을 끝내고 공사를 재개한 상태다. 즉, 공식적인 자가격리 기간 2주가 지나 코로나19가 발병하지 않았는데도 고용 거부를 당한 것이다. 더욱이 4명으로 구성된 덕트팀 전체가 고용을 거부당했다.

의학적 근거에 대해 좀 더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례가 하나 더 있다. 4명으로 구성된 다른 덕트팀은 세방테크로부터 3월 말 고용 거부를 당했다. 이들도 여의도 파크원 현장에서 일했지만 지난해 말 현장을 떠난 팀이었다. 여의도 파크원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은 지난 2월 말이다. 시간적으로 전혀 겹치지 않았는데도 고용 거부를 당했다.

고동철 건설노조 서울건설지부 덕트분회장은 “현장에서 소장에게 고용 거부 항의를 했지만 법대로 하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한 “고용이 거부된 노동자들은 괜히 일자리를 찾는데 불이익을 받을까봐 항의를 계속하지 못하고 현재 다른 현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고동철 분회장은 노동조합 탄압 의혹도 제기했다. 의학적 근거 없는 고용 거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이유다. 고동철 분회장은 “파크원 현장 설비업체인 삼우소방과 역사상 처음으로 설비직종 건설노동자들이 공식적인 노사 단협을 체결했는데, 그 현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자기들과도 단협을 체결하고자 노조 활동을 할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낙인 찍기”라고도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건설노동자들은 정부에 코로나19로 위협받는 건설노동자 생존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현재 코로나19에 관한 건설노동자 생존권 대책은 전무한데,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의 부당한 거용 거부까지 이어져 건설노동자들이 이중·삼중고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설사들이 공사 인원 채용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