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한나라당이 다수라 노동계 요구 전달 안 될 수도”
추미애 “한나라당이 다수라 노동계 요구 전달 안 될 수도”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9.3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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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국회 환노위원장 간담회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잰걸음을 하고 있다. 양대노총을 잇따라 방문하기로 하는 등 상임위원장으로서의 본격 행보에 나선 것.

노동계 첫 방문지는 한국노총이었다. 추 위원장은 29일 오후 6시 한국노총 임원 및 연맹 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노총의 경우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데다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을 4명이나 배출하는 등 정부여당과 ‘각별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추 위원장의 이번 방문은 여러 모로 관심을 끌었다.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관계가 껄끄러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을 노리는 유력 정치인답게 추 위원장은 부드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장석춘 위원장이 앉아서 인사말을 끝낸 후 추 위원장은 서서 인사말을 이어갔다.

한국노총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갖추면서 몸을 낮췄지만 미소를 띠며 이어가는 인사말 속에는 ‘가시’도 들어 있었다. 추 위원장은 “환노위원장으로써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 한국노총”이라는 덕담으로 말을 시작했지만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을 겨냥한 듯 “보수 정당에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스스로 생각을 바꾸게 된다”면서 “너무 믿지 말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추 위원장은 또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다수이고 마음만 먹으면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등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서 “환노위도 한나라당이 압도적이라 노동계 요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고 정책협약도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은 “16개 시도지역본부 순회를 하고 있는데 추 위원장에 대한 호응도가 높고 기대치도 높은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고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 문제는 노사가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투쟁 뿐”이라고 강조했다.

인사말이 끝난 후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노총은 ▲ 비정규직 남용규제와 차별 철폐 ▲ 노사발전재단 활성화와 고용정책 및 고용보험제도의 개선 ▲ 전임자임금 자율 지급 보장 ▲ 연령차별금지 및 60세 이상 정년보장법 제정 ▲ 사회적 대화기구의 전면 확대 개편 ▲ 국공립보육시설 50% 확충, 보육료 상한선 폐지 반대 ▲ 노후 소득보장을 위한 연금제도 일원화 및 퇴직연금제도 개선 ▲ 선진국형 평생학습체제, 실노동시간 연 2000시간 이내 단축 ▲ 공기업 경영의 자율성 보장 및 노정 직접 교섭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 해소,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 10개 항목의 정책건의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 국민연금기금운용체계 개편시 가입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 ▲ 건강보험 보장성 제고 및 의료민영화 반대 ▲ 공기업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및 노정협의 구축 등 정책현안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간담회가 시작되기 직전 한나라당 소속인 한국노총 출신 강성천 의원이 간담회장에 모습을 비춰 눈길을 끌었다.